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차 기후정의기도회 성명서]
묵은 땅을 갈아 엎고, 정의의 씨앗을 뿌리겠습니다
‘정의를 뿌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두어라. 지금은 너희가 주를 찾을 때이다. 묵은 땅을 갈아 엎어라. 나 주가 너희에게 가서 정의를 비처럼 내려 주겠다.'(호세아 10:12)
후쿠시마 13주년이 지나갑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를 핑계로 핵발전소의 수명을 더 늘리고, 더 건설하고, 더 많은 핵폐기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매일같이 기후재난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폭염과 한파, 홍수와 가뭄, 강력한 태풍과 숲을 집어삼키는 산불, 냉해와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재난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동‧식물은 멸종의 위기에 처했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은 삶의 터전과 생명을 빼앗겼습니다. 이러한 재난이 점점 더 큰 위기로 번져갑니다. 더 많은 이들이 위기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초래한 이들은 살 곳을 빼앗긴 이들의 눈물 위에 자신들의 집을 짓고, 고통당하는 이들의 아픔 위에서 행복을 누렸습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위기에 맞설 해결책을 찾아내고, 고통받고 쫓겨난 이들을 위해 일해야 할 정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시민들은 위기를 직감하고 변화를 촉구하는데도 정치는 아직도 멈추어 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현 정부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변화를 시작하십시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이하 IPCC)의 6차 보고서가 말하는 바는 간명합니다. 현재의 기후위기는 인류의 탄소배출로 인한 것이며, 탄소배출을 줄여나가서 수년 안에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가 같게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실패할 경우 결국 지금보다 더 심각한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고, 결국 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비롯한 문제들이 발생 될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당면한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정책적 변화가 절실합니다. 전기 에너지의 생산방식을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물론, 탄소배출이 심각한 각 영역에 규제를 통해 탄소배출을 절감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안전하지 않고 깨끗하지 않은 핵발전소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법제화를 통해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하고 가동 중인 발전소의 문을 닫아야 한다면 실직할 노동자들의 전환도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불어 탄소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그간 탄소배출을 통해 이익을 얻어온 기업들이 기후위기의 해결에도 책임 있게 나설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절실합니다. 지금이 기후위기의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합니다. 지금 변화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지금이야 말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변화를 시작할 정치와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십시오!
우리는 수많은 재난을 경험했습니다. 이미 기후재난으로 죽거나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재난 상황에서 우리의 이웃들이 고통당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지하방과 지하주차장에서 수해를 당해 죽임당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폭우 속에서 거리 위에서 참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더위로 인해 온열질환을 겪기도 하고, 폭염 속에서 에너지 빈곤으로 인해 손 쓸 방법도 없이 죽어간 이들도 있습니다. 농민들은 한해 땀 흘려 재배한 작물이 폭염과 홍수, 냉해, 태풍으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습니다. 어민들 역시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온도의 변화와 산호초 백화현상 등으로 인해 어종의 변화와 어획량 감소 등의 위기를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재난의 상황 속에서 고통당하는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정의입니다. 재난 속에서 무력하게 생명을 잃지 않도록 재난 대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재난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생명의 밥상을 위한 일을 담당하는 농어민을 위한 일들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주거, 에너지 문제와 식량문제 등 인간 생존에 직접적인 과제에 관하여 공적인 구제방식들을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적응의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시스템을 정비하고, 안전을 위한 방책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 모든 일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의입니다. 고통당하는 피해자를 가장 최우선에 놓고, 그들의 입장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정치는 수많은 기후재난이 초래한 죽음 앞에서 이미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간의 적응을 위한 정책이 부재했을 뿐더러 위기에 대해서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우리가 겪은 참사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이상은 안됩니다. 책임지지 않는 불의하고 무능한 정치를 우리는 더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정의를 뿌려 사랑의 열매를 거두는 꿈을 꾸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묵은 땅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시민들을 대의한다고 떠들던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위기 앞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죽어가는 자리에서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말하면서도 결국 기후위기에 대해 책임져야 할 기업들이 다시 이익을 얻게 만들고,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법에만 골몰했습니다. 기후재난은 당장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데 시급한 행동에 나서긴커녕 핵발전소 타령으로 세월을 허송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굳어진 땅을 갈아 엎고, 새롭고 부드러운 토양 위에 정의를 뿌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둘 것입니다. 책임을 방기할 뿐더러 회피하는 불의하고 무정한 정치 대신, 창조세계 특히 약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더불어 우리는 신음하는 이웃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정의를 비처럼 내려주시는 날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2024.3.12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