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건강할 권리, 지역에서 환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을 그리다”
지역 의료 체계의 현실 진단 및 ‘소비자 주권’ 중심의 지역 사회 활동 모색
<제1차 YWCA 의료소비자활동가교육>이 2026년 4월 2일(목) 오후 4시, ‘어디서나 건강할 권리: 지역에서 환자경험을 중심으로’ 주제로 온라인에서 개최되었다.
한국YWCA 전국 20개 회원YWCA(강릉, 고양, 광양, 광주, 김해, 남원, 대전, 목포, 부천, 안동, 안양·과천·군포·의왕, 양산, 인천, 제천, 서울, 진주, 창원, 충주, 평택, 포항)와 연합회 4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교육은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의 인사말씀을 시작으로, 유미화 GCN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와 강희경 의료공동행 공동대표의 축사, 참가자 소개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어 첫 강의는 박건희 원장(평창군 보건의료원)의 ‘지역의료시스테믜 이해 _환자 경험을 중심으로’ 제목으로 문을 열었으며, 지역 의료 현안과 소비자 활동 방향에 대한 질의응답 및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박건희 원장은 건강이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 결정 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에 의해 형성됨을 강조하며, 개인의 생활 습관을 넘어 지역 사회의 환경, 경제적 수준, 정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박 원장은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가 질병의 예방보다 치료와 서비스양에 집중하게 만들어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고 환자의 건강 향상과는 괴리가 생기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1차 의료(동네 의원)가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곳을 넘어 운동과 영양 전문가가 협업하는 ‘다학제팀’ 기반의 통합적 돌봄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통해 고혈압·당뇨 환자가 중증 장애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지역 의료의 핵심임을 설명했다.
강연에서는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모델들이 제시되었다:
– 공공 종합 의원: 의료 취약지에서 1차 진료뿐만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 노쇠 예방, 대학병원과의 연계를 담당하는 공공 인프라 모델.
– 50-200-2000 모델: 건강한 사람(50만 원), 만성질환자(200만 원), 중증/돌봄 환자(2,000만 원)의 연간 의료비 차이를 통해 1차 의료를 통한 예방적 관리의 경제적 가치를 강조한 지표.
– 사람 중심 스마트 건강 도시: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업의 이윤이 아닌 주민의 건강 증진과 돌봄 서비스 통합을 위해 설계하는 미래형 지역 사회 모델.
지역 사회 활동가의 역할: “우리 동네 의료 계획을 모니터링하라
이어진 토론에서는 YWCA 활동가들이 지역 사회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활동가들은 지자체에 구체적인 자살 사망 역학 조사 데이터와 노인 돌봄 인프라 현황을 요구하고, 보건소의 요구도 조사에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시켜야 한다. 또한, 지역 내 의료 공급자(의사회 등) 및 지자체와 함께 ‘공공-소비자-공급자 삼각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 맞춤형 의료 정책을 제안하는 주체로서 활동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의료 지불 보상 체계의 한계와 변화의 필요성
참가자들은 병원이 서비스를 많이 제공할수록 수익이 나는 현 구조가 질병 예방이나 만성질환 관리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 박건희 원장은 현재 시스템이 고령화와 축소 사회에 직면하여 한계에 도달했음을 설명하며, 환자를 건강하게 유지할수록 보상받는 ‘가치 기반 보상’이나 ‘등록 관리 기반의 정액제’로의 점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전체의 제도를 한꺼번에 바꾸기보다는 지역 단위에서 성공적인 의료 모형을 먼저 만들어 확산시키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 시장 상품과 공공 안전망 사이의 의료 인식
의료를 ‘시장의 상품’으로 볼 것인가, ‘공적 안전망’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도 이어졌다. 한국 의료는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제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서비스 공급의 상당 부분이 민간 시장과 자영업자적 마인드셋에 의존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토론을 통해 활동가들은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며, 불합리한 소비를 줄이고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의료 주권자’로서의 의식을 정립해야 함에 공감대를 이뤘다.
- 지역별 의료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
각 지역 활동가들은 구체적인 현장의 어려움도 공유했다. 남원YWCA는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어르신들이 여러 병원을 다니며 15~20개씩 약물을 중복 복용하는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줄 시스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진주YWCA는 병원은 많지만 실제 필요한 전문의(신경과, 재활의학과 등)를 구하기 어렵고, 비급여 진료나 과잉 진료로 인해 의료 문턱이 높다는 현실을 비판했다.
- 실천적 대안: ‘공공 종합 의원’과 ‘1차 의료팀’
이러한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건희 원장은 ‘공공 종합 의원’ 모델을 제안했다. 이는 의료 취약지에서 단순히 병원급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대학병원과 연계하여 전문의가 순회 진료를 하고, 평상시에는 간호사, 운동 전문가, 영양 전문가가 팀을 이뤄 환자를 통합 관리하는 1차 의료 기관이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모형이 우리 지역에 도입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 활동가의 역할과 향후 과제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은 지자체의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하여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자체가 의료 정책의 책무성을 갖도록 감시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은영 회장은 이번 교육을 통해 얻은 현장의 생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비자 대표로서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약속하며, YWCA가 지역 의료의 질을 모니터링하는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토론을 통해 참가자들은 단순한 의료 이용자를 넘어, 지역 의료 시스템을 감시하고 제안하는 활동가로서의 첫걸음을 떼게 되었다.
이어진 은하투표 결과, 강의를 통해 다음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투표 1: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핵심 보건 의료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찾는 방법을 이해하게 되었다(교육 전 대비 이해도 대폭 상승).

투표 2: 우리 지역 의료 시스템이 질병 치료를 넘어 예방부터 돌봄까지 연속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는가에 대해 현실적인 진단과 활동의 필요성을 공감하였다.

투표 3: 나는 지역 의료 정책을 바꾸는 데 있어 ‘환자 경험’과 ‘시민 의견’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석자 대다수 적극 찬성)

이번 교육은 총 4회차 중 1회차로, 지역 사회가 함께 돌보는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교육(2회차)은 4월 17일(목) ‘어디에 살든 내 생명은 안전한가: 응급 의료 체계와 환자 안전'(어은경 순천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을 주제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