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순(한국YWCA연합회 조직혁신지원국 국장)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전 세계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최근 지금을 ‘VUCA시대’라고 한다.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각 앞 글자를 따서 나온 신조어이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비상상황을 칭하는 1990년대의 전쟁 용어가 지금의 시대를 대표하는 말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모든 조직들이 바로 다음 주에 있을 회의나 행사조차 대면 모임이 가능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YWCA는 창립 100주년을 준비하며 반드시 혁신해야 할 과제로 조직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 여성들의 삶의 변화 지방자치와 분권, 공익단체에 대한 투명성과 책무성이 강화되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조직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YWCA가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조직, 큰 규모의 조직일수록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100년의 전통과 역사 속에 YWCA 만의 조직 문화가 켜켜이 쌓여졌고, 좋은 문화 뿐 아니라 시대에 맞지 않는 우리안의 관행들도 함께 뿌리내려 있기 때문에 이미 조직 문화로 자리잡은 것을 단시간에 한꺼번에 바꿔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엄두를 내지 못했던 YWCA 구조개편을 정책으로 결단한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일이다.
‘조직 변화’는 ‘성장과 발전’의 문제 아니라 ‘조직 생존’의 문제
VUCA시대라고 일컫는 지금, ‘조직 변화’는 ‘성장과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생존’의 문제이다. 3차 산업혁명을 지나며 세계 100대 기업의 50%가 사라진 것처럼 지금 세계는 또 한 번의 혁명적 변화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영리, 비영리의 영역을 넘어 모든 조직이 지속가능성을 두고 ‘조직 구조 변화’를 통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기능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는 융통성 없는 위계적인 조직 구조로는 환경 변화에 따른 유연한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단위 조직을 강화하고 서로 협업하며 유연한 네트워킹을 통해 조직 탄력성을 키울 것인가 하는 것이 조직 변화의 중요한 화두이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YWCA연합회가 중앙 법인의 조직 개편과 회원YWCA의 법적 구조 분리를 통한 재구조화의 정책 결단과 조직 혁신을 선언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임과 동시에 시대에 맞는 방향적 전환이다.
한국YWCA는 2020년 「YWCA 재구조화 정책」을 결정한 후로, 현재 9개의 회원YWCA가 지역법인으로 전환을 완료하였고 19개 YWCA가 법인화를, 24개 YWCA가 비법인사단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회는 이를 위해 회원YWCA 재구조화 전환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지원하고, 각 지역에서 YWCA가 책임 있는 지역운동조직으로 역할을 강화시켜 연합회와 회원YWCA가 중앙과 지점의 법적인 종속관계를 넘어 YWCA의 운동의 원칙과 기준을 중심으로 서로 더욱 굳건히 연대하고 협력하는 구조로 새롭게 전환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중앙 중심의 정책과 매뉴얼로는 시민운동과조직운영 모두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지역성을 포괄할수 없다. 매뉴얼은 현장에 있고, YWCA에 당면한 모든 문제의 답은 지역에 있다. 2020년 회원YWCA 지역법인 전환 과정에서도 정부의 매뉴얼은 매뉴얼이고, 법인을 허가하는 각 지자체마다 요구하는 사항과 절차가 상이한 것을 보면서, 향후 법인 또는 비법인사단으로 각 회원YWCA가 재구조화를 완료한 후 시시각각 변화되는 지자체의 정책 변화에 맞춰 조직의 투명한 운영과 YWCA의 목적 운동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회원 YWCA 자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
회원Y 본부 역량 강화하는 재구조화
연합회 구조개편의 핵심키워드 ‘지역’과 ‘청년’
재구조화 지원 과정에서 회원YWCA 본부의 역량을 재점검하고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회원YWCA 본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과 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껍질을 쪼아준다는 ‘줄탁동시(粹暖同時)’라는 사자성어처럼, 회원YWCA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연합회의 지원이 동시에 이 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지역이 약화될수록 탑다운이 되고 지원관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21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합회 구조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지역’과 ‘청년’이다. 회원YWCA의 지역운동이 살아야 한국YWCA의 운동이 살고, 회원YWCA가 건강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해야 서로의 연합과 연대가 굳건해질 수 있기에 회원YWCA의 재구조화 지원을 통해 회원YWCA를 지원함과 동시에 연합회의 의사 결정에 지역의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지역대표성 확대를 중요한 개편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또한 ‘YWCA의 청년운동성’강화를 위해 청년 회원조직의 지원을 강화하며, 마찬가지로 의사결정 구조 안에 청년의 대표성을 확대하여 미래 세대가 아니라 현재 YWCA를 함께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책임과 역할이 가능하도록 개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과 청년에 대한 할당제 등 다양한 의견들을 취합해 연합회 구조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시대정신에 맞는 YWCA 정체성과 존재 이유 점검
재구조화 정책은 복잡한 중앙법인과 회원YWCA와의 법적 관게 정비와 조직 형태의 전환을 넘어서서 시대가 요구하는 더 책임 있고 신뢰받는 비영리조직, 시민운동체로서 새롭게 혁신하고 점검하며, 변화를 실험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1922년 창립한 한국YWCA가 여성운동, 민간공익활동을 펼친 선구자적인 모델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기술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조직과 시민단체가 무수히 많아졌다. 두 번째의 세기를 맞는 한국YWCA가 가야할 길은 법과 제도, 시민들이 요구하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기본적인 의무 이행 노력을 넘어 기독여성시민단체로서 하나님나라의 정의와 가치를 더욱 내재화할 수 있는 조직구조와 시스템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전국 52개 회원YWCA와 연합희의 재구조화의 과정이 단순히 법적 관계정비와 조직 구조개편을 넘어 여성, 기독운동성, 청년성, 회원성을 가진 운동체로서 시대정신에 맞는YWCA 정체성과 존재 이유, YWCA다운 조직 문화를 다시 한 번 재점검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대면하지 못하고 심리적인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사실은 내 주변을 넘어 오히려 전 세계가 하나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더 많이 확인할 수 있는 시기였다.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시기는 언택트가 아니라 오히려 초연결사회이다. 한 회원YWCA의 문제는 한국 YWCA연합회 모두의 문제이고, 일부 시민사회 및 비영리 조직의 불투명한 활동이나 기독교계의 대면 예배 강행으로 사회적 신뢰를 잃었던 경험 등 모두 우리와 무관한 상황들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기독교인으로서 YWCA가 나서는 조직 혁신의 새로운 발걸음으로 하나님의 정의와 질서를 바로 세우고, 정의·평화·생명운동을 더욱 힘있게 실천하는 건강한 공동체로서 창립 100년을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