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희망문화제 '우리가 밀양이다’ 선언문>
지난 5월 29일,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되었습니다. 주민추천 3인, 한전추천 3인, 여당, 야당 1인씩에 위원장까지 총 9명이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8년을 싸워 얻어낸 40일이었습니다. 그 40일도 그냥 얻은 것이 아닙니다. 밀양 어르신 20여명이 뙤약볕 아래 쓰러지고 다치면서 얻어낸 금쪽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7월 2일, 한전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이 ‘한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보고서 초안을 제출했습니다.
전문가로서의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을 져버린 짓입니다. 애초에 ‘한전’편을 들기로 했을 뿐, ‘협의’하고 ‘대안’을 모색할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밀양주민들에게 협의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익을 위해 한전에 협조하는 전문가들을 보면서 시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사회의 불의와 억울함을 성토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희망과 연대를 노래합니다. 지난 8년 동안 밀양주민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불의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내가 원치 않는 일은 다른 이들에게 강권해서도 안 되고, 내 삶이 편하자고 다른 사람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킬 것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을 주민들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것’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에도 핵전기, 석탄전기, 가스전기, 태양전기, 바람전기가 있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원한다면 핵전기는 써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편하게 전기를 쓰기까지 그 전기가 산 넘고, 강을 넘고, 마을을 넘어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765kV 송전탑을 따라 얼나마 큰 고통과 눈물이 흐르는지를 알고 나니 도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이 땅의 폭력적인 전기 생산체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첫째, 정부와 한전에 요구합니다. 진정성을 갖고 밀양문제를 함께 풀어야 합니다. 이미 신뢰를 상실한 전문가협의체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한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보고서 채택 노력을 중단해야 합니다. 나아가 송전선의 기술적 대안만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아니라 송전탑의 영향, 과정의 공정성, 대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진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둘째, 대통령과 산업부에 요구합니다. 원전을 중심으로 한 대량생산 대량송전 방식의 에너지 체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습니다. 현재 수립과정 중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방향을 수요관리와 지역형 분산형 에너지 체제로 전환해 주십시오.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대형 원전 건설계획은 모두 백지화 되어야 합니다. 수명 만료된 원전은 폐쇄해야 합니다. 에너지 수요관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셋째, 전기요금에 제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은 우리사회를 ‘전기 소비 중독 사회’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역별차등요금제를 비롯해 전기요금에 대한 제값을 지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도시 소비자들도 전기를 소중히 잘 사용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농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직접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주십시오. 시민들도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는 밀양만이 아니라 도시의 삶을 떠받치기 위해 전기와 자원을 생산해 보내주는 모든 지역에 감사를 표하며, 그 짐을 조금이라도 덜기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약속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땅과 공기를 공유하는 한 동네 사람입니다. 밀양의 아픔이 곧 우리의 아픔입니다. 이제 우리는 방관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밀양의 평화를, 생명을, 농사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이 모였습니다. 돈과 이득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위해 함께 모였습니다. 오늘을 축하하기 위해 노래하고, 춤추며, 시를 낭송하고,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꽃을 피울 것입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는 우리를 더욱 더 단단하게 이어줄 겁입니다. 우리는 더 자주 만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2013년 7월 7일
탈핵희망문화제 ‘우리가 밀양이다’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