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
수상자 수상소감
대상 김영란(서강대학교 석좌교수, 전 대법관)
얼마전 YWCA로부터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되어 너무 깜짝 놀랐다. 특별히 여성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1981년부터 30여년을 판사로 일했는데, 남성 중심적인 법조 사회에서, 여성 차별을 위해 싸워야겠다 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산적한 재판 업무부터 잘 처리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여자라서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났는데 그런데 집안일을 다 제치고 언제나 법원 업무가 우선이었다. 무엇보다 늘어나는 여성 후배들이 나로 인해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되었기에 사적 삶을 위한 틈을 낼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성판사들은 여성이니까 일을 제대로 못한다든지, 의존적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남성판사가 하지 않는 노력까지 해야 한다. 사실 수퍼우먼도 아닌데, 그런 얘기까지 들어가며, 그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다 어느 날 어느 여성사회학자의 글에서, ??여성 국회의원이나 법조인이 있다 해서 여성 권리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여성이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쓴 글을 읽었다. 충격이었다. 나름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열심히 산다는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그런 것이어서, 전적으로 그 지적에 동감을 하고, 그러면서도 속해 있는 남성중심의 법원 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그 부작용이 얼마나 더 클 것인가, 그래서 그 안에서 평가받는 것이 급선무라는 마음을 다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되면서 여성 후배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법원 내에서 여성판사가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시도하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저에게 젠더관점을 가진다는 것, 젠더 관점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유효성을 어느 지점에서 찾을 것이냐, 이런 과제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여성법관으로서의 역할이 엘리트 여성으로 권리를 찾는데 한정되지 않았나, 그런 반성적 사고와 함께, 남성중심 사회에서 인정받은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데 까지 사고의 지평을 넓히게 되었다. 여성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전근대를 거친 후, 당연히 인정되는 여성의 권리를 찾아오는 여성의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는데 여성 동등권을 찾기 위해 노력해오신 YWCA와 선구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형식적인 권리 찾기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고 평가되는 오늘날, 젠더관점이란 것이 또 어떤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져야 할 것인지 하는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고 할 수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폐쇄성을 걷어내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라고 했는데, 이 시대에서 젠더관점이란 것이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집단적 사고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이견제기자의 관점, 내부고발자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젠더라고 했는데 이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고, 닫힌 세계에 이견 제기자로 확고하게 서는 것을 젠더관점이라 부르고 싶다. 점점 소통이 어려워지는 우리 사회에서 이견을 가진 사람도 훌륭한 소통을 서로 할 수 있다, 또 그에 따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젠더관점의 현재적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일하면서 김영란 법은 이런 대안을 제안하는, 젠더관점을 발전시킨 법이라 생각하는데, 이 법은 국회 상임위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우리 사회가 시기상조이거나 불필요한 규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 이 상의 수상을 사양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한 YWCA와 여성지도자 활동가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고 감사드린다.
젊은지도자상 김혜정(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너무 많이 떨리고 감사하다.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저에게는 매우 과분하고 송구스럽고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이 너무 많이 든다. 기쁜 마음 보다는 부담스러운 게 현재 심정이다. 스물여섯 살에 제 고향 울진에서 탈핵운동을 시작할 때는 좋아서 한 일이라기보다는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시작했다. 활동가들과 함께 치열하게 일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고립될 때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원래 운동은 없는 길을 만들어가고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는 일이다, 그런 생각으로 현재에 더욱 충실하고 현장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이렇게 활동을 했지만 시련과 공백이 없었던 건 아니고, 공백기를 거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다시 탈핵 운동가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오면서는, 20대에는 필요로 하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을 했다. 정말로 최선을 다해 활동을 하다가 YWCA회원들도 많이 만났고 엄마들과 여성들도 많이 만났다. 그래서 이제는 탈핵운동이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고, 많은 여성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날마다 희망을 확인하고 있고 날마다 새로운 탈핵운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누구보다 상을 기뻐했던 사람들은 YWCA탈핵운동 활동가들과 후배들 그리고 일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라,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동료와 후배들에게 같이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싶다. 이 상이 후배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고 활동가로 살더라도 잘될 수 있다는, 평가받을 수 있다는, 희망일 될 수 있다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이제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 잘할 수 있고, 보다 성숙하고 성장하는 여성운동가로 서겠다. 여기 있는 많은 여성들과 함께,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핵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