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배희 소장 “여성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위해”
서지현 검사 “미투운동, 공감과 연대의 운동”
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젊은지도자상 수상
4월 17일(화)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시상식 개최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 법무법인 문무 조순열 대표변호사와 김예원 변호사,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강정훈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왼쪽부터)이 수상자(대리 수상자 포함)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가정법률상담소를 지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여성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 가정과 사회에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할 것입니다.”(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미투운동은 ‘공격적 폭로’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의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구 한사람을 공격하고 폭로하거나 개인적인 한풀이를 하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바로서야 할 검찰을, 우리가 함께 바꿔나가야 할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서지현 검사)
서지현 검사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였다”
한국YWCA연합회(회장)가 4월 17일(화) 오후2시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개최한 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대상과 젊은지도자상을 받은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서지현 검사는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전국 52개 지역YWCA 회장단을 비롯한 한국YWCA연합회 임원, 실행위원, 활동가와 여성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시상식에서 두 수상자는 미투운동으로 더욱 관심이 높아진 성평등 과제를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건강문제와 검찰조사 등으로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서지현 검사는 서면을 통해 “우리 모두와 다음 세대를 위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피해자들에게 작은 빛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힘을 냈다”면서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 세상 앞에 섰다”면서 수상에 대한 깊은 감사를 전해왔다. 시상식에서는 서 검사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문무 조순열 대표변호사와 김예원 변호사가 대리수상을 했다.
여성권리 확립을 위해 애쓴 박에스더 YWCA 고문총무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제정된 한국여성지도자상은 YWCA와 한국씨티은행이 협력해 운영하고 있으며 창조와 봉사의 정신을 발휘해 여성지도력 향상에 공헌한 여성지도자에게 대상을, 미래 여성의 역할을 열어가는 만 50세 이하 여성에게 젊은지도자상을 수여해왔다.
올해 대상에는 45년간 여성들의 가정문제 법률구조와 가족법 개정운동에 앞장서온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이, 젊은지도자상에는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여 미투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각각 선정됐다.
※ 대상 수상소감 :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당시 여성 선각자들에 의해 세워진 YWCA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시민단체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창립 100주년 즉 1세기를 맞이하는 역사적인 YWCA에서 다양한 영역의 여성지도자를 사회에 알림으로써 한국 여성지도력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제정한 한국여성지도상을 제가 수상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이희호 선생님을 비롯하여 이효재, 박영숙, 장명수, 박동은, 윤정옥 선생님 등 역대 수상자 분들을 돌이켜 보면서 이런 선배님들의 뒤를 이어 수상자가 되었다니 더더욱 뜻깊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국YWCA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는 민족계몽운동을 중심에 놓고 당시 여성들을 괴롭히던 조혼, 공창제도 폐지와 축첩제의 반대 등을 통하여 여성들의 권익보호는 물론 애국정신을 기반으로 물산장려운동에 앞장섰고, 1950~60년대에는 민주적이며 공적인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성지도력을 배출해내는 중요한 기지가 되었습니다. 또한 1970년대에는 소외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섰으며 청계천 노동자들을 위한 평화교실을 개설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와 생활조건 향상, 더 나아가 근로여성들의 직업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주력하였습니다.
이밖에도 여성은행원 결혼각서 폐지운동, 여성 조기정년제 폐지운동, 가족개정법 운동에 힘쓰면서 여성의 인권신장에 앞장선 것은 물론 1980년대 후반부터는 경제자립을 위한 캠페인과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운동을 벌였으며 냉전의 종식과 새로이 개편되는 세계화의 질서 속에서 통일문제를 중심으로 평화프로그램을 전개하기도 하였습니다. 1998년 IMF 파동으로 외환위기 사태가 빚어지자 외화모으기 캠페인, 사랑의 먹거리 나누기 운동, 실업충격완화 및 창업준비 프로그램, 여성실업자를 위한 재활용 공공근로사업 등을 통해 우리경제살리기 시민운동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탈핵, 북한어린이돕기 운동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활동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YWCA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사회 변화의 흐름과 함께 더 좋은 사회를 위한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법률구조기관으로 1956년 창설되어 우리 사회 소외계층, 번민하는 이웃들을 위한 법률복지 사업과 법의 생활화, 가족법상 부부평등과 양성평등 그리고 가족구성원 전체의 복리를 위한 가족법개정 운동 및 가족 구성원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사업 등에 앞장서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이번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저는 상담소 창설자이자 저의 스승이신 이태영 선생님께서 생전에, 특히 상담소 초창기에 저희들에게 자주 하시던 말씀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YWCA를 좀 본받아라”는 말씀입니다. 얼마나 모범적으로 세련되게 일들을 해내는지 보고 배우라는 말씀이었습니다. 2016년 가정법률상담소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상담소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가늠해 보는 기회로 삼았는데 이태영 선생님께서 이런 상담소의 모습을 보셨다면 이제 YWCA와는 비교 안하시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우리 사회 시민단체의 한 전형과 모범이 되는 YWCA 위상에 대해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여성지도자’를 생각하는 오늘의 이 자리를 빌려 ‘한국의 여성’ ‘여성계’ 등을 생각해봅니다. 학교 졸업 이후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제가 선배, 어른들을 모시고 그분들에게 보고 배우며 일해온 시간들이 바로 엊그제인 것 같은데 적지 않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느새 제가 그 선배들의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배워온 대로 행하였으나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제 후배들의 모습은 제가 후배였던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봅니다. 어찌 보면 저는 여러 면에서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 조금은 모호하게 끼여 있는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여성주의의 이슈도 다양하고 복잡해졌으며 어떠한 사안에 대해 일관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전처럼 여성계라는 우산 아래 선후배가 함께 자리하여 현안들을 해결해 가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동시에 저와 가정법률상담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제가 몸담아 일하고 있는 상담소에서 저는 사회를 향해 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고통받고 번민하는 소외계층 이웃들의 소리를 들으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그 소리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 가족법개정 운동은 물론이고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사업도 해왔으며 대사회활동도 병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상담소는 가족문제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법률상담 소송구조 등의 분명한 목적사업이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 순위는 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인권, 성평등, 가족구성원의 복리 등 사회적 약자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담소 역시 상담소의 목적사업과 더불어 언제나 적극적으로 함께해왔습니다. 동성동본 금혼제 철폐나 호주제 폐지와 같은 것은 곧 상담소의 목적사업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연대사업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는 연대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효과적인 면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정법률상담소를 찾는 이들이 있고 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상담소를 지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여성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가정, 사회에 완전한 성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상담소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YWCA 임직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젊은지도자상 수상소감 : 서지현 검사
분에 넘치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직접 참석하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일상의 차 한잔에 소소한 행복을 찾고,
가끔 남편과 투닥대기도 하고,
아이 간식과 공부를 걱정하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로 살다가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 세상 앞에 섰습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검찰 내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강자들의 성폭력,
그럼에도 가해자를 처벌하고 징계하기는커녕 피해자를 음해하고 괴롭히면서,
피해자에게 치욕과 공포를 안겨주어 스스로 입을 닫게 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와 같은 만행을 가능하게 하는 검찰 내부의 부패와 인사 관행을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십 수 년 동안 이를 악물고 참고 또 참으면서
힘겹게 또 힘겹게 쌓아왔던 제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범죄라고,
그것은 가해자의 잘못이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검찰은 정의의 수호 기관으로 바로서야 한다고…..
저는 남성 전체를 적으로 만들고자 한 것도, 검찰 전체를 공격하고자 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는 대다수의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힘겹지만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검찰에는 대다수의 선량하고 정의로운 검사들이 밤새워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MeToo 운동은 ‘공격적 폭로’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의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구 한사람을 공격하고 폭로하거나 개인적인 한풀이를 하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바로 서야 할 검찰을, 우리가 함께 바꿔나가야 할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 날 이후,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수십 년을 보아온 그대로, 마치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참고 또 참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
가해자가, 조직이, 사회가 부인과 비난, 은폐와 보복을 시작합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각오했던 일이지만, 힘겹고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희망이 생겼습니다.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수많은 공감의 목소리 속에서,
검찰이 바로서야 한다는 것에 뜻을 함께 하는 연대의 응원 속에서,
어쩌면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움직임이 그러하듯, 모든 약자들의 외침이 그러하듯
어느 한순간에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변화되고 개혁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아주 작은 씨앗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힘겹게 떨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아주 작은 빛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공감해주시는 목소리에 큰 위로와 격려와 용기를 받아,
힘을 내어 서 있습니다.
저의 작은 소망에서 시작한 일로
이렇게 큰 상을 주심에 다시 한 번 영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