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네트워크지원센터 대표)
오늘은 YWCA의 99주년을 맞아서, “BEYOND 100년, 어떻게맞을까?”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려고 합니다. 모든 세대마다 각자 담당해야 할 몫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어머니 세대는 전쟁을 겪으셨고, 부모님 두 분 다 구사일생을 경험하셨고 두 분은 전쟁 후에는 산업화시대를 지나오셨습니다. 저의 경우는 1960년생인데, 보통 민주화 세대라고 불립니다. 한국 역사 속에서 각 세대는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YWCA는 어떨까요? YWCA는 일제 치하에서 젊은 여성 그리스도인들을 깨우고 연합하기 위한 운동으로 1922년에 시작된, 한국 근대사와 교회사, 그리고 여성운동사에 너무나 소중한 단체입니다. 99주년을 맞음에 축하드리고, 이제 곧 100세가 된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합니다만, 또 한편으로 그렇기에 편안한 덕담보다는 조금은 심각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려고 합니다.
99주년 기념예배 설교 요청을 마주하며 제마음속에 떠올랐던 이미지는 이스라엘의 역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여호수아에서 사사들의 시대로 넘어가는 그 기간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고난받다가 모세의 인 도를 받아 광야를 지나게 됩니다. 그 후 여호수아 시대에 들어서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가나안 땅을 정복합니다. 그 후 가나안땅에 정착하는 시기를 사사 시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을 그렇게 잘 정복했음에도, 막상 그땅에 들어가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뜻을 잘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다스리는 국가가, 즉 신정국가가 될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서 보는 “1-2-3세대”
사사기 2장6-10절
6 전에 여호수아가 백성을 보내매 이스라엘 자손이 각기 그들의 기업으로 가서 땅을 차지하였고 7 백성이 여호수아가 사는 날 동안과 여호수아 뒤에 생존한 장로들 곧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모든 큰일을 본 자들이 사는 날동안에 여호와를 섬겼더라 8여호와의 종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백십 세에 죽으매 9 무리가 그의 기업의 경내 에브라임 산지 가아스 산 북쪽 딤낫 헤레스에 장사하였고 10 그 세대의 사람도 그 조상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
이스라엘의 역사는 크게 3세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세대는 모세 세대로, 키워드는 ‘탈출과 구원’입니다. 이집트의 문화와 세계관과 가치관으로부터 탈출한 세대입니다. 탈출 후에는 광야를 지나며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합니다. 이 1세대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혹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세대입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역사를 실제적으로 강하게 경험합니다. 그만큼 많이 고생도 합니다.
2세대는 여호수아 시대로, 오늘 본문의 6~8절로 축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세대의 키워드는 ‘정복과 안착‘입니다. 1세대가 탈출과 구원을 통해 이룬 열매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세워나가는 때입니다. 새로운 정체성을 세워 자기다운 삶과 사역을 이어나가는 것이죠. 열매도 많이 맺고 영향력도 상당히 많이 발휘할 수 있는 때입니다.
3세대는 2세대의 안정을 계승하며 필요에 따라 새롭게 혁신하는 때입니다. ‘계승과 혁신’이 그 키워드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경우 오늘 본문의 10절이 말하듯이 이 3세대를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라고 표현합니다. 매우 불안한 구절이죠. 사사기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왜 이렇게 됐는지 성경에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하진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이 3세대에게 1세대와 2세대가 겪은 사건 자체는 이야기로 남아있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들과 함께 했던 하나님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은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이 ‘세대론’은 현대의 조직과 개인의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3세대에서 실패를 많이 경험합니다. 1세대는 탈출 뿐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개척해 나가야 하기에 온 힘을 기울이게 되고, 그리스도인들의 경우에는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없이 하나님만 의지해서 선한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을 하나님께서는 축복하십니다. 그렇게 자리가 잡히면, 2세대는 그들을 부르신 하나님의 부르심을 잘 이뤄나갑니다. 열매도 거두며 번창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후 3세대로 들어간 많은 조직이 생명력을 잃거나 계승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YWCA는 현재 3세대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세대는 1-2세대의 투자와 헌신의 열매를 마음껏 누립니다. 그리고 혁신에 필요한 재원과 사람, 그리고 과거의 경험 등 여러 자원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굉장한 이점입니다. YWCA도 훌륭한 인적 자원과 충분한 물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생각됩니다. 반면에 이 3세대는, 그들이 받은 축복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또한 이때까지 일하셨던 하나님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 하나님이 없어도 그들이 가진 자원으로도 조직은 잘 돌아갈 수 있기에 하나님을 절실하게 의지하지 않습니다. 이건 무서운 얘기입니다.
이스라엘의 3세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광야를 지나며 하나님만 의지하던 선대들과 다르게, 이 3세대는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 자신이 짓지 않은 집에 살며 자신이 심지 않은 포도나무의 열매를 따먹게 되고, 그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특별히 더 의지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하나님을 버린 것은 아닙니다. 한 번도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버린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말로만 믿었고 실제로 의지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다른 신을 겸하여 믿었습니다.
3세대는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크신 하나님을 잃어버릴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약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내게 되면, 조직의 부르심이 불분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대신 그 조직 자체와 재산, 그리고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부르심은 약화되고 개념으로만 남아있게 되며,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하나님의 ‘거룩한 눈치’를 보는 사람들도 사라져갑니다. 그렇게 야성이 사라지고, 결국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그 조직은 무너지게 됩니다.
사사기 3장1-2, 4절
1 여호와께서 가나안의 모든 전쟁들을 알지 못한 이스라엘을 시 험하려 하시며 2 이스라엘 자손의 세대 중에 아직 전쟁을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그것을 가르쳐 알게 하려 하사 남겨 두신 이방 민족들은… 4 남겨 두신 이이방 민족들로 이스라엘을 시험하사 여호와께서 모세를 통하여 그들의 조상들에게 이르신 명령들을 순종하는지 알고자 하셨더라
본문을 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그들의 부르심을 따라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나안 땅에 이방 민족을 남겨두셨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3세대가 새로운 문제를 당면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나님만 의존하는 것을 배우고, 그렇게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3 세대에게 남겨두신 과제입니다. 이 과제를 잘 해결하여 2, 3세대를 계승하고, 자신들의 과제를 혁신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사사기적 상황이 재연되고는 합니다.
Beyond 100년을꿈꾸는 YWCA에 드리는 제안
YWCA도 3세대로서 3세대의 사명 완수를 위해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번째, YWCA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선명히 하고 그 부르심을 계승하십시오. 리더들이 먼저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이 부르심을 계속해서 선명하게 해나가셔야 됩니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이 부르심과 관련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사명선언서’(Mission Statement)라고 부릅니다. 사명선언서는 세대가 바뀌면서 개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는 과거의 사명선언서를 두고 기도하며 실제로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계승한다는 것은 이렇듯 자기 시대에 맞는 부르심의 재해석을 의미합니다.
99주년을 맞은 YWCA가 100년째로 잘 넘어가려면, 리더들은 1922년도에 하나님께서 주셨던 그 부르심이 어떤 식으로 계승되어 왔는지 잘 살피고, 현재의 YWCA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돌아보셔야 합니다. Association은 톱 리더가 결정한 것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조직체입니다. YWCA의 멤버들이 100주년을 앞두고 어떻게 함께 부르심을 선명히 하고 계승해 나갈지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지속적 혁신을 위해 인적 쇄신을 단행하셔야 합니다. 지속적 혁신은 자신의 시대 속에서 그 부르심을 재해석하는 것을 뜻하는데, 지난 세대가 현시대에 비춰 그 부르심을 재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재해석의 자리에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인적 쇄신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틀이 필요합니다. 이는 물론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부르심을 계승하는 것을 전제합니다.
YWCA가 이 인적쇄신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YWCA의 이름 중 C (Christian)와 W (Women) 뿐 아니라 Y (Young)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이 또한 여러분의 사명입니다. 특별히 리더들이 앞장서서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번째로는 원로들은 지혜를 나눠주며 현장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의사결정의 기회를 젊은 세대에 나눠 주고, 그 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멘토가 되어 주셔야 합니다. 지시나 감독이 아니라 멘토링이라 말씀드린 것은, 그것이 ‘어른’과 ‘노인’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계속해서 젊은이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들을 감독합니다. 그러나 ‘어른은 그들을 코칭과 멘토링으로 섬기며 지혜를 나눕니다. 사실 원로들의 지혜는 정말 값비싼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했는데, 너네는 이 시대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참고하렴. 같은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담아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혜이고, 이 지혜를 취사하는 것은 다음 세대의 몫입니다.
원로 여러분, YWCA에 계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실제로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일하셨던 때 아닙니까? 그때로 돌아가셔서, 현장에서 지혜를 계속 나눠 주십시오. 혹시 아직도 에너지가 많이 있으신 분들은 이미 가꿔진 산지에 머물지 마시고, 갈렙처럼 새로운 산지를 향해서 나아가십시오. 이 일 또한 원로들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사랑하는 YWCA연합회 여러분. 저는 YWCA가 100년을 넘어 150년, 200년도 넘게 존속하기 바랍니다. 단, 앞서 말한 3세대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세가지를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YWCA는 안정적인 조직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기에, 사명을 완수하지 않고도 200년을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은 무너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하나님은 그런 YWCA를 통해서는 강력하게 역사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과거의 유산을 기반으로 제 3세대의 새로운 사명을 감당한다면, 창립 때 그랬듯이 한국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조직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부르심을 선명히 하고 그것을 계승하기 위해 애쓰십시오. 지속적 혁신을 가능케 하는 인적쇄신을 단행하십시오. 그리고 지금까지 수고하신 원로들은 지혜를 나누며 현장으로 돌아가십시오.
Beyond 100년,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YWCA가 되시길 기대하고 또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