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영(한국YWCA연합회 부회장)
Y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 사랑이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의 소개로 우연히 Y를 만나게 되었는데 순식간에 매료되기는 어려웠다. 그저 익숙한 집밥 같은, 끊을 수 없는, 양질의 편안함 같은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집밥이 그렇듯 유혹적인 끌림이 없어 젊은 내 심장에 불을 지피며 훅하고 빠져들 수 있게 하지는 못했고,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끓고 있는 열정을 채워주지도 알아주지도 못한 Y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Y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모습과 방식대로 은근하지만 끊임없이 내가 자신과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Y는 사랑에 대해서는 할 만큼 해보았다는 자신감을 슬며시 내게 내비치곤 했다.
뭔가 자랑할 만한 경험과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나의 열망을 알고 있으며 자신이 이끌어갈 수 있다는 듯이 확신에 찬 모습으로 다가오곤 했다. 하지만 부러 그런 자신의 화려한 과거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단아하고 절제된 매너로 나를 볼 때마다 반가운 몸짓을 보였다.
어쩌면 Y가 걸어온 사랑의 길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취와 결과를 남겼을지는 모르지만 Y자신이 그 길을 걸어오기까지 그다지 녹록했던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경륜을 통해 배어 나오는 느긋한 지혜와 배려의 몸짓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는 사랑한다면 좀 더 열정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더 열렬히 표현해주고 몸을 내던져 달라고 했다.
Y는 내게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나아갈 바는 넓고 길다고… 그리고 때로는 그 길 위에서 우리와 같은 사랑의 사람들을 만나 벅찬 감격으로 몸을 내던져야 할 때가 있을 거라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길 위에 홀로 담담하게 나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우리는 그런 담대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그 Y와 20년째 열애 중이다. 100세를 앞둔 Y는 여전히 내게 매력을 발산하며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몸집을 가다듬으며 1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바뀌어 온 세상에 맞추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노련한 Y도 새로운 100년은 이제껏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라, 조심스럽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지혜를 총동원하여 매무새를 단장하고 숨을 고르고 있다.
그렇게 일신우일신 하는 성실함으로,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그동안 쌓아 올린 자랑스러웠던 자신을 내던지고 처음으로 돌아가 거듭나려는 지혜를 발휘하는 Y. 나는 그러한 Y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Y가 그 지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얻어 매 순간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너희가 거듭난 것이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로 된 것이니 하나님의 살아 있고 항상 있는 말씀으로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베드로전서1:22-25)”
사랑한다면 Y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