지역에 살아도, 아플 때 걱정 없이 진료받을 수 있으려면?
제 3차 YWCA의료공론플랫폼이 2025년 9월 24일(수) 오후 7시 온라인 줌에서 ‘지역 의료’ 문제를 주제로 시민대화를 열었습니다. 이번 대화는 한국YWCA 의료공론플랫폼이 진행하는 연속 시민대화 시리즈의 세 번째 자리로, “지역에 살아도, 아플 때 걱정 없이 진료받을 수 있으려면?” 이라는 질문으로 시민들이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지역 의료의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화 전,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대화에 앞서 참가자들은 7개의 질문으로 은하투표를 통해 지역 의료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습니다.
먼저 “아프거나 중한 병에 걸렸을 때, 지역병원보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는 82.3%가 ‘그렇다/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지역 의료보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더 큰 신뢰를 두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내가 사는 지역의 의료시스템을 충분히 파악하고 계신가요?” 라는 질문에는 47.1%가 ‘아니다/매우 아니다’ 라고 답해, 지역 의료 인프라와 정보에 대한 불안감과 부족함이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지역 병원이 장비를 현대화하고 대학병원과 원격의료·협진 시스템으로 연결된다면, 굳이 대도시로 가서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질문에는 참여자 전원이 ‘그렇다/매우 그렇다’ 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지역 의료기관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면 시민들도 기꺼이 지역 내 진료를 선택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그룹 대화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은하투표 결과를 공유한 뒤 참가자들은 5~6명이 한 모둠으로 소그룹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방식은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는, 주어진 질문 중에서 자유롭게 관심 있는 주제를 골라 서로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형태였습니다. 각 그룹마다 대화의 결이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지역의료의 현실을 체감하며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대화에 활용된 질문 메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는 의료 문제는 무엇인가요? (예: 응급실 부족, 전문의 부재, 중증질환, 장거리 이동 등)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서울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줄이기 위해 지역에서 보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공공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나 공공병원 설치가 실제로 지역 의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 -앞으로 내가 사는 지역에서 꼭 있었으면 하는 의료 서비스(예: 다학제 주치의팀 서비스, 재택진료, 원격진료 등)는 무엇인가요?
-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역 주민이 참여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참가자들은 이 질문들을 바탕으로 응급실 부족 문제,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 공공병원의 필요성, 미래형 의료 서비스, 주민 참여의 가능성 등을 폭넓게 논의했습니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는 응급환자 이송 시간과 전문의 부재에 대한 공감이 컸고, “공공의대와 공공병원 설치”에 대해서는 긍정적 기대와 운영상의 우려가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주제 강의: 건강의 정의에서 1차 의료의 미래까지
소그룹 대화 이후에는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의 주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박 원장은 “지역에서도 아플 때 걱정 없이 진료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답하며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의료를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을 먼저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건강은 단순히 병에 걸리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 상태라는 WHO의 정의를 소개했습니다. 건강은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대형병원이 가까이 있는 것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원장은 건강을 결정짓는 요인을 생물학적 요인, 생활습관, 사회적 환경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약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식습관·운동·흡연·음주와 같은 생활 습관, 나아가 교육·직업·주거 환경과 같은 사회적 요인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의료 체계는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보다 검사와 진료 횟수를 늘리는 방식에 치중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의 건강 문제 가운데 90~95%는 집 근처 1차 의료기관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1,900여 개의 보건진료소가 있으며, 간호사가 추가 교육을 통해 100여 종의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초고령화와 인구 소멸이 심화될수록 1차 의료 인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또한 현재처럼 환자가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에게 물어 병원을 선택하는 구조는불안정하다며, 신뢰할 수 있는 1차 의료인을 통해 적절한 2차·3차 병원으로 연결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효율적이라 보여도, 모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면 정작 중증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박 원장은 보건의료 체계가 달성해야 할 네 가지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국민의 건강 수준과 건강 수명을 높이는 것, 환자의 경험을 개선하는 것, 의료진의 직무 만족을 보장하는 것, 총 의료비 지출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앞으로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 의료 인력 문제에 대해서도 제언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가 억지로 배치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으며, 지역에서 일하는 것이 “재미있고 의미 있으며 보람 있는 경험”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근무할 수 있는 겸직 형태, 은퇴한 시니어 의사들의 재교육과 재배치, 지역사회 의료인의 자긍심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지금의 각자도생식 의료 체계에서 벗어나, 소비자·공급자·정부가 함께 협력하는 네트워크형 의료 체계로 전환해야만 지역에서 안심할 수 있는 진료가 가능해진다”고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대화 이후 달라진 생각들
대화 전후 은하투표 결과에서도 참가자들의 인식 변화가 확인되었습니다. “아프거나 중한 병에 걸렸을 때, 지역병원보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매우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7.6%에서 28.6%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지역의료는 획일적으로 설계되기보다 지역 맞춤형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던 참여자도 응답을 바꿔, 참가자 전원이 “그렇다/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은영 회장은 닫는 인사에서 의료 현안을 통해 시민의 의견을 나누고 논의하는 숙의의 장을 마련하는 YWCA의료공론플랫폼의 취지를 설명하고, 11월에 개최되는 하이브리드 종합토론회에 대한 안내를 했습니다. 아울러 연합회가 이번 달 22일에 런칭한 < YWCA공론 플랫폼 > 에 대해 알리며, 앞으로 의료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현안을 해결해 가는 시민 공론장을 확대해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시민대화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직접 겪고 있는 의료 문제를 공유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상상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대화가 더 자주 마련되어 시민의 목소리가 지역 의료 정책과 시스템 개선에 반영되고,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YWCA 의료공론플랫폼은 더나은 의료시스템을 위해 올해 4회에 걸쳐 시민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제4차 시민대화는 11월 27일(목) 온오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우리가 원하는 돌봄과 의료,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라는 주제로 개최 예정이며, 시민 중심의 정책 제안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