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탈핵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직전 고준위 특별법 폐기를 촉구하는 각 지역별 현수막을 선보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핵 진흥 발판으로 전락한 고준위 특별법 폐기하라!”
고준위 특별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 개최
21대 국회 내내 합의되지 못했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안(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21대 국회의 야합으로 졸속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핵발전소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와 종교계, 국회의원들은 5월 20일(월) 오후 2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핵 진흥 발판으로 전락한 고준위특별법 폐기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날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가 예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왔다. 법안심사소위가 열리지 않더라도 언제 기습적으로 진행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발언 중인 김용국 전 영광 핵 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과 임미화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21대 국회에서 여야 법안 거래로 통과를 시도하고 있는 고준위 특별법은 10만 년 이상 생태계와 격리해야 할 위험한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법안이 아니다. 핵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부지 내 임시 저장 시설을 건설해 지역에 핵폐기물을 떠넘기고 ‘사실상 핵폐기장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 신우용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양재성 종교환경회의 공동대표도 발언자로 나섰다.
이대로 고준위 특별법안이 통과된다면,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에게 계속된 희생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원전최강국’ 정책 추진을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참석자들.

▲김유리 서울녹색당 운영위원장도 발언자로 기자회견에 함께했다(왼쪽 사진).
지난 16일(금)에도 전국 곳곳에서 고준위 특별법의 여야 간 거래 시도를 규탄하고 즉각 폐기하라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준위핵폐기물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전제와, 이미 만들어진 핵폐기물의 처분에 대한 논의도 없이 추진되는 고준위 특별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이에 전국의 시민사회와 종교계, 국회의원들은 20일(월) 기자회견을 통해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활동가들이 고준위 특별법을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고준위특별법 폐기촉구 기자회견문]
9일 남은 21대 국회는, 핵 진흥 발판으로 전락한 고준위 특별법안 폐기하라!
열흘 동안 전국에서 7천여명의 시민이 고준위 특별법안 폐기 촉구 서명
21대 국회 임기가 9일 남았다. 그런데도 21대 국회가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며, 의원 몇이 조율해 확정하면 더더욱 안 된다.
전국 시민사회단체는 21대 국회가 막바지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고준위 특별법안)을 통과시킬 우려가 있어, 5월 9일부터 <고준위 특별법안 폐기 촉구 긴급 서명>을 받았다. 서명 취지는 21대 국회는 고준위 특별법안을 거래하지 말고 즉각 폐기하라는 내용, 핵 진흥의 발판으로 전락한 고준위 특별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서명에는 9일부터 오늘까지 열흘 동안 7천여명 넘는 사람이 참여했다. 오늘 우리는 21대 국회가 고준위 특별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2021년 9월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21대 국회 처음으로 고준위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21년 12월 27일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이 건립되기 전까지 핵발전소 부지 내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건식저장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준위 특별법안이 미래세대를 위한 최종처분보다는 임시저장을 하기 위한 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984년부터 9차에 걸쳐 시도했던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저장시설은 부지 확보가 모두 무산되었다. 위 고준위 특별법안과 2차 기본계획에 포함된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 내용에 대해 핵발전소 인근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핵발전소 인근지역 25개 광역단체와 기초자치단체들은 일제히 원자력진흥위원회와 산업부, 김성환 의원실 등에 반대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다수의 핵발전소 인근지역 기초의회와 광역의회가 고준위 특별법안과 기본계획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시 부산에서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부산시당, 국민의힘부산시당 등이 산업부의 일방적인 기본계획안 수립과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울산에서는 울산광역시와 5개 구군 기초지자체, 중구의회, 울산시의회와 북구의회 의원 등이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영광군공대위(영광군, 영광군의회, 영광범대위)와 고창군, 고창군의회 등도 산업부의 ‘부지 내 저장’ 관련해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전국 16개 기초지자체로 구성된 ‘전국원전인근지역 지자체 동맹’도 산업부와 원자력진흥위원회 등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후, 관련 법안이 5개나 더 발의되었다. 이 가운데 정동만 의원이 발의한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일부개정안」(10명 발의, 2022.6.23)은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는 영구정지한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할 수 없도록 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황보승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11명 발의, 2022.6.28)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설정돼있지 않은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도에 건설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홍익표 의원 법안(11명 발의, 2023.2.21)은 방폐물 관리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환경부 장관 소속으로 방사성폐기물관리청을 두고, 관리청은 중앙행정기관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21대 국회에 계류된 고준위 방폐물 관련 법안은 이처럼 의원들의 의견이 모두 다르다. 그만큼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와 처분 문제는 복잡하고 해법이 어렵다. 뿐만아니라,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폭넓은 의견 수렴도 하지 않았다.
현재 국회 산자위가 논의 중인 고준위 특별법안에는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를 독립적행정위원회가 아닌 일반행정위원회로 하며,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을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진행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 권고사항도 무시한 내용이다. 이렇듯 문제가 많은 내용이 있음에도 여야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가는 순간까지 고준위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진흥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바라는 해상풍력법 등과 자신들이 바라는 고준위 특별법안을 맞바꾸는 협상을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고준위 특별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진흥 정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 분명하다. 고준위 특별법안이 제대로 된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21대 국회가 고준위 특별법안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5월 20일
정의당 이자스민의원·양경규 의원,·장혜영 의원,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종교환경회의, 탈핵시민행동, 핵발전소지역대책위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