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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질문들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 이사, 연합회 탈핵기후생명TF 전문위원)

 

 

지구 평균기온 1.2도씨 

상승 마지노선까지 0.3도밖에 남지 않아

1.5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2018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21년 4월 19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기온이 역대 가장 더운 3개년 중 한 해에 속했으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2도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제 지구 평균기온 상승 마지노선까지 0.3도밖에 남지 않았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면 흔히들 ‘다음 세대’, ‘우리 아들·딸’, ‘자손’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제 그런 말은 그만해야 한다. 금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는 ‘다음’이 아니라 ‘당장’ 지구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염, 가뭄, 한파, 해수면 상승, 슈퍼태풍은 이미 수천만 명의 기후난민을 만들고 있다.

 

IPCC는 인류가 파국을 피하려면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데, 배출량을 최대한으로 줄인 상태에서 그나마 배출한 것은 흡수해 ‘0’로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인류는 30년 이내에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엄청난 일을 우리는 어떻게 해내야 할까? 탄소중립을 위해 한국사회가 직면한 질문은 어떤 것이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할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려면 정확한 질문을 던지고 같이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풀어가는 첫 단계가 아닐까 한다.

 

2050년 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까?

대기 중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로 만든다는 것은 앞으로 30년 이내에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1차 에너지의 80%를 차지하는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인데, 엄두가 안 나는 일인 것은 맞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탄소 중립이 가능한 일인가를 질문한다. 어렵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가능한 일이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탄소중립을 포기한다는 것은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오르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파국을 선택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30년 이내에 아니면 더 빠르게 탄소중립에 도달하도록 행동하는 일이다. 기후위기의 속도보다 인간의 대응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

 

경제성장과 탄소중립 동시에 가능한가?

지구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려면 인류가 대기 중에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량의 한도 내에서 살아야 한다. 2018년도에 추산했을 때 그 양은 420기가 톤이다. 우리는 해마다 42기가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2021년 현재 탄소예산은 6년 6개월 정도가 남아있다. 탄소예산 자체가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인간의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에너지 소비, 상품 생산과 소비, 폐기 전 과정은 적정 수준을 넘어서 지구의 수용 용량을 넘어서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성장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맥락이 맞지 않는 것이다.

 

 

어떤 탄소중립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케이트 레이워스는 <도넛경제모델>을 통해 지구생태 용량을 넘지 않으면서 인류의 기초적인 삶의 조건을 충족하는 사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전 세계 78억 명의 인구가 탄소중립사회를 만들어가면서 물, 식량, 주거, 일자리 등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려면 탄소중립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충격 받을 공동체나 노동자, 시민들을 보호하면서 세계, 각 국가,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탈탄소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 사회가 가능하려면 과도하게 많은 것을 가진 국가, 기업, 개인이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과 사회적 재분배와 안전망 구축이 탄소중립 사회에서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불평등과 빈곤, 실업 문제를 그대로 두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사회는 기후위기에 맞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살만한 사회,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나라들은 무엇을 하나?

기후위기가 인류의 실제적인 위험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제사회의 대응도 빨라졌다. 무엇보다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두 배 가까이 끌어 올리고 있다. 현재 파리협정에 따른 주요국가들의 감축 목표로는 달성에 성공한다 해도 1.5도에서 막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 열린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감축을,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을 발표했다. 영국은 심지어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감축을 약속했고, 독일은 2030년까지 65%를 감축하고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2045년으로 앞당기는 결정을 했다. 2021년부터 2030년의 목표를 높이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 한국은 2030년 감축 목표를 얼마나 높일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4.4%를 줄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의 감축 목표 수준으로는 지구 평균기온은 3~4도 가까이 오르게 된다.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하나?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톤이 넘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2050년까지 7억 톤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일일 것이다. 지난 5월 29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의사결정 거버넌스로 올해 2050탄소중립 로드맵,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심의하고 의결하게 된다. 환경부는 7월경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시민들과도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력, 산업, 건물, 수송, 농업, 폐기물, 산림 흡수원 전반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이 담길 것이다. 우리는 석탄발전소 60여 기에서 호주, 러시아, 인도네시아로부터 수입한 석탄을 1년에 남산 체적만큼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자동차등록 대수는 2,437만대(2020.12월)로 인구 2.13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주유소는 1만 1,331곳이다. 국토 전역에 1,225개의 산업단지가 있고, 산업부문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36%를 차지한다. 소는 364만5천 마리를 키운다. 탄소중립사회를 만들려면 앞으로 30년 안에 석탄발전소, 내

연기관 차량, 주유소 같은 화석연료 기반 시설은 완전히 사라지고 산업단지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환해야 하며, 소사육두수는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아도 국제적으로 큰 제재는 없었다. 하지만 탄소중립이 최우선 목표가 되는 사회에서는 온실가스를 배출을 규제하거나 온실가스 배출 행위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가 등장하고 있다. EU가 탄소국경조정과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표시제를 도입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EU는 수입되는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와 2024년부터 EU로 수입되는 배터리에 대해 탄소발자국표시제도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상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발자국(LifeCycle CO2)을 측정할 데이터를 구축해야 하며,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대책도 세워야 한다.

 

2020~2030년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최소한 40%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표대로라면 2017년 배출량 7억 974만 톤에서 2억8390만 톤을 줄여야 하는 양이다. 다음날 김기현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탄소중립 대안으로 원전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고, 송영길 대표가 제시한 대안에는 핵융합도 있었다. 당장 2021년에서 2030년 사이에 온실가스를 줄일 수단을 찾아야 하는데, 2050년에 가서야 상용화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핵융합, 소형모듈원자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거대 정당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 인식이 얼마나 단편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2021~2030년 사이에 감축 수단으로 원전, 소형모듈원자료, 핵융합, 탄소포집저장기술(CCS)이 자리할 공간은 없다는 점이다.

 

 

에너지 부문만 보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탈석탄, 수요관리, 효율향상, 재생가능에너지, 산업구조전환이 핵심이다. 9년 안에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를 모두 멈추려면 강력한 전력 수요관리와 효율개선, 전기요금 제도 개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영국은 2010년만 하더라도 30%에 달하던 석탄발전 비중을 2021년 현재 2%대로 줄였다. 2024년에 모든 석탄발전을 폐지할 예정이며, 석탄이 빠진 자리를 해상풍력이 채웠다. 독일은 1995년 1차 에너지소비량 14,269PJ(페타줄)을 2020년 11,784PJ(페타줄)로 줄였다. 독일의 전기요금은 우리보다 3배 정도 비싸다. 그러다 보니 현재 인구 8,800만의 제조업 국가 독일의 전력소비량과 한국의 전력소비량이 비슷한 수준이다. 독일은 높은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대신 에너지효율 산업이 성장했고, 전체 전력의 45%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했다.

 

그래서 시민들은, YWCA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개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잘하고,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육식을 줄이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톤이 넘는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 정부의 경제, 사회, 산업,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일이다. 어쩌면 현재 시민들과 YWCA 활동가들이 해야 할 일은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깊이 인식하는 데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며, 우리가 어떤 강도와 자세로 경제와 사회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인식하고, 감이 잡혀야 정부와 기업, 사회 모두에게 긴급한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우리 스스로 동료들과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하자. 다음 단계는 우리가 만든 날카로운 질문과 대안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나설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일이다.

 

현재 시민들과 YWCA 활동가들이 해야 할 일은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깊이 인식하는 데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며, 우리가 어떤 강도와 자세로 경제와 사회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기업, 사회 모두에게 긴급한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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