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프렌들리 이야기 6
Y – 지역 청년 커뮤니티
김수진
(사)한국YWCA연합회 팀장·(주)로컬프렌들리 대표
YWCA청년들로 구성된 주식회사 로컬프렌들리(Local Friendly)는 초기교회공동체 교제(행2:46)와 YWCA의 지역운동, 청년성에 기반을 둔 회사로 환대(Hospitality)와 휴먼터치(Human Touch)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의 커뮤니티를 디자인한다. 현재 군산 구(舊)도심에서 ‘커뮤니티호텔’과 우리술 보틀샵 ‘술 읽는 상점’을 운영하며 외지인이 군산을 여행처럼 살길 바라고, 지역민들이 계속 살고 싶은 군산이 되길 꿈꾸며 커뮤니티를 기획한다. 2022년에는 YWCA 100주년을 맞이하여 YWCA가 100년간 지녀온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비즈니스화시키고, 지역과 청년의 지속가능함을 위한 고민의 여정이 총 6번의 글을 통해 연재된다.
서울공화국과 지역소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국가 총인구는 감소하는데 수도권 인구집중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지역소멸위기는 더욱 현실화 됐다. 전체 기초단체의 약 50%에 해당하는 지역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지역소멸의 위험은 더이상 농어촌 지역의 사람없음이라는 물리적 소멸 문제를 넘어섰다. 이제는 중소산업도시들의 쇠퇴 문제, 더 나아가 대규모 산업 직접지의 쇠퇴 문제가 실질화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은 4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는데, 비수도권에서 유출되는 대다수의 인구이동인구의 대다수가 청년층임을 감안할 때 향후 지역의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더 커진다. 근대항구도시인 군산은 전북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대규모 중공업이 발달한 도시다. GM 군산자동차 공장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따른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주력산업이 위기를 맞았고, 도시는 침체됐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어 고향을 떠나 타지로 갔고, 가게들도 문을 닫았다.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은 졸업 후 군산을 떠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자리를 찾아 농어촌 지역에서 중소산업도시로 떠나던 청년들이 이제는 그곳마저 떠나게 됐다.
떠나는 청년? 떠나 보내는 지역
지역소멸과 수도권을 향한 청년 유출. 지금껏 지역을 떠나는 청년의 숫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들을 떠나게 하는 지역에 대해 주목해야한다. 지역의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야한다는 마음을 먼저 먹지 않는다. 지역에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떠나는 것 또한 아니다.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는 말은 틀렸다. 지역에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의 다양성과 기회는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떠난다. 임금 수준을 포함하여 일자리의 질과 다양성은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지역은 떠나는 청년들에게 기업유치 혹은 공장 재가동에 대한 플랜카드를 해결책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지역의 청년들에게 주로 지역이 보유한 산업과 관련한 전문이나 비용을 지원한다. 청년들이 기대하는 일자리와 지역의 현실 일자리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과 다를 것도 없는 일자리만 늘려서 청년들을 지역에 붙잡아 두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군산에서도 2017년부터 운영이 중단된 군산조선소가 2023년 1월 재가동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많게는 1천명의 새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회복이 기대되고 있지만, 그 산업과 관련 없는 청년들은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일자리를 찾았다 해도, 지역에 살게됐다 해도
일명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가운데 그런 일자리를 찾았다 해도 지역은 문화적 혜택과 성장의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한계가 있다. 지역 원주민이 지역을 떠나고 싶은 이유도, 외지인의 정착이 어려운 이유도 일자리 다음으로 ‘문화, 여가 생활’을 꼽는다. 지역은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몰두하며, ‘지역 기업에서 일하면 인건비를 준다’, ‘지역에서 창업 또는 전입신고 하면 몇천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등의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도 수명이 있다. 유인에 이끌려 지역에 살게됐다 하더라도 이주한 후의 삶에 대한 고민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약 3년이 지나면 지원은 끊긴다. 그 안에 일자리를 찾는 것도, 창업을 해서 혹은 정착을 해서 삶을 안정화 시키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정주인구·교류인구·관계인구
지역으로의 청년정주인구의 이주는 중요하다. U턴(출신지로), J턴(출신지 언저리 도시로), I턴(연고없는 지역으로)에, 조부모 고향으로의 손(孫)턴까지 다양한 패턴의 이주인구 그룹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지방쇠퇴의 대안으로 ‘지방창생정책’ 추진했는데, 이주에 의한 ‘정주인구’와 관광을 통한 ‘체류인구’ 확대를 넘어, 지방과 다양한 관계를 가진 ‘관계인구’의 창출 및 확대를 강조한다. 지역 이주자나 관광 체류자가 아닌 관계인구는 지역과 관계(緣)을 맺고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지역인구소멸과 그 외 여러 지역의 문제를 청년이 전부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역에 청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산다는 것은 지역에 희망이 되어준다. 4년차 군산에 살면서 만난 청년들의 사정도 다양했다. 군산에서 태어나 현재까지도 군산에서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 군산 출신이 아니지만, 군산 소재의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해서 군산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여행으로 왔다가 군산의 매력에 빠져 이제는 여행자를 맞이하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군산에서 진행된 창업지원프로젝트를 통해 정착한 청년 창업가. 그리고 휴가는 무조건 군산에서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 군산이라는 지역에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들고 있다.
로컬 커뮤니티 디자인로컬프렌들리는 ‘로컬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회사로 지역의 커뮤니티(공동체)를 디자인한다. 지역내 커뮤니티 가치가 성장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지역의 일자리 문제라든지 지역의 청년정주인구 소멸의 문제 등 도시의 문제들을 당장 해결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작은 회사가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YWCA안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우리만의 가치와 커뮤니티 능력으로 군산 청년 창업가, 예술가, 지역민 등 이들을 접착제같이 엮어냈다. 지역 안팎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디자인 함으로써 지역의 지속가능을 꿈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가고, 지역이라는 새로운 삶에 대한 경험을 함께 쌓아간다. 외부청년을 지역에 데려와 정주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군산에 사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재밌게 모여 살도록 단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 다양하고 단단한 커뮤니티가 있는 지역이 결국 외지인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보여진다. 그렇게 지역민 커뮤니티의 무드와 매력에 반한 외지인들 또한 군산을 찾고, 계속해서 군산에 올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확장시키며 관계인구를 만들어 간다.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고 협업을 통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다. 각개전투로 개인이 누렸던 것 그 이상의 경험을 함께 한다. 대도시로 떠나는 유출인구를 막을 수는 없지만,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와 같은 청년 커뮤니티에 초대하여 군산을 떠나야만 하는 지역이 아니라 살아봐도 될 것 같은 지역으로, 군산에서의 삶에 희망을 갖게 한다. 외지인들을 끌어들일만한 확실한 정책은 없지만, 군산에 하루 놀러온 여행자는 지역민의 커뮤니티 안으로 엮어내어 하루 여행으로 왔지만, 하루 살아보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하여 지역살이에 대해 꿈꾸게 한다.
이방인과 원주민 그 사이
군산살이 4년차. 이제는 이방인도 아닌 완전한 군산 원주민이라고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애매한 텐션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지역에 잠깐 왔거나 정착하기 위해 온 외지인들에게는 선배로서 지역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군산-엑소더스를 마음에 품고 사는 지역민이 사회가 주는 떠나지 못하고 ‘남은 패배자’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지역을 즐기며 떠나지 않도록, 사람을 엮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며 지역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작은 동력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2017년 대학·청년YWCA전국협의회 슬로건이 생각난다. ‘지역을 살리는 청년, 원더풀(원하는 지역사회 더불어 풀어가세)’. 한명의 청년은 지역을 살릴 수 없다. 여러명의 청년이 그냥 모여서도 안될 일이다. 모이고 흩어짐은 중요하지 않다. 커뮤니티의 지속성은 ‘가치의 힘’에 있다. YWCA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로컬프렌들리가 구심점 혹은 테두리가 되어 지역 청년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 나아가 그 커뮤니티가 개인의 문제와 함께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우리는 우리의 일을 계속 할 것이다. 지역을 살리는 청년, 청년을 살리는 지역이 아닌 지역과 함께하는 청년, 청년과 함께하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군산에서 로컬프렌들리의 비즈니스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지역민과 외지인의 커뮤니티로 채워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