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프로젝트팀 연극
‘우리가 남기는 흔적의 문양들’
이번 여름은 지난 여름과는 또다른 기후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줬다. 80년만의 폭우가 지나간 뒤 여기저기서 ‘기후위기’라는 키워드가 다시 눈앞에 나타나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플라스틱 줄이기 같은 행동들이 이 거대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싶고, 우리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대학로에 있는 혜화동 1번지에서 8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공연된 ‘우리가 남기는 흔적의 문양들’은 연극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를 사유할 수 있도록 구성한 창작극이다. 한국YWCA연합회에서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시작한 ‘세상을 살리는 100개의 프로젝트 – 흥청망청’의 13개 팀 중의 하나인 보노보 프로젝트팀 작품이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소극장”이라는 용어가 딱 어울리는 정말 작은 공간이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 세팅과 비슷한 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 아주 작은 공연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실제로 보노보팀은 연극안에 사무엘 베케트 원작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하는 장면을 삽입해서 극에 응용했다.) 객석은 단 두 줄로 모든 좌석이 꽉 찬다고 하더라도 20여명 정도가 앉을 만한 크기였다. 연극이 시작되자 네 명의 배우들이 관객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 생생한 호흡으로 이야기하고 노래했다. 20년 전에 마을이 물에 침수되면서 부모님을 잃었던 남매를 포함한 주민들이 새로운 땅으로 이주해서 살았는데, 그 곳이 다시 침수될 위험에 처해지는 이야기이다. 기후위기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지질학자, 개발이 되는 것을 기뻐하며 건설 현장에서 공사를 하다가 폭우에 목숨을 읽게 되는 건설노동자, 마을이 침수되기 전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기록을 시작하는 다큐작가 등이 등장한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신나는 곡조의 노래, 1인 2~3역씩 감당하는 배우들의 호연에 7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몰입해서 연극을 관람했다.
보노보팀은 2016년 여름에 발생한 태풍으로 대구에 사는 친구의 집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 2019년 여름에 발생한 스콜성 장마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없고, 우리의 삶이 기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면서 이번 연극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팀 이름에 들어간 ‘보노보’는 피그미 침팬지라고도 불리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인데, 권력과 폭력이 중심이 되는 침팬지 사회와는 달리 평화를 추구하고 공감을 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의 시작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라는 믿음으로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연대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고 싶다는 구성원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성균관대 연극영화과 8명으로 구성된 보노보팀은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전까지 연습일은 고기 없는 날, 북한산 플로깅, 온라인 제로 웨이스트 인증 모임 등을 실천하고 기후위기를 제대로 이해해기 위한 독서 토론도 매달 진행했다.
한국YWCA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흥청망청 프로젝트에는 보노보팀 말고도 12개 팀이 각 지역에서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의 문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예술가나 독립 서점을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흥해도 청년, 청년이 소망하는 세상”이라는 ‘흥청망청’의 본래 의미와 같이 세상을 살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지원하는 한국YWCA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