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WCA연합회가 연대하는 ‘후쿠시마 핵사고 11주년 준비위원회’는 2022년 3월 5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탈핵행동 : 기억하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제그만’을 진행했다. 본 집회에는 한국YWCA연합회를 비롯 수원YWCA와 남양주YWCA 등 10여 명이 참석하여 시민들과 함께 혜화동 로터리와 이화사거리를 행진했다.
아래는 후쿠시마 핵사고 11년 탈핵선언문과 남양주YWCA 조인숙 이사의 마무리발언문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11년 탈핵선언문]
기억하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제그만!
대책 없는 핵폐기물,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한지 11년이다. 사고의 기억은 잊혀가지만, 사고로 인한 피해와 오염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냉각기능 상실로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수소폭발로 이어지면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대기로 바다로 퍼져나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3개 호기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는 무너져 내린 구조물과 콘크리트 등과 합쳐져 1,000여 톤의 파편덩어리(데브리)가 되었다. 문제는 고방사선 방출로 여기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어, 전용로봇을 개발해 투입해 제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상황파악도 쉽지 않은 단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주입하고 있는 냉각수가 빗물, 지하수, 건물 내 오염수 등과 섞이면서 방사성 오염수는 계속 늘어나 130만 톤에 달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작년 4월 주변국과 후쿠시마 주민, 어민들의 반대에도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류를 결정하고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는 핵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탈원전 정책을 채택해 삼척과 영덕, 울진의 6기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하고,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지속하고,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설계수명까지 운영을 보장해, 지금대로라면 2080년대까지 우리는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에서 살아가야 한다. 또 핵발전 수출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역시 추진하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10만년 이상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핵폐기물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지난 정부의 문제를 바로잡고자 했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포화상태에 달한 경주 월성핵발전소에 임시저장시설을 불공정하게 결정하고 건설을 강행했다. 여기에 핵발전소 지역마다 임시저장시설을 짓겠다는 내용을 담은 기본계획을 통과해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 거대정당들의 공약을 보면 다음 정부의 탈핵정책은 더 걱정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면서, 정작 석탄발전이나 신공항 중단과 같은 진정성 있는 공약은 찾아볼 수 없고, 대책 없는 핵발전 확대 공약만 내세우고 있다. 핵발전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승전탈원전 탓’ 프레임을 씌워 정쟁만을 부추기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의 교훈은 어느 틈에 잊어버리고, 핵발전의 이익만 취하겠다는 무책임한 행태다. 핵발전의 사고와 위험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언제까지 핵발전소 지역에만 피해와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안전하고 좋다면 서울처럼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 핵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가? 대책 없는 핵폐기물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핵폐기물 책임,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핵발전은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말로는 해결할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발전소 공격을 보면서 우리가 제2의 체르노빌 사태를 우려하고, 어제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에 핵발전소 출력을 낮추고 마음 졸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언제든 또 다른 무기가 되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 11년, 더 이상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핵발전을 하루 빨리 멈추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길, 탈핵을 향한 길은 계속 되어야 한다.
2022년 3월 5일
후쿠시마 핵사고 11년 준비위원회
[후쿠시마 핵사고 11년 탈핵행동 마무리발언 : 남양주YWCA 조인숙 이사]
어이없이 주저앉으며 폭발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1, 2, 3, 4호기, 파괴된 집들, 모든 걸 잃고 망연자실하는 사람들, 피폭으로 코피를 쏟는 아이들. 11년 전 후쿠시마를 떠올려봅니다. 핵기술을 개발하고, 핵발전을 확대하고, 폐기물에는 현실적인 대책도 없으면서 일단 핵을 늘리겠다는 정치인들은 후쿠시마를 망각했을지 모르지만, 오늘 우리는 후쿠시마 핵사고가 남긴 교훈을 잊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위해 행진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후쿠시마 주민들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제염 특별구역의 대다수가 아직도 고위험 방사성 물질인 세슘에 오염된 상태이고, 먹거리에서도 세슘이 검출되고 있고, 바다 역시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경주, 부산, 영광, 영덕, 울진의 핵발전소 지역과 송전탑 지역이 부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기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지역은 침묵되길 원하는 상시적 피폭의 위험과 핵폐기물의 책임을 온통 떠안고 있습니다.
지역의 고통과 사고 위험수당으로 할인받은 값싼 전기세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우리나라는 이미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 국가로 핵발전소 건설 부지는 물론이고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지을 곳도 못찾고 있는데 어떻게 핵발전을 확대하겠습니까? 또한 기후파국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파이로프로세싱이나 소형모듈원전과 같은 미개발 기술이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어디서 나온 희망입니까?
핵발전은 기후 위기의 대안도, 경제 위기의 대안도 될 수 없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핵사고가 남겨준 교훈입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분산적이고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답이 없는 핵발전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재생에너지를 확산시킵시다!
지금 여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탈핵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위험지역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과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으로부터 우리 땅이 안전하고, 방사성 오염수로부터 우리 바다가 안전하며,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통해 우리 하늘이 안전하도록 계속 행진합시다! 계속 목소리를 냅시다! 계속 기억합시다!
전국 52개 지역에서 함께하는 한국YWCA도 정의, 평화, 생명을 위해 탈핵생명운동을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대책없는 핵발전이 아닌, 안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냅시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