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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근로자보호법 입법을 앞두고

표대중(연합회 전문위원, 노무법인 길 노무사)

 

11월 4일(금) 국회 앞에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여 년 동안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제외’ 조항으로 인해 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회 환노위는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을 즉각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제외는 이제 그만!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가사근로자(근로기준법에서는 ‘가사사용인’으로 명칭됨)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예외로 되어 있다.

이로 인해 가사근로자는 노동 관련 법령의 보호를 받지 못해 최저임금, 연차휴가, 퇴직금 등 기본적인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같은 사회보험 가입도 불가능했다. 가사서비스가 주로 가정이라는 개인의 사적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사적노동이라는 특성을 감안해서 근로감독행정이 개입하는 것이 과하다는 취지에서 적용제외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가사서비스는 개인의 사적영역에서만 머무르는 시대는 지났다. 한국YWCA가 1960년대 여성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파출부사업으로 가사서비스를 최초로 공식화한 이후부터 사회 및 경제구조가 변화하면서 이제는 전문적으로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까지 성장하고 있다.

 

‘가사노동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2011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입법적으로 가사근로자를 보호하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노동법 체계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나라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가사근로자법을 제정해서 가사서비스의 공식화 및 가사근로자의 노동권 보장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가사근로자법의 입법 연혁
국회의 무관심 속에서 가사근로자법 제정은 10년째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YWCA연합회는 지난 10년간 가사근로자 노동권 확보를 위해 입법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18대 및 19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가사근로자법이 발의되었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20대 국회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정부안으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고, 서형수 의원과 이정미 의원도 잇따라 법안을 발의하면서 가사근로자법의 제정 가능성이 커졌으나 아쉽지만 단 한차례의 논의후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올해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다시 정부안이 발의되었고, 이수진 의원안, 강은미 의원안도 함께 발의되면서 입법이 기대되었지만 여전히 국회의 관심과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서 내년으로 넘어갔다.

 

가사근로자의 권리보호 필요성
한국YWCA는 ‘돌봄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가사근로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가사근로자의 노동권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사근로자의 경우 기본적인 노동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이 명백히 확인되었다. ‘비공식부문 가사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2015년,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가사근로자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로 가입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가사 28.6%, 간병 28.5%, 육아 23.5%로 나타났는데, 조사 당시 전체 임금근로자 중 여성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비율인 62.2%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가사서비스 공식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염좌, 골절, 화상 등 가사노동 관련 주요 7개 안전사고 가운데 1개 이상 경험자는 전체 응답자의 76.1%로 나타났는데, 의료비용의 90% 이상은 가사근로자 본인이 부담했다고 응답했다.

 

가사서비스시장 활성화 지원
최근 가사서비스 시장은 스마트폰 앱 기반의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규모가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근로자 인력이 부족하여 가사서비스 시장에서 서비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신기술을 앞세운 기업을 중심으로 가사근로자를 개인에게 소개해 주는 알선방식을 넘어서서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서 노동권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교육. 훈련을 통해 서비스의 품질관리를 담보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YWCA에 미치는 영향
한국YWCA는 비영리단체로서 가사서비스 시장을 개척해 왔다. 직업소개 방식으로 각 지역 회원Y에서 가서서비스를 알선사업으로 계속해 왔다. 단순한 알선이 아닌 ‘돌봄과 살림’이라는 브랜드를 통일하고, 자체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서비스의 품질을 균일화하고 고도화하는 노력을 하는 가운데 소속된 가사돌보미도 만족하고, YWCA의 가사돌봄서비스를 제공받는 회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가사서비스 시장에 유료직업소개사업자들이 많았지만, YWCA의 차별화된 가사돌봄서비스의 경쟁력에는 미치지 못했기에 YWCA는 가사돌보미와 가사서비스이용인 모두 만족하는 가사돌봄서비스를 운영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가사서비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YWCA의 브랜드파워 만으로는 가사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가사서비스를 회원Y에서 유·무료소개 사업으로 제공해야만 하는 필요성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YWCA에서는 가사돌봄서비스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몇몇 회원Y에서 성과를 보여주기도 하였으나, 직접고용을 전제로 본격적인 영리사업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가사돌봄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경험하였다.

이후에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된다면 YWCA의 공헌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법령 제정 이후에 시범사업에 YWCA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각 회원YWCA에서 법에 따른 인증기관으로 등록해서 가사돌보미를 직접 고용해서 가사서비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요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원YWCA가 돌봄정의 실현을 위해 그동안 추구해 왔던 가사근로자의 노동권 보호가 이제 가시권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가사서비스 시장의 활성화 및 가사근로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가사근로자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이제 YWCA는 가사근로자법 입법 활동과 동시에 법제정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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