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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가능성과 남북관계 전망

글: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2020년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UNSCR1325 25주년을 맞이한 해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올해 ‘길위의 평화포럼’은 ‘평화협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주제로 포럼단, 탈북여성들과 더불어 총 4회 열린다. 지난 7월 9일(목) ‘한반도 평화체제 가능성과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진행된 ‘제1차 길위의 평화포럼’ 강의 내용을 싣는다.

 

북미관계 교착과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한을 비롯한 관련국 상호간에 공식적으로 전쟁상태를 종식시킴으로써 법적·제도적 및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보장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1953년 7월 27일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의 체결로 한반도에서 정전체제가 수립된 이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해서 전개되어 왔다. 특히 2018년부터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4.27, 5.26, 9.18-20)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6.12, 2019.2.27-28), 남북미 정상간 판문점 회동(2019.6.30)이 이루어지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왔다.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채택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2018년)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규정되었고(제3조 3항),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양측은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는 최종단계에서의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하고,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 증진에 기여해 나가고자 하였다.

하지만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간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북미관계의 교착은 남북관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사적 충돌의 방아쇠 : 대북전단 살포
남북 정상 간 합의이행이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 전단지 살포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6월 9일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결 전화, 동‧서해 군 통신선, 남북 정상 직통전화 등 남북 사이 모든 연락망을 단절시켰다. 같은 날 북한은 이러한 조치가 전날의 대남사업 부서 총화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결정한 이후 나온 첫 단계 행동’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6월 16일에는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의 상징적 건물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6월 17일에는 대규모의 대남 삐라 살포를 예고했다. 남측 민간단체의 행위를 빌미로 북측도 대남 삐라 살포와 확성기 설치 등 4.27 판문점 선언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6월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려 남북관계는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대북전단이 남북관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킨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대북전단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4년 10월 10일에 북한은 경기도 연천에서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 10여발을 발사, 일부 탄두가 우리측 지역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남북 GP 사이에 2차 총격전도 발생한 적도 있다.

 

북한은 전단지 살포를 대북 적대시 정책의 표출이자, 전쟁선포 행위로 간주한다. 그만큼 전단지 문제는 북한 정권에게는 극도로 예민하고, 용납하기 힘든 문제이다. 자신들의 최고 존엄과 인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탈북단체들의 전단지 살포 행위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품고 있었던 우리에 정부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남북관계는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다
남북관계는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라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1년 넘게 남북관계 동력이 약화된 데 따른 결과이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것은 남북관계를 통한 실리를 당분간 포기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측이 미국으로부터 대북정책 독립성, 자율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다고 인식해 상당 기간 남북관계 진전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담화 등을 보면 북한은 남북 정상 간 합의를 통해 남북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되기를 희망했지만 현실적으로, 구조적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린 듯하다.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실행하고,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남북정상간 합의 사항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과제이고, 어렵지만 정부가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론을 결집하는 특단의 조치도 병행해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정책이 여론의 지지 없이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대북전단지 살포 문제 등과 관련해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한 보다 적극적인 설득 노력, 정책 지지기반 확대 노력도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전략적관용 필요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말 그대로 과정이기 때문에 현재 대북정책의 실패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코로나19, 미국 대선, 미중갈등 등 중요한 변수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우리도 주변 정세의 향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다만 이러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우리의 대응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해놓을 필요는 있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는 인식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남북이 전략적으로 소통·협력할 때 협상력이 제고될 수 있다. 일본은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미국, 중국도 자국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데 남북한이 대립과 갈등을 이어나가면 정말 우리는 가늠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북한에 대한 전략적 관용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살길도 열린다. 북한을 고립시키고 봉쇄할수록 그 피해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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