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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딜레마: 기술이 아닌 우리에게 달렸다

김은주(연합회실행위원/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트위터, 유튜브, 팜, 핀터레스트, 모질라 랩, 틱톡, 웨이보 등등. 자주 사용하는 것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것도 있고 어쨌든 세계인구 20억이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들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는 이 플랫폼들을 개발했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혹은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자신들의 플랫폼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시공을 초월한 ‘연결과 소통, 공감과 연대’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연결하면 할수록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소셜 딜레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 반대이다. “우리는 연결하면 할수록 더 파괴된다는 것이다”. 연결하면 할수록, 국경을 넘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선거해킹, 분극화, 과격화 등으로 인한 분열과 혼돈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자기 고발성 메시지이다.

 

이 영화를 보며 25년 전인 1990년 중반 언저리의 일들이 생각났다. 처음 정보통신이라는 기술이 대중에게 소개되고 인터넷 보급을 확대하던 시기였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인터넷 활용능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됐었다. 물론 여성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때 ‘여성 정보화’를 위한 활동들은 여성친화적인 지식정보사회가 도래할 것이며 이 유토피아에 여성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행동과 정책의 필요성을 강변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물론 그때에도 우울한 전망도 있었으나 그건 배제에서 오는 불이익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은 20년 전에 예측했던 전망을 뛰어넘었다. 암울하고 참담하고 심지어 비극적이다.

 

<소셜 딜레마>는 자존감을 상실한 한 세대의 출현을 예고한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는 소셜 미디어의 탄생과 함께 성장한 지금의 1~20대들이다. ‘클릭’을 통해 공부하고, ‘클릭’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클릭’을 통해 쇼핑도 한다.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가상세계가 그들의 진짜 세상이 되어버린 세대이다. 미국의 10대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5분마다 1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자신들이 올린 사진이나 글에 대한 ‘좋아요’ 개수에 일희일비하며 말과 글은 점점 자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뽀샵’을 한다. 기만과 속임수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마치 불빛을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처럼 Z세대들은 ‘좋아요’를 향한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매 순간순간 누군가의 평가와 평판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상 무언가 부족하거나 결핍된 존재로 자신을 바라보며 불안해하고 불행해진다. 누군가의 말에 쉽게 설득당하고 서슴없이 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전사가 된다. 실패의 경험에서 벗어나는 회복 탄력성이 약해지고 그렇기에 아예 실패의 두려움으로 자기불구화전략을 선택하게 만든다. 심하면 자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우울한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10대의 자해율과 자살율이 급증했다. 특히 10대 초반의 소녀들에게서 더 심각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자해입원비율에 있어서 10대 후반은 62% 증가한데 반해 초반은 189% 증가하였다. 자살율에 있어서도 10대 후반은 70% 증가한데 반해 초반은 151% 증가했다. 소셜 미디어가 한 세대를 더 불안하고 더 외롭고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플랫폼 개발자와 운영자들은 자신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연결과 소통, 공감과 연대’를 통해 선한 사회, 유토피아(utopia)를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지 디스토피아(dystopia)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디스토피아는 이미 기술 자체에 내재해 있음을 증언한다. 소셜 미디어는 ‘중독과 조작’을 목적으로 하는 ‘살아있는’ 도구라고 한다. 자전거나 자동차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으면 멈추지만, 소셜 미디어는 사용을 기다리지 않는다. 기필코 사용하게 만든다. 소셜 미디어는 인간의 가장 취약한 심리를 해킹하여 중독시키고 조작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셜 미디어는 마약이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능력은 인간의 지능이 따라갈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는 것이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을 증폭시킨다.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1960년에 비해 1조 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인간의 지능과 감성은 그대로이다.

 

분명 소셜 미디어는 긍정의 힘을 갖고 있다. 이런 긍정의 힘을 억압하고 디스토피아로 내몰고 있는 것은 플랫폼들이 상업적 이윤을 몰두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시간과 공간을 통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상품과 정보를 가장 빠르고 가장 광범위하게 홍보할 수 있는 매체이다.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이 좋아하고 분노하고 사랑하고 미워했던 수많은 ‘좋아요’와 ‘클릭들’을 모아 광고주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사용자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킨다. 정보와 소통을 매개하는 듯하나, 수많은 광고 노출을 통해 플랫폼 안에서 사용자들은 실험실의 쥐나 광고만 보는 좀비로 전락되었다. 가상현실 속에서 무의식적 암시를 통해 아무도 모르게 사용자들의 실제 행동과 감정을 끌어내고 있다.

 

플랫폼을 작동시키는 알고리즘(algorithm)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 상업적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정치적 올바름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전달되는 세상은 진짜 현실과 다르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도록 완벽하게 계산된 각각의 현실과 정보를 제공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이나 세계관과 모순된 정보 제공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인지 자체가 불가능하다. 동일한 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은 그들만의 진실과 그들만의 현실을 만들게 한다. 지금 우리는 알고리즘의 덫에 걸려, 누군가에겐 가짜뉴스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진짜뉴스가 되어 가는 세상, 자기들끼리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 객관적 진실 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탈진실(post truth)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함께 아파하는 현실도 함께 공감하는 진실도 존재하지 않은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반성문과도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는 지금의 세대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이 일어나기 전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는 곧 전환과 변화를 위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임을 의미한다. 가상공간의 매트릭스(matrix)에 갇힌 세대들은 매트릭스를 자각하지도, 그렇기에 파괴하지도 못한다.

디스토피아로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그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알림설정을 끄고 자녀들의 소셜 미디어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플랫폼의 상업행위를 제한하고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정책에 이르기까지 다른 선택을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안전과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은 현실 세계에 있는 차별과 폭력, 불평등, 무한경쟁의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상세계의 분열과 갈등은 거울에 비친 현실 세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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