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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ca 활동 탈핵기후
‘후쿠시마 핵사고 14년’연속기고 – “탈핵, 여성, 그리고 민주주의” 2025.03.07

 

[여성신문 기고]

탈핵, 여성, 그리고 민주주의

– 3월 15일 탈핵-민주주의 행진을 앞두고 –

 

남궁혜경 (사)한국YWCA연합회 시민운동팀 부장

 

이른 아침, 눈을 떠 충전된 휴대전화를 켜 시간을 확인한다. 일어나 방 안의 스위치를 켜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화장실 스위치를 켜고 밝은 빛 속에서 씻고 드라이기를 코드에 꽂아 머리를 말린다. 냉동고에서 얼려 놓았던 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아침을 먹는다. 부산하게 준비하고 집을 나선 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사무실 도착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노트북 전원을 코드에 꽂고 노트북을 켠다. 퇴근 후 나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전기에 오롯이 기대어 살아간다. 나의 하루는 ‘전기’ 없이는 아예 존재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삶이다.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몰랐을 때는 스위치를 누르고, 코드를 꽂으면 당연히 전기는 흐르는 것이었다. 나는 수도권 한복판에 산다. 전기가 오는 길을, 경로를 알지 못한다. 송전탑은 차를 타고 나가야 외곽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여기에 어떤 정치적인 이해가 얽혀 있는지, 어떤 고통과 불평등이 담겨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던 세월이 있었다.

 

나의 이런 인식을 뒤흔들어 놓았던 사건은 2011년에 터진 후쿠시마 핵 사고였다.

 

이제는 안다. 전기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무수히 얽힌 복잡한 구조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전력은 주로 도시에서 소비되지만, 핵발전소와 송전탑은 농어촌 등의 외곽 지역에 세워진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지역은 어김없이 마을 공동체가 심각한 갈등으로 파괴되고, 회복이 불가능한 상처를 입는다.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주민들은 사고 위험과 환경 오염, 방사능 피폭의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는 수도권에서는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핵발전소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은 채 전기를 사용하고, 정부와 핵 산업계는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명분으로 지역 주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당연시한다. 전기는 필수재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생산되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지는 사회적 논의에서 배제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더욱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성과 어린이가 방사능 피폭에 더 취약하며, 핵 사고 이후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남성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통계로 밝혀졌다. 핵 산업은 남성 중심적 군사·경제 논리에 의해 발전했고, 이에 대한 결정권도 남성 정치인과 핵 산업 관계자들이 독점해 왔다.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배제된다.

 

하지만 여성들은 피해자의 자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여성들은 그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혐오에 직면했고, 방사능의 위험성을 언급하자 공동체의 부흥 의지를 배신하는 비이성적인 이기주의자로 매도당했다. 이런 압력과 차별 속에서도 지역 여성들은 ‘후쿠시마 이와키 방사능 시민 측정실 타라치네’를 설립해 직접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독립적인 조사 활동을 벌였다. 이 활동은 방사능 수치를 알리는 것을 넘어, 배제당하고 차별받았던 여성들이 당사자로서 직접 목소리를 내고 지역 주민들과 연대하며 대안적인 삶을 함께 모색하는 장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였다.

 

한국 사회 탈핵 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밀양 할매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이다. 밀양 할매들의 투쟁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우리는 폭압적인 공권력에 대항해 그 땅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밀양 할매들을 통해 지역의 희생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에너지 불평등의 문제에 주목하였다. 또한 대규모 핵발전소와 장거리 송전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며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스템 확산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밀양 할매들의 투쟁은 송전탑 문제가 단순히 살고 있는 지역을 훼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 확대 정책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여, 전국의 탈핵 운동가, 청년 활동가, 종교인들이 밀양 할매들과 연대하면서 전국적인 탈핵 운동의 연계를 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YWCA는 2011년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핵발전소에 의한 전기 생산을 끝내고 에너지 전환 사회를 꿈꾸는 탈핵 생명 운동을 전개하였다. ‘어머니란 이름으로 탈핵을 외치다’**라는 기치 아래 YWCA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을 전국 YWCA와 함께 251차까지 진행했으며,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인 서명 운동 등을 전개하여 부산시장에게 전달하기도 하였다. 이 탈핵 운동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언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여성들이 이끌었던 탈핵 운동은 에너지 전환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삶과 생명을 결정하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민주주의적 질문을 던졌다. 탈핵 운동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더 많은 사람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주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12.3 계엄 이후 우리는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 사고 14주기를 맞이하는 이 봄, 계엄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핵 산업의 폭압적인 비민주성에도 시선을 건네 주기를 바란다. 또한, 내 삶을 지탱하는 전기가 누군가의 눈물을 타고 흐르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소망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이들이 3월 15일 열리는 탈핵-민주주의 행진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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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사고 14년 연속기고 03] 남궁혜경 한국YWCA연합회 부장 – “핵, 여성, 그리고 민주주의”(여성신문)

[후쿠시마 핵사고 14년 연속기고 04] 오하라 츠나키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 활동가 – “핵발전소는 정말 안전할까”(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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