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남과 북의 정상이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천명하면서 시작된 한반도 종전, 평화, 비핵화의 희망이 절망과 체념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불발된 이후 불신과 적대 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남·북·미 누구도 합의가 깨졌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군사적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화를 통한 설득은 실패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관계 개선을 말하면서도 제재를 지속했고, 종전과 비핵화를 협상하면서 동시에 첨단무기 도입과 군비 투자를 지속한 것을 두고 온전히 평화적 해법을 실험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총 GDP의 1.5배에 달하는 군사비를 지출하는 남한이, 그리고 세계 최고의 무력을 지닌 미국이 북측과의 관계 개선과 상호 안전보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평가해봐야 합니다.
점차 가속화되는 상황 악화를 방치하면 과거보다 더한 불신과 적대가 힘을 얻고,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가 한반도 주민과 주변국 모든 이들의 삶을 지배할 것입니다.
한반도는 핵, 미사일, 우주 무기 등 전 세계 첨단 군비 경쟁의 도화선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냉전의 시대가 시작될 수 있고, 이 경우 가장 첨예한 군사적 갈등의 공간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불안정한 휴전 상태조차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애써 추구해온 경제적 성장과 민주주의도 크나큰 도전에 직면할 것입니다.
걱정과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평화를 주장하지 않으면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이대로 놔두지 맙시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들입니다. 평화가 길이고 답이라고 더 크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인들은 지난 2020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2023년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기 전에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자고 전 세계에 주장하고 호소해왔습니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 체제를 형성해야 한반도에서 핵무기도 핵 위협도 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1년 남짓 남은 지금,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고사하고 악화를 막는 것조차 가능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적대와 전쟁을 끝내려 했던 역사적 시도가 이렇게 좌초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이 정전협정 체결일을 앞두고 시민들께 평화를 위해 행동해줄 것을 호소합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한 시민들의 절실한 의지를 보여주십시오. 다시 위기를 맞는 한반도에 평화와 공존의 희망을 만들 시민의 목소리를 높여 주십시오. 지난 70년 동안 끝내지 못한 한국전쟁을 끝내고 시민의 힘으로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도전에 다시금 힘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임진각 평화행동을 시작으로 정전 70년이 되는 내년까지 앞으로 1년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세계를 좀 더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한반도와 전 세계 시민들의 행동에 온 힘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2022년 7월 23일(토), 임진각으로 모여주십시오.
분단과 대결의 철조망 앞에서 함께 외칩시다.
적대를 멈추자! 전쟁을 끝내자!
남북·북미 정상 합의 이행하라!
우리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자!
2022년 7월 7일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공동대표
김경민(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삼열(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문정현(신부,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 평화바람), 방인성(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이사장), 백낙청(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양경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원영희(한국YWCA연합회 회장), 윤정숙(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이부영(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이현숙((사)여성평화외교포럼 명예대표), 임윤경(기지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조성우(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지은희(전 여성부 장관), 진영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하원오(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한충목(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강주석(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신부), 김태성(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나핵집(한국교회 종전평화운동본부 본부장), 도법 스님(실상사 회주), 변종제(신인간사 대표이사), 윤승길(한국민족종교협의회 대외협력 위원장), 정상덕(원불교 평화의 친구들 이사), 조송래(유교 성균관 총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