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CA 탈핵기후생명운동, 이제는 지역과 청년이 함께 새 길을 만들어야 할 때”
(사)한국YWCA연합회 100년사 편찬위원회 연속 세미나 그 두번째,
한국YWCA, 탈핵운동의 역사 돌아보며 새로운 전환점 모색 《YWCA 탈핵운동사 오픈토크》 개최
한국YWCA는 지난 3월 25일, 《YWCA 탈핵운동사 오픈토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YWCA 100년사 편찬을 위한 두 번째 세미나로, 2000년대 이후 한국YWCA의 탈핵운동을 돌아보고 지역과 청년의 시선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사)한국YWCA연합회 A스페이스 현장과 온라인 Zoom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병행된 이번 자리는, 전국에서 참여한 회원Y 활동가와 청년들이 함께하며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행사는 글로컬청년네트워크팀 김수진 팀책임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발제와 패널토크, 참여자와 함께하는 오픈토크 순으로 이어졌다.

온·오프라인 참가자 모두가 함께 한 단체사진
탈핵운동, “창조세계 보전을 향한 신앙 고백이자 생명운동”
1부 발제는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김혜정 대표가 맡아, 2000년대 이후 한국YWCA의 탈핵운동의 주요 흐름을 짚었다. 김 대표는 “핵발전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핵과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는 신앙 고백을 운동의 출발점으로 강조하며, YWCA 탈핵운동의 신앙적 기반을 환기했다.
YWCA의 탈핵운동은 여타 환경·시민 단체들과 구분되는 여성 중심의 감수성과 폭력에 저항하는 운동 정신 위에 실천을 쌓아온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YWCA는 생명에 대한 절박함, 감수성, 실천력이 실질적인 운동의 동력이 되었고, 탈핵운동을 해온 주체로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고리 1호기 폐쇄 운동을 중점사업으로 채택한 이후, 전국 YWCA의 집중적인 연대를 이끌어내며 10만 명 서명운동을 달성하고, 시민참여 캠페인과 언론 활동을 통해 영구 정지 결정을 이끌어낸 성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후 고리 1호기에 이어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운동,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참여, 신규 원전 예정부지 백지화,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 등 지역 중심의 실천을 전국적 의제로 끌어올린 일련의 흐름을 되짚었다.

그는 “고리1호기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운동 모두 동부지역 YWCA가 중심이 되어 활동했고, 전국 YWCA가 연대해 전국 운동으로 발전시켰다”며, 지역과 전국 YWCA의 유기적 협력이 성과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또한 불의 날 캠페인을 통해 YWCA만의 지속적인 운동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설명했다. 매주 화요일 정오, 전국 YWCA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온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졌고, 시민들의 인식 전환과 탈핵운동의 일상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좌) 150차 불의 날 캠페인 연합회 회관 앞, (우) 200차 불의 날 캠페인 명동거리 행진
특히 고리 1호기 폐쇄 과정에서는 정치적 이념을 초월한 실천 연대의 사례도 공유되었다. 김 대표는 “두 달 만에 10만 명 서명을 달성하고, 여야를 망론한 시민사회 공동 대응을 이끌어냈다”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121개 단체의 범시민본부가 꾸려지고 실제로 정치권과 언론, 국회를 움직이게 된 과정 속에서 YWCA의 실천력과 조직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탈핵이라는 단어가 갖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YWCA는 핵과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는 신념 아래 실천해왔다”며 “이러한 원칙이 앞으로의 운동에도 살아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의 운동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역 YWCA와 함께 실질적 성과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한국YWCA 탈핵운동, “지역과 청년”
2부 패널토크는 “지역과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졌다.
첫 번째 패널 이현주 (사)청주YWCA 국장은 ‘지역 현장에서 탈핵생명운동: 함께 만드는 변화’라는 주제로 청주YWCA의 지난 10여 년간의 탈핵 활동을 공유했다. 청주는 핵발전소가 없는 지역이지만, 방사능, 먹거리, 에너지 소비 등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의제를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탈핵운동의 외연을 확장해온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탈핵운동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이다. 그 본질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하며, 과거처럼 거리에서 열정적으로 외치던 캠페인 방식이 지금은 시민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자각 속에서 “지금의 언어와 방식으로 운동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의 한계를 되짚으며, “단호함과 영리함 사이에서, 본질을 지키면서도 실효적인 방식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리고 정책과 정보에 대한 기초적 이해, 실무자의 학습 동기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조직문화, 공론장의 흐름을 민첩하게 감지하는 현장의 역량이 운동의 지속성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스스로 ‘이런 게 필요해’라고 요구하게 만드는 방식의 캠페인, 예컨대 방사능 먹거리나 생활 속 에너지 이슈를 활용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며, 실천형 활동가가 지역에서 자라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내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두 번째 패널인 진해인 YWCA생명비전연구소 연구원은 2024년 YWCA <청소년 주도의 탈핵기후생명운동> 연구에 청소년 연구자로 참여한 경험을 공유했다. 발표에서는 청소년 2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청소년은 많지만 핵발전소의 위험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핵발전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위험보다 방사능 오염수나 식품 안전과 같은 일상에 밀접한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으며, 이는 핵발전 관련 정보와 교육의 부재, 친원전 이데올로기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연구원은 청소년들이 “핵발전은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탈핵 이후 사회에 대한 상상과 대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의 친원전 홍보가 교과서, 미디어, 대중문화 속에 무분별하게 스며들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과 정보 접근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보의 양과 질이 부족하고, 탈핵과 기후위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주는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도 청소년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교육과 캠페인, 탈핵 이후 사회를 그려볼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 정책 의견 수렴 구조 마련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YWCA가 청소년 연구 참여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의 주체로 인식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경험이 매우 의미 있었음을 밝히며,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이 탈핵운동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토크 –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다시 시작하는 탈핵운동
이어진 오픈토크에서는 참가자들의 활발한 발언과 제안이 이어지며, 한국YWCA 탈핵운동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다층적으로 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여러 발언자들은 “운동의 출발점은 여전히 같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환경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정치적 조건은 물론, 회원Y의 리더십 세대와 운동을 실현해나가는 주체들도 달라졌다. 가장 처음 탈핵운동을 시작했을 당시 가졌던 막연함을,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마주하고 있다는 고백도 나왔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무엇을,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특히 “탈핵”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무게와 거리감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유되었다. 어떤 언어로 시민에게 다가갈 것인가, 시대 변화 속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어떻게 전환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혜정 대표는 “움직이는 현장이 없을 때 운동은 선언적인 언어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원칙을 지키되 지역 YWCA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다시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탈핵이 어렵다면 우회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핵과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는 우리의 신앙적 기반이 여전히 운동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국장은 “우리는 주장만 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해온 이들”이라며, 단호함과 유연함을 오가며 시민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실천 방식을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탈핵이라는 용어 자체의 부담감보다도 시민들의 삶과 만나는 언어를 고민해야 한다며, “먹거리, 건강, 에너지 소비 등 일상과의 접점을 갖춘 캠페인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해인 연구원은 발표 이후 이어진 발언에서, 청소년들이 “좋은 말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묻는 상황을 언급하며, “기후위기와 핵발전 문제를 더 선명하게 연결하고, 실현 가능한 미래상을 함께 상상할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탈핵운동이 제도화되고 사업화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의 역량이 흩어지고, 활동가 내부의 동력 역시 약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참석자들은 “핵심은 방향을 선명하게 세우고, 지금 이 자리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다시 실험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회원Y의 주도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장치 마련, 일상과 연결된 탈핵 아젠다의 재구성, 청년과 활동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습의 기회 등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사회자는 “우리는 다시 지역과 청년의 손을 붙잡고, YWCA 탈핵운동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며 “오늘의 대화가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관계와 연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오픈토크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향후 YWCA 100년사 편찬 과정 속 ‘탈핵생명운동사’의 주요 기록으로 정리될 예정이다. “핵과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는 변함없는 신념 아래, 지역의 회원YWCA와 청년들이 다시 함께 만들어갈 탈핵기후생명운동의 전환점을 예고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