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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려고 하니 빚이 생기네

대학・청년Y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여가, 휴식, 식사 등 모든 것을 집 안에서 해결하면서 집은 삶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청년주거문제는 사실 오래전부터 청년들에게 이슈인 문제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청년들에게 이제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여가 생활까지 즐기는 공간으로써 의미가 더해졌다. 이번에는 YWCA 청년들 중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청년들을 모아 청년토크를 진행해봤다. 이번 청년토크 역시 가명으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안녕, 서울?

 

숨막힘 : 예전에 나는 집에서는 잠만 자면 되니깐 집이 굳이 크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근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부터 집에 반강제적으로 갇혀 있다보니 5평에 사는게 너무 숨막히더라고.

우울 : 맞아. 나도 처음 자취할때는 7평도 넉넉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살다보니 짐도 많아지고 가격 싼 곳을 찾다보니 낮에 집에 해도 안들고 그래서 삶이 점점 우울해져.

담담 : 나는 다른건 괜찮은데 코로나 이후에 집에서 음식 해먹는 일이 많아지니깐 주방이 너무 좁고 화력도 안좋아서 너무 답답해.

양호 : 그래도 우리는 양호하지. 서울에 사는 1인 청년 가구 37%가 반지하나 옥탑방이나 고시원 등에 산다더라.

우울 : 생각해보면 우리가 서울에서 사는 집은 집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지 않아? 그냥 작은 방 하나에 사는거지.

숨막힘 : 맞아. 나는 출퇴근 가깝게 하려고 5평 원룸에 살다가 도저히 못살 것 같아서 경기도로 이사했어. 출퇴근은 2시간 걸리지만 그래도 집도 넓어지고, 삶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 난 집순이라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도 넓은 곳에 살아야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어떤 집에 살아봤어?

 

고시원: 나는 6개월 단기로 서울에 살게 돼서 집을 구하기 시작했는데 계약기간이 애매해서 대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살아. 침대는 딱 한명 누울 수 있는 간이 침대고, 화장실이랑 세탁실도 공용이야. 3평 정도라 진짜 잠만 잘 수 있어. 아마 오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못 살 것 같아.

반지하 :  내 친구들 중에도 은근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 많아. 나도 잠깐 고시원에 살았는데 창문도 손바닥만 하고, 여름엔 에어컨도 마음대로 못켜고, 중앙 난방이라 여간 불편한게 아니야.

고시원 : 나는 그래도 신촌에 살아서 한 달에 35만 원 정돈데 강남에 사는 내 친구는 고시원인데도 60만 원 낸대.

옥탑방 : 나는 불법 증축된 옥탑방에 살았어. 옥탑이라 같은 돈이라도 그냥 집보다 방이 넓어서 선택했지. 그래도 웬만한 옥탑은 컨테이너 박슨데 우리집은 벽돌로 지어져서 옥탑치고 엄청 덥거나 춥지 않았어. 난방비는 장난아니었지만.

반지하 : 반지하만큼 빡센 곳은 또 없을걸? 반지하 살면 사람들 발만 보이고,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더라. 나는 해 안드는게 그렇게 문제가 되나? 생각했는데 진짜 정신병 걸릴 것 같았어.

옥탑방 : 나도 반지하 살다가 너무 못참겠어서 나왔잖아. 너무 습해서 바닥은 매일 찐득찐득거리고, 물먹은 솜처럼 축 쳐져서 어디 병걸린 사람처럼 변하더라고.

반지하 : 그래도 옥탑보다 싸니깐 살았던 것 같아. 우리집 창문에 토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었어. 진짜 극혐이야.

고시원 : 우웩. 나는 처음 고시원으로 이사가는 날 부모님이 이사 도와주러 오셨는데 집가는 길에 속상해서 우셨대. 나는 잠깐 사는거라 별생각없었는데 그 이야기 들으니깐 나도 속상하더라. 계속 여기 사는 청년들 부모님은 오죽할까 싶어서.

옥탑방 : 그나저나 누가 더 좋은 곳에 살았나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웃기다. 우리 셋 다 좋은 주거지에서 산 걸 자랑하는게 아닌데 말이지?

 

입주하려면 자기소개서 써라

 

답답 : 최근에 동작구에서 청년주택 입주자 선정에 자기소개서가 들어가서 논란이었잖아.

우울 : 맞아. 나도 제목만 보고 진짜 어이없어서 들어가서 읽어봤어.

답답 : 결국에는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최초에 이 사실을 알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가누가 더 가난한지 내기하는 듯한 내용이라 너무 화가나긴 했어.

숨막힘 : 정확하게 어떤 내용이야?

답답 :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임대 주택 근황’이는 제목으로 글이 하나 떴어. 서울 임대 주택을 선정하는 방법에 2차 자기소개서 심사가 40%라고. 대놓고 지인들에게 특혜주는거 아니냐, 청년들끼리 누가누가 가난한 걸 뽐내는 것 밖에 안된다며 비판했었거든.

숨막힘 : 와… 이제 하다하다 임대 주택 들어가는 것도 자기소개서를 써야한다는거야?

우울 : 결국 동작구에서 입주자들끼리 자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기 위한 ‘공동체 주택’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써달라고 한 취지였다고, 오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번을 계기로 청년들이 상심이 컸지.

답답 :  맞아. 지금 청년들에게 내집 마련은 이제 꿈도 꿀 수 없는 거고 좋은 집에 전세로 들어가는 것도 감지덕지인 마당이니깐 공정해야하는 공공 임대주택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게 큰 이슈긴 하지.

우울 : 그래. 요즘 청년들은 내집 마련이 꿈이 아니라 더 나은집의 세입자로 들어가는게 꿈이라잖아.

숨막힘 : 죽고나서 납골당에 들어갈땐 집문서 없이 공평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말로 위로받는대.

 

빛이 있으라 하시니

 

답답 : 창세기 1장 3절에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라는 말이있잖아. 요즘 이 말씀을 비유해서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빚이 있었고”라고 하더라.

숨막힘 : 진짜 웃프다(웃기고 슬프다를 합친 합성어). 하나님은 몰랐을꺼야. 이 아름다운 땅에 건물주라는 또 다른 신이 생길꺼라고…

우울 : 나는 간호사라 처음 상경했을 때 병원에서 사택에서 살게 해줬어. 근데 2년 뒤에는 무조건 나가야하거든. 그래서 최근에 집을 알아보는데 3교대다 보니깐 최대한 병원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해야해서 무려 2억이라는 빚을 졌어.

숨막힘 : 2억이라니 미쳤다… 직장인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빚이 2억이야…

우울 : 그래도 전세난에 전셋집 구한게 어딘가 싶어. 그나마 나는 직업이 안정적이라 대출이 나왔지. 요즘 대출받는것도 하늘의 별따기잖아.

양호 : 나는 얼마전에 전세 사기 당할뻔 했어. 월세가 감당이 안돼서 전세 찾아보다가 계약하려고 하는데 대출 금액이 그만큼 안나온거야. 다행히 계약서에 부동산 측에서 말해준 금액만큼 대출이 안나왔을 시 계약금을 100% 반환해준다는 조항이 있어서 다 돌려받았잖아.

숨막힘 : 다들 다행이다. 나는 아직 대학생이라 부모님이 보증금은 도와주셨고 월세는 내가 내고 있는데 한달에 50만원씩 나가니깐 알바를 해도 부모님 도움을 안받을 수가 없어.

답답 : 그래. 맞아. 학교 다니면서 알바하면 50만원 정도 버는데 그 돈으로 월세를 내면 생활비가 없고, 생활비로 쓰면 월세를 낼 수가 없지.

양호 : 청년 주거 문제는 영영 해결할 수 없는걸까? 계약 기간이 다가오면 쫓겨날까 너무너무 무서워.

숨막힘 : 맞아. 쫓겨나는 것도 무섭지만 관리비나 월세를 또 얼마나 올릴지도 무서워.

우울 : 얘들아. 우리에게 행복한 주거 생활이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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