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장 문
제목 : 존엄한 삶의 마무리와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입장문
우리는 모든 사람이 생애 말기에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존엄하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에 연명의료결정법에 관하여 아래의 5가지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기를 촉구한다.
첫째, ‘생애 말기’ 판정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의사결정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임종기’와 달리 ‘말기’에 대한 정의는 포괄적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예측하기 어렵고, 임상적 판단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의료진과 가족 간 갈등, 나아가 치료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한 조기 치료 중단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는 특정 질환이나 집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보편적 위험이다. 정부는 ‘말기’ 판정 과정에 다학제적 검토와 협의 절차를 제도화하고, 이 절차를 통해 그 결과와 판단 근거를 당사자와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당사자·가족과 의료진 사이의 소통을 지원하는 전담 코디네이터 제도를 도입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실제 임종 시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온라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등록과 철회 방식은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본인 인증 등록 절차 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사자의 충분한 이해와 자발적 의사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 과정에는 전문 상담원과의 화상 상담 또는 단계별 교육, 이해도 확인 절차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더불어 작성된 의향서의 철회 절차는 보다 간명하고 쉽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족이나 돌봄을 책임지는 사람, 경제적 사정 등 외부 요인이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되지 않았는지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호스피스 이용 대상은 말기 암 등 일부 질환으로 제한되어 있어, 복합적 질환을 가진 생애 말기 환자는 돌봄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 정부는 연명의료 결정 제도 확대에 상응하도록 호스피스 이용 가능 질환 범위를 넓히며, 가정형 호스피스의 수가체계 역시 실효성 있게 개선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빈곤, 사회적 고립, 간병 부담과 같은 구조적 취약성에 놓여있는 생애 말기에 있는 사람들이 사실상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의료비 절감이나 병상 회전율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오·남용되지 않도록 분명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연명의료결정법 제19조 제2항을 재검토하여,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 제19조 제2항은 영양분 및 수분 공급의 중단을 금지하고 있어, 당사자가 사전에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 어려운 법적·윤리적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조항이 당사자의 존엄한 죽음과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제약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그 개정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책임 있게 시작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기반의 생애 말기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생애 말기 통합돌봄체계를 제도적으로 구축하고, 재택 임종이 가능하도록 주치의 제도를 활성화하며, 지역사회 기반의 의료·돌봄 연계 인프라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 시행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의료 현장, 돌봄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보완책을 충실히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제도개선이 단지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절차 정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생명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제도를 정착함으로써 존엄한 삶과 죽음에 대해 사회문화적으로 깊이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관련 제도의 시행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존엄한 삶의 마무리와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책임 있게 주도해 나갈 것이다.
2026년 6월 18일
한국YWCA연합회 • GCN녹색소비자연대 • 의료공동행동 소비자분과
※ 문의 : GCN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 고민정 / 한국YWCA연합회 소비자운동팀 국장 안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