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공간, 함께 만들어가기
― 제2차 Y-틴 실무활동가 워크숍 현장 스케치
2026년 Y-틴의 중점운동 주제는 ‘안전한 공간(Safe Space)’입니다.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안전한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그 공간을 청소년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활동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지난 8월 21일, 이 질문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전국의 Y-틴 담당 실무활동가 12명이 한국YWCA연합회에 모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안전한 공간에 대한 하나의 정답을 배우기보다, 각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며 품어온 고민을 꺼내놓고 서로의 경험과 질문을 통해 안전한 공간에 대한 논의를 조금 더 깊고 넓게 이어가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워크숍은 한국YWCA연합회 지속가능운동위원회 노하연 위원(성문화연구소 라라 대표)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직접 경험하고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1. ‘무엇이 위험한가’에서 ‘누구에게 안전한가’로
먼저 각자가 생각하는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범죄와 위기, 어두운 골목길, 온라인 공간의 폭력, 마음과 관계의 어려움….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무엇이 위험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꾸어보았습니다.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에서
“안전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로,
그리고 다시 “누구에게 안전한가?”로.
같은 공원이라도 낮과 밤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찾았을 때와 혼자 찾았을 때의 경험도 달랐고, 성별과 나이, 이동이나 의사소통의 조건에 따라서도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안전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서로 다른 조건이 적힌 카드를 들고 같은 상황을 바라보며, 안전이 단순히 한 개인이 얼마나 조심하고 잘 대처하느냐의 문제에만 있지 않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공간은 누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규칙은 누구를 참여시키고 배제하는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와 제도는 마련되어 있는지.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질문도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2. 한 지역의 질문에, 다른 지역의 경험을 더하다
이어서는 서로의 이야기에 다시 질문을 더하며, 각 지역에서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Y-틴 활동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한 지역에서는 청소년들과 번화가를 직접 걸으며 조명, 쓰레기, 인도와 차도의 구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장소 등을 조사한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직접 공간을 탐방하고 나니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에서도 미처 보지 못했던 위험 요소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위험한 요소를 발견한 다음에는, 청소년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다른 지역 활동가는 주민총회와 마을공동체를 통해 주민의 의견이 실제 행정과 예산에 반영되고 있는 지역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한 지역에서 시작된 고민에 다른 지역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청소년들과 함께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도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3. ‘참여하라’고 말하기보다, ‘참여할 수 있도록’
질문과 답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소년의 참여에 대한 고민으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안전한 공간에서 청소년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실제로 청소년은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따라 ‘청소년의 주체성’에 대해서도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해온 모습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발표하고, 많은 의견을 내는 청소년만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걸까요?”

워크숍에서는 말을 많이 하거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만이 주체적인 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말하지 않거나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적극적으로 참여해!”라고 요구하기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조금 더 눈을 돌려보았습니다.
전체 자리에서 바로 발표하기보다 먼저 생각을 정리해볼 수도 있고, 일대일이나 작은 모둠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꼭 말하지 않아도 글이나 표정, 몸짓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도 있었습니다.
청소년에게 의견을 묻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의견이 실제 활동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작더라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4. 우리가 머무는 자리부터, 함께
이날 ‘안전한 공간’은 교육의 주제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안전한 공간은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 그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사전 설문을 통해 ‘안전한 공간을 위한 우리의 약속’을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더하여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서로를 위한 약속뿐 아니라, 그 공간을 함께 만드는 사람을 살피는 일도 필요하기에, 워크숍의 마지막에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자신과 오늘 함께한 누군가에게 워크숍 이후 함께 했으면 하는 것을 주제로 책갈피를 만들었습니다.
한 활동가는 우리의 활동을 하나의 씨앗을 심는 일에 비유하며, ‘그 씨앗에서 무언가 멋진 것이 자라날 것이라는 기대‘를, 또한 다른 활동가는 바쁜 활동을 이어온 자신에게 필요한 ‘쉼’을 책갈피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책갈피를 하나씩 품고, 활동가들은 다시 청소년들이 있는 각자의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날 활동가들이 안전한 공간에 대한 하나의 완성된 답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익숙했던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서로의 경험을 빌려 새로운 질문을 이어가보는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안전한 공간에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 안전한가?”
“청소년이 실제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일은 하나의 답을 정하는 것보다, 그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 이런 질문을 계속 나누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워크숍에서 함께 나눈 이 질문들은 이제 각 지역의 Y-틴 현장으로 이어집니다. 이날 서로에게 건넨 질문과 작은 씨앗들이 청소년과 활동가들의 만남 속에서 또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