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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진보, 다른 민주주의

김은주(한국YWCA연합회 실행위원,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여성후보 득표율 1.78%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부상과 선택

 

4.7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4명의 소수정당과 무소속 여성 후보가 얻은 득표는 2%를 넘지 못했다. 여성의당 김진아 0.68%, 기본소득당 신지혜 0.48%, 무소속 신지예 0.37%,진보당 송명숙 0.25% 총 1.78%이다. 1.78%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지극히 가볍다. 그러나 그것이 던지는 의미의 파장은 작지 않다. 1.78%밖에 되지 않는 4인의 여성 후보의 득표율 뒤에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부상과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4.7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 선거 결과는 “20대 청년 유권자들의 투표 봉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청년 남성들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몰표를 주다시피 하여 그들의 분노를 표출했고, 20대 청년 여성의 15.1%는 소수정당에 대한 소신 투표로 그들의 저항을 가시화했다. 20대 청년세대는 항상 기성세대의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정치에 대해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냉소적인 집단이라고 비판받아왔다. 그런 세대들의 적극적이고도 집단적인 의사표현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특권과 반칙을 정당화하는 내로남불의 기제로 전락해 버린 기성세대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한 경고가 아닐까?

 

특권과 반칙을 정당화하는 내로남불

기성세대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한 경고

 

2002 대통령 선거에서 2030 청년세대의 압도적인 지를 받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면서부터 세대 중요한 투표 결정 요인으로 부상하였다. 연구자들은 세대 변수가 지역주의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처럼 한국정치에서 세대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단지 연령에 따른 투표 행태의 차이가 확인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 간 투표 행태만이 아니라 이념 성향과 정책 선호에서 어서도 세대 간의 차이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일는지 모른다. 한국전쟁, 압축적인 경제 성장과 5.18 민주항쟁, 그리고 민주화 이후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정치적 경험들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이념 형성에는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강하게 작동하였다. 현재의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성향은 기성세대의 관점이 반영된 북한에 대한 인식과 통일 문제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나누어진다. 반면 전후 세대 특히 민주화 이후의 2030년 청년세대들의 이념형성에는 불평등이나 복지문제 등 성장과 분배에 대한 입장이 중요한 변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2030 청년세대들은 성별을 떠나 기성세대와는 다른 진보를 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근거한 다른 정치적 선택들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존의 보수진보의 이념적 성향 프레임으로 청년세대의 선택을 “정치적 보수화’’로 재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청년세대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성장 기회의 훼손과 LH 등 자원 분배에서의 공정성 침해에 대한 정당한 분노의 표출이며, 합리적 판단에 따른 진보적 실천인 셈이다.

 

성범죄, 스토킹범죄, 디지털 성폭력, 채용불평등 등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안 제시

 

4인 여성 후보와 소수 정당들은 기성 정당들의 시계와 관심 밖에 있었던 청년 여성, 소수자, 소상공인 등의 대상들을 포섭하였고 그들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약속했다. 이들의 공약과 지향성은 기존의 보수-진보의 프레임으로 설명 할 수 없다. 이들은 기존의 보수-진보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다른 정치적 주체에 의한 다른 진보, 다른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진보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들의 다른 가치에 의해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차기대통령선거를 11개월 앞둔 시점에 실시된 4.7 보궐 선거는 보궐 선거 발생에 대한 책임성 문제도,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에 대한 논쟁도 모두 사라진 채 오로지 양대 거대정당의 네거티브 선거운동만 난무했던 최악의 선거이었다. 이러한 최악의 선거를 특별한 선거로 만든 세대가 바로 20대 여성들이었다. 20대 여성들의 “기타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15.1%로 20대 남성(5.2%)에 비해 3배 가량 높았다. 이는 제21대 총선의 기타 정당에 대한 지지도와도 달랐다. 제21대 총선에서의 기타 정당에 대한 지지도는 근소한 차이이기는 했지만 남성들이 더 높았다.

 

20대여성들은 기타 정당에 대한 투표가 사표가 될 줄 알면서도 차악이 아닌 소신 투표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성범죄, 스토킹범죄, 디지털 성폭력, 채용불평등 등 각종 두 가지 차원의 설명이 가능하다. 그동안 권력형 심각한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경고의 의미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는 익명의 2030여성 30만 명이 참여했고 텔레그램 n번방사건 해결을 위한 국민청원에도 30만 명이 넘는 2030여성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20대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들고 나온 소수 정당과 여성후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4인의 여성후보들은 여성 안전과 성평등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직간접적으 로 표방하였다. 특히 2020년에 창당한 여성의당은 여성의제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표방하고 여성의제만을 중심으로 한 공약으로 제21대 총선에 이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참여했다.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는 ‘‘여성이 혼자도 살기 좋은 서울”이라는 슬로건 하에 20 여성 맞춤형 공약들을 약속했다. 여성주의와 여성의제를 표방하는 여성후보와 정당의 존재는 20 여성들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시키는데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였고 결과가 15.1% 나타난 이다. 결과적으로 소수정당과 여성후보의 존재가 20대여성들로 하여금 거리의 정치에서 제도권 정치로의 전략수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청년세대의 적극적 정치 참여는 “평등한 대의”에 대한 요구

 

그동안 대표되지 못했던 다른 지향성을 가진 주체들이 특히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정치의 장에 등장하고 있다. 20세 이상 인구 43백만 명 중 32%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청년세대의 정치적 대표성은 제21대 국회의 경우 13명인 4.3%에 불과하다. 투표권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청년세대의 가치와 의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5%를 넘지 않는다. 여성의당을 비롯한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많은 소수 정당에는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지지하는 청년세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과 다른 가치에 대한 지향성은 청년세대들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로 이어졌다. 청년세대의 적극적 정치참여는 ‘평등한 대의’에 대한 요구이다. 민주주의는 평등의 이름으로 기성 정치에서 배제된 자들, 몫이 없는 자들 그리고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자들을 지속적으로 호명하며,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누구의 민주주의인가를 묻고 있다. 민주주의는 존재하나 소외되었던 그러나 미래의 주체가 될 민주주의자들에 의해서 재발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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