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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프렌들리 이야기] 외지인에게 출신이 되어줄 동네를 찾아서 2021.10.20

로컬프렌들리 이야기3

외지인에게 출신이 되어줄 동네를 찾아서

 

 

한국YWCA연합회 대학·청년 김수진 간사

주식회사 로컬프렌들리 김수진 대표

 

YWCA청년들로 구성된 주식회사 로컬프렌들리는 초기교회공동체 교제(행2:46)와 YWCA의 지역운동, 청년성에 기반을 둔 ‘로컬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회사로 환대(Hospitality)와 휴먼터치(Human Touch)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의 커뮤니티를 디자인한다. 현재 군산 구(舊)도심에서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고, 공간과 연계할 수 있는 커뮤니티 콘텐츠를 기획한다. 군산으로 떠난 YWCA청년들의 3번째 이야기를 이번 호에 싣는다.

 

군산에 정착한 외지인

군산에 정착한지 3년차, ‘군산에 정착한 외지인’이라는 로컬프렌들리(이하 로프)전용 꼬리말이 생겼다. 창업 프로젝트의 성과적인 측면에서 붙여진 인위적인 명칭이라 볼 수 있지만 타지역에서 창업도 힘든데 정착까지 한 용기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는 ‘지역 재생’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비즈니스로 풀어내기 위해 ‘사업 완성’에 힘을 쏟기보다 ‘지역 정착’에 먼저 집중했다. 관광화된 곳이라 할지라도 지속 가능한 동네가 되도록 군산의 일상과 본래의 가치를 발굴하여 ‘지역 재생형 관광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때 외지인의 시각은 장점으로 작용했다. 관광화를 넘어 리빙화를 위해서는 먼저 외지인을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으로 초대하고 지역과 현지 커뮤니티에 연결(link)시켜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지역에 스며들어야 했다.

 

외지인에게 출신이 되어줄 거점공간을 찾아서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2019년 6월, 3개월간의 기본 창업교육이 끝났다. 본격적인 실전 돌입에 앞서 커뮤니티 콘텐츠를 자유롭게 실험해 볼 ‘자체 공간’이 필요했다. 군산 출신이 아니었던 우리에게는 정착을 위한 ‘공간 이상의 공간’ 즉, ‘출신이 되어줄 거점 공간’이 절실했다.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에서 제공된 ‘로컬라이즈 타운’이 있는 영화동은 관광화로 인해 이미 원주민들이 한차례 밀려난 곳으로 우리가 정착하고 싶은 ‘진짜 군산 동네’의 모습이 아니었다. 더불어 관광화된 영화동의 임대료는 초기자본 없는 청년 창업가가 오랫동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영화동과 멀지는 않지만 원주민이 떠나지 않아 동네 자체의 이야기가 살아 있고, 우리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청년들이 있는 동네를 수소문했다. 그렇게 영화동 건너 개복동이라는 동네를 알게 됐다.

 

예술과 낭만, 슬픔과 쇠락이 공존하는 곳 군산 개복동(開福洞)’

하늘이 열리고 복이 떨어진다는 의미의 개복동은 군산시 중앙부에 있는 원도심 중 하나의 동네다. 전북 최초의 극장이 있었던 개복동은 극장가를 중심으로 학교와 악기점, 양복점, 음식점, 신문사 지국 등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화려한 동네였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 한국 현대 문단에 큰 영향을 끼친 문인부터 예술가가 넘쳐나던 한국의 프랑스 파리라 불리는 낭만 있는 장소였다. 한 동네에 2개의 극장이 가까이 있었고, 극장들에 쇼가 들어오는 날이면 당시의 개복동은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골목마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크고 작은 식당과 술집들이 즐비하고 쇼핑, 오락 등을 위해 다양한 계층이 즐겨 찾던 개복동은 오랜 시간 군산 시민들의 시내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러한 동네의 반짝임도 잠시, 2002년 1월, 개복동의 한 성매매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중한 생명 15명이 갇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개복동은 엄청난 속도로 쇠락하기 시작한다. 성매매업소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자연스럽게 주변 술집, 가게 등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더불어 나운동으로 상권이 옮겨지고 CGV와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형태의 영화관이 오픈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운영되던 지역 극장인 우일씨네마와 국도 극장도 자연스레 문을 닫았다.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 찼던 거리에 슬픔이 자리 잡았고, 개복동은 낭만과 슬픔이 공존한 채 잠들었다.

 

지역민으로 살게 해주는 고향, 개복동

하지만 잠들어 있는 개복동을 계속해서 깨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개복동을 지키고 있던 예술가에 이어 2000년대 후반부터 동네 재생을 위해 청년 예술가들이 본격적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청년 창업가와 그들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우리 또한 지역 재생, 청년, 예술문화, 여성 인권 등 동네의 이야기가 살아 있고, 동네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자리 잡은 개복동에 운명처럼 매료됐다. 때마침 우리의 상상을 펼치기에 적합한 90평의 2층 공간과 옥상을 가진 건물을 발견했다. 20만 원이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월세는 우리를 이곳으로 계약하게 이끌었다.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중고 가구로 공간을 채우고, 매일 쓸고 닦아내며 우리의 공간을 직접 손때 묻히며 만들어갔다. 2019년 여름, 로컬라이즈 군산 창업팀을 비롯해 군산에서 사귄 친구들과 공간의 직전 세입자, 건물주, 주변 지역주민들을 초대해서 <와이랩(당시 팀명)제1구역 점령식>을 진행했다. 공간을 소개하는 오픈식이었지만 사실 우리의 본격적인 군산 정착을 알리는 행사였다. 많은 응원을 받은 오픈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계속 개복동 공간은 우리의 고향으로 존재하고 있다. 개복동에 터를 잡은 후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호텔’이 영화동에 세워졌고, 로컬프렌들리의 메인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사업을 펼칠 무대는 영화동이었지만 우리를 지역민으로 살게 해주는 곳은 여전히 개복동이었다.

 

먹고 마시는 회사, 주식회사(酒食會社)

코로나19 사건이 발생하고 관광사업이 중단되면서 로프의 메인 비즈니스인 커뮤니티호텔 운영이 어려워졌다. 전국민이 버티기에 들어갔고, 우리 역시 이 시국을 어떻게 버틸지 고민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그 고민은 우리를 외지인이 아닌 지역민의 입장에 더욱 가까워지게 했다. 우리가 가진 공간을 지역민을 위한 대피소처럼 운영했다. 놀고 즐길 거리가 더욱 부족해진 군산에서 지역민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지키며 동아리 운영과 즐길 거리를 기획했다.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며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에도 지역민과 외지인이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운영해 숙박업에 시너지로 곁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떠오른 게 바로 군산 안팎의 먹거리, 마실 거리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개하는 것이었고, 이 생각은 먹고 마시는 행위를 더해줄 로컬샵 기획으로 연결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프의 세번째 공간이 바로 ‘술 읽는 상점’이다. 로프의 로컬샵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지역민과 외지인의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곳이 됐고, 개복동 상인들과의 콜라보 등 코로나19로 침체된 아픔을 커뮤니티로 회복하고 해결하는 공간이 됐다. 이러한 우리의 움직임은 2021년 10월 진행되고 있는 온택트 군산시간여행축제 ‘개복동 편’을 기획,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우리 모두, 로프가 돈을 벌었으면 좋겠어

사실 창업팀들 사이에서는 로컬프렌들리를 향한 더 재밌는 응원이 있다.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해?” , “로프가 돈을 벌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회적 가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비영리 활동가들이 함께 잘 살아가는 지역모델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정성으로’ 만들어가는 여정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다. 로프의 커뮤니티 디자인은 지역 안과 밖을 연결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 안에서의 연결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만 반짝 단독으로 잘되는 사업모델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협업해서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YWCA안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우리만의 가치와 커뮤니티 능력은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 내 창업팀들을 포함한 군산 청년 창업가, 예술가, 지역민 등 이들을 접착제같이 엮어낸다. 이것은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역량이다. 지역민과의 결합과 커뮤니티의 가치는 어쩌면 번거로운 일일 수 있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군산에 사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재밌게 모여 살 수 있도록, 지역민 커뮤니티의 분위기와 매력에 반한 외지인들이 군산을 찾을 수 있도록, 더 나아가 계속해서 군산에 올 수 있도록, 지역에서의 삶을 꿈꿀 수 있도록 즐거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공간오픈과 지역정착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개복동 거점공간 (좌측부터) 직접 손으로 만든 공간 전경, 공간오픈과 지역정착을 알리는 행사 포스터(당시 팀명 와이랩), 여러 사람들이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공간오픈을 축하하며 의자를 후원했다.

 

개복동 모과쉼터 축제 현장(좌측부터) 지역민이 함께 운영하는 ‘비둘기책방’, 작은 공연이 진행되는 ‘모과나무작은무대’, 오래된 건물 뒷벽을 활용한 대형홍보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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