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청년학생운동 ‘어제와 오늘의 끊임없는 대화’
한국YWCA연합회 대학·청년 김수진 간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The 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Korea) 청년위원회가 주최하고, 박형규목사기념사업회 길위의학교,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기독청년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기독청년학생운동, 어제와 오늘의 끊임없는 대화’가 2021년 9월 26일부터 28일 저녁 7시, 온오프라인(서울제일교회, ZOOM)에서 공개특강으로 동시 진행됐다. 나는 공개특강 셋째날 활동가의 현장이야기로 참여하게 되었고, YWCA기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YWCA 대학·청년부서 담당 간사로 있으면서 만났던 나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을 풀어갔다.
어제와 오늘의 끊임없는 대화
교회와 기독교 기관이 코로나19 확산의 주요한 지점이 되고, 계속해서 청년들이 교회를 이탈하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청년위원회는 ‘어제와 오늘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주제로 공개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공개특강은 기독청년학생운동의 원로, 선배, 그리고 현직 활동가의 이야기 3개 파트로 나눠 진행됐다. <한국 기독청년학생운동의 초기부터 함께한 원로에게 듣는 기독청년학생운동>은 김용복, 안재웅 원로가 진행했고, <청년학생때부터 지금도 기독운동을 이어가는 선배에게 듣는 기독청년학생운동>은 박승렬, 최종덕, 최철호 선배가 80-90년대 기독청년학생운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이야기했다. 공개특강의 마지막날은 <현장에서 기독청년학생을 만나는 활동가에게 듣는 기독청년학생운동>이란 주제로 양다은, 김수진, 하성웅, 김민아, 김표정, 이광호 활동가가 자신이 속한 단체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자신의 현장과 운동성에 대한 경험을 나눴다(강연자의 자세한 정보는 공개특강 포스터를 참고).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특강은 3일동안 대면/비대면 약 150여명이 참여했다.
현장 이야기1: 청년을 부르는 교회, 청년을 외치는 단체, 청년은 어디에?
청년이 문제해결의 주체였던 7·80년 학생운동 시절과는 달리 이제 청년은 문제 대상으로 전락했다. 기성세대의 눈과 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시각으로 청년을 보았을 때 청년이 있어야 할 자리에 청년이 더는 없는 시대가 되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100대1을 훌쩍 넘은지 오래며, 청년실업률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노동이 자본을 버는 것이 아닌 자본이 자본을 버는 세상, 학력의 인플레이션과 취업시장의 어려움 가운데 학점싸움과 스펙에 몰두하는 청년들에게 사회를 향해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행동은 어쩌면 사치에 가까운 시간낭비 일지도 모른다. 이런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기독교단체인 YWCA에 몰두할 힘이 없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상황이다. ‘함께’라는 말보다 ‘경쟁’이라는 말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세상에서 경쟁이 익숙한 청년들이 공동의 가치를 위해 ‘공동체’와 ‘연대의 힘’을 꿈꿀 수나 있을까.
현장 이야기2: 여기 사이비예요? vs 세례만 받아오면 되나요?
그래도 청년들은 모였다. YWCA안에는 어린이부터 활동했던 YWCA를 떠나지 못해 남아 있는 청년, 단순히 봉사활동을 위해 찾아온 청년 그리고 기독교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Y활동에 이끌려 찾아오는 청년도 있다. 2017년 YWCA 청년 담당 간사가 되고 처음 지역으로 출장을 갔다. 한 지역의 YWCA에서 인준식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인준식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지역YWCA 회장의 대표기도 시간에 참가하고 있던 한 청년으로부터 나는 깜짝 놀랄만한 말을 들었다. “여기 사이비예요?” 나조차 당연했던 예배가 기독교인이 아닌 청년에게, 하필이면 사전에 아무런 공지를 듣지 못하고 친구따라 봉사활동 동아리 가입을 위해왔던 이 청년에게 얼마나 당황스런 순간이었을까. 그날의 예배는 기성세대 스타일의 예배로 준비돼 당연히 비기독교인을 고려하지 못했고, 기독교인인 청년도 참여하기 어려웠다. 그날 나는 인준식이 끝날때까지 기독교기관으로써 YWCA의 역사와 교회와 같은 종교단체와의 다름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YWCA 정회원은 ‘세례 교인 여성’이어야 하지만 청년 회원은 청년 조직과 청년운동 개발이라는 특수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있어서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혹은 기독교인이지만 세례를 받지 않았거나 잠시 교회를 떠나 있더라도 YWCA목적성과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청년YWCA전국협의회 임원이 되려면 ‘세례 교인 여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청년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임원의 자리에 도전해주는 청년들은 너무 귀하다. 몇해 전 임원 후보 등록기간에 한 청년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세례만 받아오면 되나요?” 열심히 교회에 출석하는 기독교인이었지만 모태신앙이 아니었고 하필 교회 일정이 맞지 않아 세례를 못 받은 상황이었다. 후보자 조건에 맞추기 위해 별 뜻없이 질문한 것일 수 있었지만 ‘세례’가 운전면허 취득과 같은 선상으로 느껴져서 기분이 묘했다.
비(非)기독교인, 비(仳)기독교인, 비(沸)기독교인
YWCA 청년 조직인 대학·청년YWCA 안에는 다양한 기독교적 바탕의 청년들이 있다. 크게 ‘기독교인이 아닌 청년(非기독교인)’, ‘아주 독실한 청년(沸기독교인)’, 그리고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가지 않는 청년(仳기독교인)’으로 나눌 수 있다. YWCA 운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비기독교인 청년들과 어떠한 활동을 기획할 때 나는 항상 ‘왜 이것을 해야하는 지’, ‘YWCA의 목적에 맞는 것인지’ 수없이 고민했다. YWCA(Y-청년운동, W-성평등운동, C-기독운동, A-회원운동) 이름 하나하나에 담긴 목적 중 ‘C – 기독운동’, 즉 ‘하나님 나라 운동’에 대해 다양한 신앙적 바탕을 가진 청년들과 어떤 꿈을 꿀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자 과제였다. 이것은 기독청년운동 전체의 향후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C : christian에서 C : community로
YWCA의 ‘C-기독운동’은 ‘하나님나라 운동’이다. 청년들을 ‘향해’, 그리고 이 청년들과 ‘함께’ 어떤 하나ㄴ님나라 운동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나라는 ‘공동체(Community)’다. 그러나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한끼 떼우는 사회’다.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하나님나라 공동체를 ‘함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밥상공동체’, ‘식탁공동체’로 해석했다. YWCA 청년들과 기독운동을 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하나님나라를 맛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아는 성찬식(Communion) 역시 같은 어원에서 유래됐다. 누가복음 7장 34절과 사도행전 2장 46절(“인자는 와서,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니, 너희가 말하기를 ‘보아라, 저 사람은 마구 먹어대는 자요, 포도주를 마시는 자요…”, “…그리고 날마다 한 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집집이 돌아가면서 빵을 떼며, 순전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먹고…”)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YWCA청년들을 잘 먹이고 잘 놀게 했다. 하지만 잘 먹고 잘 노는 것으로 멈추지 않게 했다. 하나님나라 공동체는 단순히 잘 먹고 잘 노는 밥상공동체를 넘어서 하나님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임을 알게 했다(눅10:27).
하나님나라 운동, 하나님나라 공동체
앞서 언급한 말씀 구절의 앞뒤에는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세리와 죄인의 친구다’한다.”,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었다…” 잘 먹고 노는 공동체를 넘어 그렇지 못한 이웃을 위해 실천하는 방향으로 활동들을 기획했다.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고민, 소외받는 이웃을 위한 운동, 생태운동, 평화운동 등을 펼치며 잘 먹고 잘 놀지 못하는 이웃들을 하나님나라 공동체로 초대해야 하는 이유를 나눴다. 기독교 복음을 예배와 설교로 전달하지 않았다. 복음은 복된 소식. 즉, 기쁜 소식이다. 소외받거나 가난한 자들에게는 그 필요가 채워지는 소식이 복된 소식일 것이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곧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하나님나라 잔치에 초대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YWCA 목적문을 함께 해석해보고, YWCA 청년들과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교회의 교리보다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과 하나님나라 공동체 실천에 대해 공부했다.
신앙이 운동으로, 교회가 현장으로
기독교인이 아닌 청년들에게는 진정한 기독교의 가치를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고, 독실한(기존의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로 믿음 생활한) 청년들에게는 ‘근본주의적 해석’의 프레임을 벗겨주어야 한다. ‘Love Jesus but not the Church’라는 말이 있다. 교회의 여러 모습에 고개를 흔들고 떠나온 청년들에게는 다시 하나님나라 운동을 꿈꾸고 사회와 교회를 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앞서 말한 비기독교인 청년들을 위해 이 시대에 요구되고 펼쳐져야 할 하나님나라 운동에 대해 각자의 자리와 현장 안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교육하고 나눠야 한다. 신앙과 헌신을 동일하게 여기며 청년단체의 면목을 세우기 위해 청년을 동원하는 방식의 기독청년운동은 청년이탈 속도를 더욱 가속화한다. 회원으로서의 ‘정체성’과 ‘목적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둘을 잃어버렸기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다. 하나님나라 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YWCA가 있어야 할 곳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신 그곳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문 안’이 아닌 배척당하고 오갈 곳 없는 이들이 모인 ‘성문 밖’에서 하나님나라를 전했다. 오늘날 청년들은 성문 밖에 있는 사람이면서 또 다른 성문 밖 사람들과 함께해야 할 존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