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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그리고 가짜뉴스

글 : 금준경(미디어오늘 기자)

유튜브,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가 되다
“당신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무엇입니까?”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지난 9월 발표한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결과 1위는 유튜브였다. 유튜브는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일 뿐 아니라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가 됐다.

 

유튜브의 압도적 영향력과 높은 신뢰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나는 KBS를 신뢰해”와 “나는 유튜브를 신뢰해”의 어감은 다르다. 개인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유튜브가 가짜뉴스로 대표되는 극단적 콘텐츠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2017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부상한 ‘신조어’지만 가짜뉴스의 속성을 가진 정보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일찌감치 고개를 들었다. 시민들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알릴 수 있는 생산자가 되면서 인터넷은 대안 미디어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한 폐단이 나타났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짜뉴스의 영향력 역시 커졌고, 동영상 중심 유통 환경에서 유튜브 가짜뉴스 문제가 화두가 됐다. 가짜뉴스라는 표현이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데 이 글에서는 내용이 허위인 허위정보, 음모론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가장 논란이 되는 가짜뉴스 유형은 ‘정치적 가짜뉴스’, ‘혐오표현형 가짜뉴스’, ‘의학 관련 인포데믹(Infodemic, 정보 전염병)’이 있다. 이들 개념은 혼재돼 나타나기도 한다.

 

가짜뉴스 유형
‘정치적 가짜뉴스’는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공작설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극단적 보수층이 박근혜 정부 탄핵반대 주장에 동조하지 않은 보수언론을 불신하면서 스스로 대안미디어가 되거나 적극적 후원자로 등장했다. 지난 4월 미디어오늘 조사 결과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언론사 채널 제외) 상위 20곳 중 16곳이 보수성향으로 나타나는 등 유튜브에선 보수 우위가 두드러졌다.

 

‘혐오표현형 가짜뉴스’는 혐오표현을 유포하는 과정에서 가짜뉴스를 활용하는 경우다. 혐오표현은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 또는 그 집단에 대한 차별을 야기하는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 유포는 혐오표현이 가짜뉴스와 맞물려 현실 범죄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의학 관련 인포데믹’은 해외에서 파급력이 컸다. 유럽에서 5G가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이 돌아 기지국 테러가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개 구충제가 항암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가 미국에서부터 유포돼 한국에서도 개 구충제로 항암치료에 나선 사례도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유형은 ‘정치적 가짜뉴스’지만 주목해야 할 유형은 ‘혐오표현형 가짜뉴스’나 ‘의학 관련 인포데믹’ 또는 이들 정보가 정치적 가짜뉴스와 연계된 경우다. 극단적 정치세력이 퍼뜨리는 ‘정치적 가짜뉴스’는 극단적 커뮤니티 내부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상식적 시민’으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혐오표현형 가짜뉴스’와 ‘의학 관련 인포데믹’이 가미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중국과 중국동포를 향한 혐오 정서가 이어졌고, 중국인들이 한국 여론을 조작한다는 ‘차이나 게이트’ 음모론으로 발전했다. 근거가 부족한 ‘차이나 게이트’는 원내 정당이 인용해 주장하는 등 제도권으로 수용되기도 했다. 뉴질랜드가 페미니즘 정책을 도입한 탓에 망할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유튜브가 삭제했음에도 지속적으로 다시 업로드되고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반 페미니즘 정서를 가진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짜뉴스나 극단적인 주장은 사람의 심리를 파고든다. 여성, 난민, 중국동포 등을 향한 편견과 혐오정서를 이용하고, 그들로 인한 피해를 부각하며 분노를 부추긴다. 코로나19처럼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분노’의 타깃을 만드는 정보의 영향력이 커진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면서 맞춤형 정보 중심으로 배열되는 유튜브는 이 같은 가짜뉴스를 전파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가짜뉴스에 맞서기 위한 방법
무엇을 해야 할까. 정치권과 언론이 지속적으로 규제론을 꺼내 들지만 규제는 근본적 처방이 되지 못한다. 규제는 권력기관이 집행하게 되는데 인터넷 상의 수 많은 정보 가운데 정부에 비판적인 정보에 중점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규제가 싫어서 다른 대책을 찾는 게 아니라 완벽한 규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남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규제라는 선택지를 지워야 생산적 논의를 할 수 있다.

 

가짜뉴스의 힘을 빼려면 진짜 뉴스가 강력해야 한다. 정부는 의혹과 의문에 충실하게 답변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소극적인 정보 공개는 무수한 음모론을 낳았다. 언론은 사실을 검증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무수한 정보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더 눈에 잘 띄게 노출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브리핑과 언론의 적극적인 팩트체크, 네이버와 유튜브 등 사업자의 코로나19 방역 정보 첫 화면 노출 정책은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시민사회는 감시의 눈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성 정치권과 미디어를 향한 분석, 견제를 넘어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들어 언론시민단체들은 유튜브에 주목하고 있다. 불공정 보도 모니터를 중점으로 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유튜브 뉴스 모니터에 나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유튜브 속 키즈 콘텐츠 성차별 문제를 모니터하고 공론화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유튜브 속 시사·뉴스 콘텐츠가 현안을 다룰 때 인권감수성이 결여된 문제를 모니터해 지적했다.

 

시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시민의 역할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나와 같은 관점을 공유하는 언론사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4%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4위로 나타났다. 유튜브가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한 이면에는 독자들의 정파적 뉴스 소비가 자리 잡고 있고, 이는 가짜뉴스와 극단적 주장의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민의 역할은 교육의 변화와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월 범정부 차원의 첫 미디어 교육 정책을 발표하는 등 미디어를 비판적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퀴즈로 단순화되거나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 뉴스를 비판하는 도구로 쓰이는 경향이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미디어가 생산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여기에 개입되는 ‘의도’와 ‘이데올로기’등 외적 요소를 파악하고, 다양한 뉴스를 균형 있게 살피고, 무엇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게 뉴스를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진실’과 ‘허위’를 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 공론장’의 성장을 돕는 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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