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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혐오범죄 4주기 서울YWCA 예배 2020.05.15

여성혐오 없는 공동체를 위해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함께 드리는 예배’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그 후 4년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범죄사건 이후, 여성혐오를 멈추라며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의 여성혐오 범죄와 마주해야 했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여성혐오의 실상을 마주하는 것은 그야말로 참담한 일이었다.

 

2016년 당시만 해도 ‘여성혐오’는 낯선 개념이었다. 경찰청장이 ‘혐오범죄라는 유형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강남역살인사건을 혐오범죄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여성혐오’란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을 뿐, 여성들은 기나긴 세월 동안 여성혐오로 가득한 사회에서 혐오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고 있었다. 여성혐오(misogyny)란 ‘여성멸시’를 뜻하는 말로, 단순히 여성 개인이 ‘싫다’는 감정 차원의 배제나 증오가 아니라 여성 일반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낙인을 의미한다. 여성혐오는 여성을 부차적인 존재, 2등 시민, 주체가 아닌 객체로 여기고, 외모로 평가하거나 성적대상으로 취급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드러난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는 이 같은 여성혐오적 인식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여성혐오범죄이다. 국민적 공분이 일며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고 가해자들이 속속 구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수많은 단톡방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여성혐오는 현재 진행중이다.

 

여성혐오 없는 공동체를 위한 예배를 꿈꾸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으로 여성혐오가 폭력의 형태로 또다시 드러난 이때, 서울Y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로 여성단체들과 연대하였다. 연대 단위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재판을 감시하며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기독여성단체로서 우리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러던 중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처럼, 여성혐오로 아파하고 고통당하는 이 땅의 여성들과 함께 우는 예배, 또 여성 당사자로서 하나님께 부르짖는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순결이 강조되던 시대, 성령잉태 소식을 듣고 당황하며 불안에 빠진 마리아에게 엘리사벳이 자신의 경험과 믿음을 나누는 믿음직한 선배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이 시대의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여성혐오 없는 공동체의 회복을 함께 구하는 예배. 예배드리는 곳이 곧 운동의 현장이라는 마음으로, 예배를 통해 말씀하시고 길을 열어주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예배를 준비했다.

 

더불어 이 예배가 ‘안전한 예배’로 드려지길 바랬다. 몇 해간 기독여성주의 운동을 펼치며, 가부장제와 유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성차별적인 예배로 시험에 빠진 여성청년들을 수도 없이 만났고, 이들에게서 상처받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한 예배에 대한 갈급함을 발견했다. 이에 여성차별의 문제를 기억하는 예배,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지는 예배, 성차별적 요소가 제거된 여성목회자의 설교가 선포되는 예배, 세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수평적인 예배 등 여성주의적 관점을 담아내려 했다.

 

이번 예배는 서울Y 여성참여위원회의 주관으로 드려졌다. 위원회에서는 밭에 이삭을 남기듯, 연간 회비 잔액을 기독여성주의 운동을 위해 3년째 후원해오고 있다. 후원금은 2018년 여성의 눈으로 성서읽기, 2019년 교회언니들의 페미니즘 수업, 그리고 이번 예배의 씨앗이 되었다.

 

황성연 위원장(서울Y여성참여위원회)과 이기쁨 활동가(서울Y여성참여팀)의 공동 인도로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행18:9)는 성경말씀을 붙잡고 행동하는 예배로 초대했다. 이민서 회장(서울Y대학·청년YWCA)이 시대의 아픔을 아뢰는 기도를, 김수련 위원(서울Y여성참여위원회)이 위로와 회복을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채송희 목사가 ‘마리아찬가(Magnificat)’를 주제로 말씀을 선포했다. 아직 마리아찬가를 부를 수 없는 여성혐오 가득한 사회에서, 하나님의 충만한 영으로 마리아의 아픔과 두려움을 알아봐주고, 젊은 세대를 윤리와 종교적 관습의 잣대로 섣불리 재단하기보다 함께 손을 잡고 정의의 하나님나라를 함께 꿈꿀 엘리사벳이 되어야 함을 촉구했다. 김유진 회원(서울Y대학·청년YWCA)과 김순임 위원(서울Y여성참여위원회), 이유림 회장(서울Y)이 여성혐오와 성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하나님께 고했고, 모든 참여자들이 혐오범죄 피해자의 회복과 텔레그램N번방 성착취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 여성혐오 없는 사회/교회공동체를 위하여 함께 기도했다.

 

기억하며 기도하는 예배공동체를 소망하며

두 해 전 교회언니들의 불금파티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서울Y에 여성청년을 위한 든든한 교회언니, 그리고 안전한 공동체가 되라는 소망을 주셨다. 그리고 이번 예배를 통해서 이 땅의 고통받는 마리아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고 힘을 주는 엘리사벳이 되라는 마음을 주셨다. 일관성 있는 이 메시지가 바로 서울Y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 아닐까? 그리고 YWCA를 향한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울Y는 지금 기도의 자리가 최전방이라는 믿음으로 엘리사벳 기도운동을 조심스레 꿈꾸는 중이다.

 

“2016년, 강남역 10번 출구에 함께 있지 못했던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었다”

예배 후 한 참여자의 소회를 들으며, 2016년 5월 17일 그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우연히 살아남은 자들은 그 안타까운 죽음이 드러낸 여성혐오와 맞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예배를 통해 우리의 방식으로 여성혐오와 싸울 것이다. 예배가 드려지는 곳이 운동의 현장이고, 함께 했던 예배자들이 모두 활동가이다.

 

김예리(서울YWCA 여성운동국 부장)

※이 글은 월간<한국YWCA> 5+6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당일 예배실황은 서울Y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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