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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2030 탄소 감축과 기후정의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

 

10월 18일, 기온이 뚝 떨어진 가을날, 서울 한강대교가 가로지르는 노들섬에는 경찰 병력이 가득했다. 도로 주변을 따라 철제 펜스가 겹겹이 쳐져 있고, 경찰들은 한강대교를 지나는 시민들을 검문 검색했다. 이런 삼엄한 경비를 뚫고 70여 명의 기후활동가도 노들섬으로 모여들었다. 곳곳에서 구호 소리가 들리고, 경찰과 충돌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노들섬 다목적홀에서는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2030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탄소중립시나리오를 의결하는 회의였고, 이 회의에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도 참석하였다. 이날 탄소중립위원회는 2018년 대비 40% 수준의 2030년 감축 목표를 의결했다. 기후활동가들이 노들섬으로 모인 것은 이 목표가 가진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와 탄소중립위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NDC라 불리는 ‘2030 감축목표’는 무엇이고, 왜 기후운동단체들은 이 목표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가?

 

탄소중립은 갑자기 달성할 수 있는 것 아니야

 

2015년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자발적인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5년마다 제출하게 되어 있다. 한국도 2015년에 이어 작년 2020년 말 NDC를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2020년 당시 제출한 한국의 감축량은 2017년 대비 24.4% 줄이는 것이었는데, 이 목표는 2015년에 유엔에 낸 수치와 다르지 않다. 5년마다 목표를 상향하도록 한 파리협정의 규정을 무시한 셈이다. 그 결과, 유엔은 한국 정부에 2030NDC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하였다.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2020년 대통령이 나서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10년 안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을 외면한 결과다.

 

탄소중립은 2050년 직전까지 마구 온실가스를 내뿜다가 2050년에 가서 갑자기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을 특정 온도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제한해야 한다. 그래서 전체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중간 경로로서 지금부터 10년 후, 2030년까지 과감하고 충분히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30년 뒤의 먼 미래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보다, 당장 10년 뒤의 목표가 더 시급하다. 현 정부가 지금 당장 정책변화와 행동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2030감축목표는 향후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할 수 있는지의 관건이 된다. 다시 말해, 기후위기로부터 위협받는 시민들과 지구 모든 생명의 안전한 삶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금석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현실성 없는 탄소감축목표

 

그렇다면 한국은 2030년까지 얼마나 줄여야 하는 걸까? 대통령은 탄소중립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40% 감축목표가 “탄소중립의 강력한 의지표명”이라고 말했다. 과연 이 목표는 충분하고 과감하며 강력한 목표인가? 유엔 IPCC는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 전 세계가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이상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인 한국은 당연히 그 이상의 감축 책임이 있다. IPCC 권고는 한국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018년 대비 40% 안을 들고 나왔다. 2010년을 기준으로 하면 34.7%에 불과하다.

 

정부안은 시민사회와 산업계 양측으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았다. 산업계와 보수언론들은 앞다투어 “대통령은 한마디로 현실성 없는 감축목표를 만들었다, 산업계 의견이 반영 안 됐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라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금의 탄소감축 속도가 빠른 게 아니다. 이것은 산업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무책임하게 지연해온 결과다. 산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다.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할 때, 한국의 기업은 안이하게 대처해왔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논의할 때마다 “시기상조다”라거나 “과도한 다이어트는 건강에 나쁘다”라는 식의 논리로 기후위기 대응의 발목을 잡아 왔다. 사실 우리나라의 20개 기업이 배출하는 양이 국가 전체배출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럼에도 기업의 이윤을 위해 기후를 희생시키며 그 피해를 시민들에게 떠넘겨왔다.

 

오히려 정부의 감축목표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있지 못하다. 10월 18일 노들섬에 기후활동가들이 내건 플래카드에는 “지금 당신들의 계획, 정말 기후위기 막을 수 있습니까?”라고 적혀 있었다. 정부안에 대한 시민사회 목소리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후위기를 막고, 1.5도 상승을 저지할 수 있는 감축목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의 계획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지,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정부는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정부의 현재 감축목표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잡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기후위기 해결을 장담할 수 없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2030년 감축목표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로부터 위협받는 시민들과 지구 모든 생명의 안전한 삶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금석이다.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지, 그리고 어떻게 줄일지, 모두 정의로워야 한다. 지금 한국이 온실가스를 제대로 줄이지 않는다면, 가난한 나라와 미래세대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시장에 내맡기는 방식이나 탄소포집기술과 같이 불확실하고 잘못된 기술수단에 기댄 방법은, 정의롭지도 않고 기후위기를 막을 수도 없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얼마나 어떻게 줄이느냐는,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기후위기에 맞서 보다 정의로운 세상으로

 

한국 정부는 10월 말 결정하는 새로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들고 11월 초 기후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할 예정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협약 체결 이후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전 세계 기후운동단체들은 COP26 회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아니라, 소위 ‘전 세계 지도자’들의 무책임과 실패에 대한 항의와 저항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글래스고를 향하고 있다. 전 세계 풀뿌리 시민들, 노동자, 농민, 원주민, 여성 등이 함께 “불의한 시대는 끝났다.”라고 외친다. 기후위기에 맞서 보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외친다. “1.5도 상승 저지, 탄소중립이 아닌 진정한 배출제로, 화석연료 채굴과 투자 중지, 시장과 기술 중심의 잘못된 수단 반대,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의 국제적 정의, 그리고 사회경제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화석연료에 중독된 사회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은 곧 보다 정의로운 사회, 시장과 자본이 공공재를 함부로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 아래로부터의 시민 참여와 행동만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의 세상을 가능하게 한다. 정부 관료와 각국의 지도자, 그리고 기업의 리더들에게 기후위기 해결을 맡길 수 없다. COP26의 회의장이 아니라 바로 회의장 밖에서 벌어지는 전 세계 시민들의 행동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정의롭지 못한 2030년 계획을 COP26에 들고 간다면,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린뉴딜, 탄소중립이라는 화려한 선언 끝에 불충분하고 부당하고 부정의한 감축목표치를 남길 것인가. 2021년 10월은 향후 10년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 10년이 이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결정적인 시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정의로운 2030 감축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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