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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기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그린뉴딜인가 2020.08.19

국제환경단체들이 6월 22일 한국 정부의 해외석탄투자 계획을 비판하면서 미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전면광고

지금 우리는 명백한 기후위기의 산물인 코로나 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힘겨운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엄청난 재앙들, 이를테면 동토의 시베리아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과 계속되는 산불들, 중국과 일본에 쏟아진 대홍수로 인한 어마어마한 참사들, 그리고 우리나라도 비켜 가지 못한 태풍과 길고 긴 장마들은 기후위기의 현실이 언제 어떻게 우리 삶에 재난을 몰고 올지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렇게 코앞에 닥쳐왔는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의 움직임은 별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코로나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방역모범국가이지만,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 1위, 기후변화대응지수 61개국 중 58위,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율 끝에서 두 번째를 자랑하는 ‘기후악당’ 국가이다.

 

그런 아쉽고도 답답한 상황 속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기후위기에도 대처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두 핵심 축으로 하여,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58.2조원, 그린뉴딜 73.4조원, 안전망 강화 28.4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 개를 만들어내겠다고 한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그린뉴딜’은 한국판 뉴딜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특별한 지시로 주요사업이 되었다. 드디어 우리 정부가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면서 기후위기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려 하는구나 하는 기대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발표된 그린뉴딜 계획을 꼼꼼히 들여다보니 그 기대와 반가움은 곧 실망과 아쉬움으로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과 절박성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계획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목표로 한 것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 ‘회색’ 뉴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린뉴딜이란 무엇인가
‘그린뉴딜(Green New Deal)’은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사회에 급히 떠오른 개념이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1933년 미국에서 시행된 뉴딜 정책에 ‘그린’을 붙인 것으로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1929년 발생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뉴딜 정책처럼,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그린뉴딜이 한국사회에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18년 인천에서 열린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1.5℃ 특별보고서〉의 발표이다. 이에 따르면 1.5℃ 기온 상승을 막아야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지금의 배출량에서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배출 순 제로(넷 제로)를 달성해야만 한다. 이후 ‘1.5℃ 기온 상승 억제’와 ‘탄소배출 제로’는 기후위기 상황이 당면한 매우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듯, 올해 치러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이 그린뉴딜을 주요한 공약으로 삼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미 ‘그린뉴딜’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주요공약으로 쟁점이 되었고 작년엔 미국에서 ‘그린뉴딜 하원 결의안’이 의결되었다. 또한 작년에 새롭게 구성된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급부상한 ‘그린뉴딜’은 그것을 발표하고 실행하는 나라와 각 주체에 따라 수없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3가지 공통의 핵심원칙을 가진다. 기후위기 대응(Climate), 일자리 창출(Jobs), 불평등 해소(Equity)가 바로 그것이다.

 

그린 없고 평등 없는 회색 뉴딜
이런 3가지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이번에 발표된 한국의 그린뉴딜 계획을 보면, 이것이 과연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은 이른바 친환경 사업, 스마트 사업 등으로 표현되는 ‘경기부양’과 ‘기업들의 이익’이다.

그린뉴딜의 핵심 3원칙(출처: 시에라 클럽)

 

우선,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공통된 비판은 이 계획이 기후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구체적인 목표와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그린뉴딜’은 ‘기후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말하면서 그린뉴딜의 추진 방향으로 ‘인프라‧에너지 녹색전환 + 녹색산업 혁신 → 탄소중립(Net-zero) 사회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추진과제로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2025년까지 73.4조(국비42.7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핵심적으로 탄소 중립(Net-Zero)’사회 지향이라는 선언 외에 구체적인 계획과 내용이 없다. 세계적 상황에 한참 모자란 기존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배출 제로를 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확대 및 탈석탄 로드 맵 등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방안이 부재한 것이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사회경제시스템 전환을 위한 전략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기후위기 사태를 불러온 근본적인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성장 우선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예컨대 내연기관 차량 생산 축소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 철폐에 대한 계획 없이 그린경제란 이름으로 친환경 사업들의 육성계획만 가득 차 있다.

 

또 한 가지 실망스러운 점은, 그린뉴딜의 핵심원칙인 ‘불평등의 해소’에 대한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린뉴딜 정책은 준비과정부터 시민들의 참여 없이 관료와 엘리트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연속해서 주최한 그린뉴딜 토론회에 노동자, 농민, 여성 등 다양한 시민 주체들은 초대받지 못했고, 대신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 대기업 인사들이 주로 참여했다. 국민보고회에서도 결국 돋보인 것은 전기차를 소개하는 재벌기업들이었다.

 

기후위기로 심각한 변화와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예상되는 다양한 주체들, 예컨대 농업, 먹거리와 같은 기후위기 시대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부문의 목소리들은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6월 해외의 환경단체들이 미 워싱턴포스트지에 ‘문 대통령님, 이것이 한국이 생각하는 그린뉴딜의 모습입니까’라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여전히 외국의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는 한국의 모습을 비판하였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그린뉴딜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모순을 고스란히 지적해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불분명한 회색뉴딜에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 언제나 결론은 그렇듯이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윤숙 연합회 중점운동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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