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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혐오범죄 10주기 여성주의 연합예배 “딸들이 해마다 딸을 위하여 애곡하더라” 2026.05.26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10주기 여성주의 연합예배

“딸들이 해마다 딸을 위하여 애곡하더라”

 

– 딸들이 해마다 가서 길르앗 사람 입다의 딸을 위하여 나흘씩 애곡하더라 (사사기 11:40)

 

10년 전,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 숨어있던 한 남성이 차례로 들어온 6명의 남성을 보내고 7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가해자는 살해 동기를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밝혔지만 당시 언론도, 수사기관도, 정부도 이를 여성혐오 범죄라고 부르기를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강남역 10번출구에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등 포스트잇을 붙이며 추모에 나섰고, 특히 많은 여성들이 여성 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자각하며 페미니즘 리부트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기독 여성들 역시 슬픔이 절망과 분노로만 끝나지 않도록, 광장에 모여 예배의 제단을 쌓았습니다. 우리는 강남역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로 규명하고, 매년 모여 ‘애곡’하며 차별과 혐오 없는 안전한 사회와 성평등한 교회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항의 눈물로 죽음을 기억하고 생명을 선포하며 신앙의 연대를 쌓았습니다.

 

올해 10주기를 맞아, 여성주의 연합예배는 5월 14일(목) 저녁 7시 보신각에서 현장 예배로 진행되었습니다. 입다의 딸을 위해 딸들이 모여 해마다 모여 애곡했던 말씀(사사기 11:40)을 기억하며 억울하게 희생된 딸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폭력과 죽음의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는 딸들을 위해, 함께 모여 소리 높여 울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연대의 마음을 담아 포스트잇을 쓰고, 찬양과 기도, 말씀과 성찬으로 함께 했습니다. 죽은 듯이 거리에 누워 다이인(Die In) 퍼포먼스도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현장의 기도문입니다.

 

하나님. 2016년, 강남역에서 여성혐오범죄가 일어나, 이에 분노하고 애통하는 낮과 밤을 보낸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그 10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이 아픔에서 떠나지 않고 고통의 자리를 쓸고 닦으며, 상한 마음을 위로하고 터진 곳을 꿰매어 서로를 살리는 예배로 함께하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각계에서 성폭력이 고발되고 폭로되었으며, 때마다 여성들은 크게 소리 지르고, 소문내고, 조직하며, 연대했습니다. 날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지가 되었고 우리는 서로의 곁이 되어 이 끝나지 않는 싸움의 용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혐오가 끊이지 않았으며 여성 살해 또한 계속되었고, 우리가 속한 가정과 일터와 관계에 뿌리내린 차별과 폭력은 심화되었습니다. 백래시를 등에 업고 여성혐오를 무기 삼은 이들이 정치적 입지를 넓혀갈 때, 여성들은 여전히 안전이별을 걱정하고 스토킹에 시달리며 불법촬영과 사이버 성범죄를 찾아내고 성폭력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겨울, 폭주하는 남성성이 만들어낸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여성들은 광장으로 쏟아져나와 소리 지르고 춤추며, 상처 입은 몸과 분노가 서린 영혼으로 정의와 평등을 위해 싸웠습니다. 하나님 우리는 깊어지는 폭력에 절망하며 끊어지지 않고, 더욱 강하게 서로의 손을 붙잡고 애통하며 싸우려 합니다. 이 가부장 사회가 던져주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고아와 과부의 친구셨던 예수님을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나님, 입다의 딸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10년 전 강남역에서, 신림역과 신당역, 인하대, 진주, 부산, 그리고 최근 광주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맞고 죽임당했습니다. 우리는 가정 안에서 반복되는 여러 폭력과 성폭력, 연인과 배우자처럼 가까운 관계에서도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폭력의 희생자이자 생존자입니다. 직장에서는 성적인 말과 행동으로 불쾌감을 느껴도 상사와의 힘 차이 때문에 싫다고 말하기 어렵고,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부당함을 견디는 노동자입니다. 안전하고 안정된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여성이고, 이사할 때마다 안전한 환경에 돈을 더 써야 하는 집이 없는 여성입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목회자의 권위와 신앙, 공동체의 분위기를 이용해 교묘하게 성적 행위를 강요하는 폭력에 고통받은 이들입니다. 우리는 성정체성이 무엇인지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따라 교회에서조차 찔리고 베이고 지워진, 내쫓긴 이들입니다. 우리는 늙고 병들고 다친 여성이고,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고자 시끄럽게 싸우는 장애인이며, 가족의 부양과 돌봄노동을 떠안고 빚을 짊어진 가장입니다. 우리는 한국인과 결혼해 이주해 살면서,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는지와 일상생활이 배우자에게 크게 좌우되는 외국인 여성이고, 이 나라에 머물러도 된다는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기와 인신매매에 얽힌 외국인 여성입니다.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결정하고 안전한 의료적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위한 제도가 부족해 위험한 상황에 놓인 여성이며, 음란하다는 낙인과 차별에 밀려나고 가려진 여성입니다.

 

이 모든 이름들로, 이 모든 얼굴들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영이신 하나님, 간구하오니, 우리를 상하게 하는 이 아픔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위해 울게 하소서. 그리하여 하나 되게 하옵소서. 우리 안의 차이를 보고 인정하되, 서로를 보듬고 아끼고 배우고 화합하기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점점 더 넓고 다양한 우리가 되게 하시고, 우리 교회와 사회의 폭력과 젠더차별에 맞서며 서로의 용기로서 단단해지게 하소서. 입다의 딸이 죽음을 앞두고 애곡할 때에, 함께 먹고 함께 자며 밤낮을 함께 울었던 여인들처럼, 우리 또한 서로의 곁을 지키며 뜨겁게 기도하게 하소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여인들의 친구이며 밀려난 이들의 구원이 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26년 공동주관단위>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공간엘리사벳,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기독여민회, 기장여신도회전국연합회, 기장전국여교역자회 부설 여성세움센터, 나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안전한교회위원회, 대한성공회 여성성직자회, 믿는페미, (사)서울YWCA, 여름교회, 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회위원회, 움트다, 위드유센터(문화치유연구소), 청어람ARMC,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한국YWCA연합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민중신학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여학생회, 향린교회 (총 24개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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