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프렌들리 이야기4
군산살이 3년차,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김수진
(사)한국YWCA연합회 간사·(주)로컬프렌들리 대표
YWCA청년들로 구성된 주식회사 로컬프렌들리는 초기교회공동체 교제(행2:46)와 YWCA의 지역운동, 청년성에 기반을 둔 ‘로컬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회사로 환대(Hospitality)와 휴먼터치(Human Touch)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의 커뮤니티를 디자인한다. 현재 군산 구(舊)도심에서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고, 공간과 연계할 수 있는 커뮤니티 콘텐츠를 기획한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군산으로 떠난 YWCA청년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번호에 싣는다.
비하인드 스토리.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이야기
군산살이 3년이 꽉채워져 간다. 5.6월호부터 3번의 연재로 소개된 이야기 외에도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사건사고가 참 많다. 그것은 우리를 더욱 움직이게 만들었고, 때론 분노와 슬픔을 안겨주기도 했다. 원래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재밌는 법. 웃고 울었던 군산살이 3년차, 로컬프렌들리의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이야기를 가볍게 전해본다.
첫번째 이야기. 여성대표 특혜시비
슬프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젠더갈등! 대한민국 경상도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 ‘딸’로 태어나 살면서 어느 정도 내공도 쌓였고, 단단해져 간다고 스스로 자부했다. 전에는 눈에 심지를 켜고 달려들었을 상황들을 웃으며 차분하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창업을 하며 마주하는 상황들은 오락에서 새로운 ‘보스몬스터’을 만난 것과 같았다, 그래도 ‘아마 지역이라 더 심한 걸꺼야’라는 마인드 컨트롤과 함께 창업과 타지생활 생존에 집중하며 잠시 감각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임계점에 다다른 것일까, 평소처럼 지나치기에는 너무 당황스러운 순간이 찾아왔다.
“나도 여자였으면 좋겠다. 대표님은 여자라 참 좋겠네요. 이거 불공평한 특혜 아닌가요?”
자본을 충분히 마련하고 창업한 사람이 아닌 이상, 창업가는 지원사업과 용역사업을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된다.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여러 절차를 통과하면 ‘여성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여성기업’이 되면 금리우대, 보증료우대 등 다른 기업 인증 제도와 비슷한 혜택을 받게 된다. 가장 큰 혜택이라 여겨지는 것이 있는데, ‘수의계약(입찰과정을 거치지 않고 하는 계약)’ 시 허용범위 2천만원을 넘어 최대 5천만원까지 가능해진다. 바로 이 혜택 때문에 ‘여자만 그렇게 하는 것은 역차별이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여자만 특혜를 준다는 그 물음에 여자인 내가 미안한 마음을 가지길 바라는 것인지 반문이 들었다.
언젠가 뉴스에서 한국 상장기업 중 여성CEO를 포함한 여성임원 비율이 한 자릿수 비율이라는 것을 봤다. 전문적인 통계자료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청년 창업가 모임이나 우수사례 공유 등의 자리에 참석해보면, 대부분 남성CEO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서울에서 열리는 창업가 컨퍼런스는 운영진이 의도적으로 남녀성비를 맞춰서 연사를 초청하려 하지만, 지역에서 마이크를 잡는 것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지금까지 다녔던 지원사업 면접장에 여성 심사위원이 있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여성창업가를 향한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도 많다. 요즘엔 ‘여자가 무슨 사업이냐’는 시선은 덜하긴 하지만, 여성은 리더십이 없고 체력이 좋지 않다든지, 기술적인 전문성이 떨어지고 성과 달성이 빠르지 않다는 등의 편견들이 많다. 그리고 사업을 하다 보면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한데, 특히 지역에서 창업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활용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네트워킹의 장에서도 사업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기보다, 여성대표가 있어서 좋다는 등의 인사가 선행된다. 뭐 분명 기분 좋아지라고 해준 말이었겠지만, 난 그런 식의 기쁨조 역할을 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았다.
여성창업가의 편을 무조건 들어주고, 혜택을 무한정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장기적으로 원하는 바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회복되어, 창업 혹은 기업가 영역에서 이런 혜택 없이도 여성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환경을 여성기업 인증으로 오는 혜택보다도 더 간절히 원한다. 여전히 여자답게 살기 어렵고, 여자이기에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지금도 계속해서 ‘여자만-’이라는 특혜시비가 안주처럼 매번 술상에 올라간다. 창업 자체도 힘든데, 이 기울어진 창업운동장에서 여자 기업인으로 넘어야 할 허들이 너무 많다.
두번째 이야기.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사이
누군가 ‘창업 복음주의’라 칭할 정도로 창업범람의 시대를 살아간다. 청년창업 활성화 정책이 청년 일자리 문제의 대안처럼 주목되어 왔다. 더불어 현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등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대되어 기업의 이윤활동 외에 사회적가치실현 또한 중요해졌다. 이는 곧바로 청년창업생태계에 영향을 끼쳤는데 기본적인 예시로 청년창업지원사업 대부분의 심사 항목 중 적합성, 혁신성, 이행 노력 및 지속가능성 외에도 지역문제해결능력과 같은 공익.공동체성에 배점된 점수도 꽤 높다.
사실 로컬프렌들리는 다른 청년창업가의 출발과는 조금 달랐다. YWCA청년들로 구성된 우리는 YWCA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들이 시민단체 활동으로 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창업 한 사례다. 계속해서 ‘YWCA의 가치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사회를 변화시킴과 동시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익까지 낼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사회적가치와 재무적 가치 둘다 중요하다. 가치적 측면에서 만점을 받아도 수익을 재지 못한다면 꽝이다. 반대로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도 결코 우리의 방향이 아니었다.
사회적 경제 영역 안에는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있다. 이 둘은 비슷해보여도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두개가 상출할 때 사회적 가치를 우선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 즉, 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형태로 생산하는 조직이다. 반면 소셜벤처는 기업의 형태로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생산하는 조직으로, 영리기업도 충분한 사회적가치를 생산할 수 있고, 재무적 가치를 통해 사회적 가치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로컬프렌들리는 어떤 형태를 갖춰야할까? 결론만 먼저 꺼내보자면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그 사이 어딘가’이다.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에 진정성이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만 얽매여 사업의 본질이 흔들린다면, 상품의 경쟁력 없이 단순한 스토리 장사만으로 실질 수익발생이 어렵다면 결국 지속가능성이 없다. 한편, 소셜벤처가 사회적 가치를 이윤추구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가치를 수단으로 여긴다면,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더욱 바닥으로 떨어진다. 항상 중간이 어렵다. 하지만 로컬프렌들리는 엄격한 잣대를 들고 어느 한쪽에도 치우쳐지지 않도록,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 외에 제3의 영역인 그 사이를 공략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우리는 YWCA가 100년간 지녀온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화시키고, 지속가능한 YWCA청년모델 개발과지역내 청년일자리 창출의 한 모범이 되고자 직접 창업에 도전했다. YWCA를 떠나, 창업이라는 새로운 영역 안에 있지만, 오히려 이 곳에서 YWCA를 발견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체득되어 있는 YWCA 가치를 나침반 삼아 기존의 시민단체도 아닌, 사회적기업도 소셜벤처도 아닌 새로운 길을 군산에서 개척하고 있다. 반대로 100년이 된 YWCA 조직의 경직과 관습을 풀어낼 지혜를 군산에서 얻기도 한다. 사실 글로 담지 못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고, 앞으로 담아낼 이야기도 더 많아질 예정이다. 2021년은 끝이 났지만,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로컬프렌들리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많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