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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징병제를 둘러싼 설왕설래

김엘리 성공회대 실천여성학전공 외래교수

 

여성징병제 주장은 사회적으로 언제부터 설왕설래했을까? ‘여자도 군대가라’는 말은 1994년 군가산점제 폐해를 제기할 즈음 스멀스멀 나온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억울하시면 여성분들 군대 가시죠’와 같은 논조였다면,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은 더 격하고 둔탁해졌다. 거기엔 ‘국가에 기여하지 않는 이기적 여성’이라는 딱지가 달라붙어있다. 격분하는 말은, 2000년대에는 남성만의 병역의무제가 차별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심의를 촉구하더니 2017년부터는 여성징병제도를 만들라는 청와대의 청원으로 번졌다. 이 가운데 ‘여자도 군대가라’는 말은 ‘젠더갈등’으로 번역되고, 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여성징병제가 제시됐다. 현재 여성징병제를 요구한 국회의 국민동의가 10만 명이 충족되어 병역법 개정 논의는 국회 국방위원회로 회부됐다.

 

그런데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 여성 군대 가라는 말은 남성들의 억울함, 보복, 인정 투쟁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여성도 군대에 갈만한 때가 되었다고 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이 예전만큼 분명히 나누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은 보호받아야할 약자라는 생각이 약해지고 있다. 이제 여성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성들과 격투하고 공룡과 싸우며 적진에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주체로 재현된다.

 

여성징병제 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여성징병제 대해 반신반의한다. 시행한다해도 사회복무제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여성징병제를 둘러싼 입장들을 크게 세 가지로 살핀다.

 

보수주의자들의 불가론

 

여성징병을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몸의 취약성을 그 이유로 든다. 그들에 따르면,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군사 활동에 유용한 몸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군대는 전쟁을 위한 것인데, 여성은 체력이 열세이고 임신과 출산을 하므로 군인으로서 부적절한 몸인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군사 활동에 효율적이지 않다. 헌법재판소와 국방부가 펼치는 언설의 기본 골격이다.

 

병역법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여성들의 징병 면제 이유로 세 가지를 든다. 여성은 첫째로 전투 수행을 위한 신체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고, 둘째로 월경 같은 생리 특성 때문에 전투 관련 업무 수행에 장애가 있으며, 셋째로 전시에 성적 학대와 같은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남성만을 징병하는 것은 최적의 전투력 확보에 있으므로 비합리적이거나 불공평한 처사가 아니라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한다.

 

군의 효율성 차원에서 여성이 군인으로 유용한가라는 물음은 꽤 해묵은 논쟁이다. 여성은 약한 체력을 지니고 성적으로도 취약하다는 통념은 전투에 부적합할 뿐 아니라 군의 결속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왔다. 여성의 몸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은 여성의 군 참여에 관한 여론을 만들기도 했다. 여군들이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 포로가 되거나 전사한 소식들은 사회적으로 여성의 군 참여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보수주의자들의 불가론은 또한 군의 효율성 못지않게 전통적인 성별 분업 이념을 그 근거로 삼는다.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의 문화는 남성의 것과 달라서 여성들은 군대와 맞지 않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여성은 평화와 사랑의 상징이다. 군은 전쟁을 위한 것인 만큼 문화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여성들에게는 부적절한 일이다. 이로써 전쟁을 하는 남성들이 돌아갈 곳, 전사들을 기다리며 맞이할 평화로운 곳으로 여성의 자리는 보존된다. 보수주의자들의 입장은 다시금 ‘남성 = 군대’, ‘여성 = 출산’이라는 도식을 확증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 구도에서 여성은 군 효율성을 위해 필요할 때 동원된다.

 

급진주의자들의 반대론

 

급진주의자들은 여성 징병제가 왜 어불성설인가를 논하는 일에 주력한다. 급진주의자들의 의견은 하나로 묶지 못할 만큼 스펙트럼은 넓다. 여성의 병역의무를 주장하는 이유가 불순하다는 비판에서 부터 여성들이 병역의무를 수행해도 성평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반박까지 다양하다. 그뿐 아니라, 병력자원 충분설, 군대 개혁의 우선설, 나아가 군사화의 확대설까지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개다.

 

그중 병역의무는 여성에게 과잉 노동을 안겨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법학자 윤진숙은 가사노동과 양육 책임을 맡은 여성들이 병역의무까지 진다면 이중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녀평등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이야말로 여성들에게 차별이 된다고 내다본 것이다. 특히 급진주의자들은 차별의 한 형태로서 성폭력을 꼽는다. 군대 내 발생하는 성폭력은 남성 중심적인 군 문화를 그대로 드러내는 예시라고 본다.

 

영문학자 고정갑희는 여성들의 군 참여 반대론을 급진적으로 밀고 간다. 그녀는 군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 평등한 직업 공간으로 설정하는 사람들의 논조를 비판한다. 군대는 전쟁을 만드는 군산복합체와 연관된 체제 안에 있으므로 이 군사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군사체제는 단순히 군대를 둘러싼 시스템만이 아니라 군사주의와 자본주의 제국주의 그리고 가부장제가 서로 결합된 글로벌한 체제다. 여성은 이 군사 체제 안에서 남성과의 동등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군대 밖에서 다른 차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자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군비축소운동이나 병역거부, 전쟁반대와 같은 평화운동을 제안한다.

 

여성징병제가 군사주의를 확장시킬 것이라는 논지는 서구의 탈군사화 페미니스트들의 견해와 닮았다. 탈군사화 페미니스트들은 군사 활동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춘다. 군사안보를 수행하는 군대는 전쟁 준비를 하는 국가 장치로서 직접적 폭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평시에도 구조적 폭력을 사회적으로 생산한다고 본다. 특히 그들은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 그리고 자연과 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 활동을 조명하면서 군사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군사화를 비판한다. 그들은 군이 성차별주의와 이성애주의, 인종주의가 얽혀 만들어진 제도라고 여기므로 여성이 군에 오면 구조화된 차별에 놓일 것으로 본다. 그러니 여성 입대에 반대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인 편이다.

 

남녀공동병역의무제 찬성론

 

남녀가 함께 병역의무를 수행하자고 주창하는 찬성론자들은 두 가지 차원에서 여성의 병역의무를 설파한다. 첫째는 여성인력을 활용하자는 차원이고, 둘째는 국가안보를 남녀가 공동으로 책임지자는 차원이다. 여성인력 활용론을 펼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몫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여성 인적자원이 우수해졌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사회적 평가를 그 배경으로 삼는다. 또한 저출산 시대에 남성군인을 대체할 인력이 절실하다는 세간의 여론을 거기에 더한다.

 

또 하나는 국가안보를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국가 의무의 차원이다. 찬성론자들은 병역의무를 통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국민으로서 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김화숙 전 재향군인회여성회 회장은 2005년 국회안보포럼이 주관한 “안보, 남성만의 영역인가”라는 포럼에서 여성의 의무병역을 제안했다. 여성들의 군사 활동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다며 14~16개월의 군 복무 기간을 제시했다.

 

찬성론자들은 남녀공동병역의무제의 이점도 말한다. 남성과 여성이 공동병역의무를 수행하면 군 문화가 인권 친화적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여성의 군 참여가 폭력적인 군 문화를 바꿀 것이라는 예측은 현직 여성 군인들과 군 연구자들의 소견이기도 하다. 인권 친화적인 군 문화는 두말할 필요 없이 중대한 사안이지만, 여성의 군 진입이 폭력성을 낮춘다는 판단은 젠더 통념을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여성은 부드럽고 관계지향적이며 비폭력적이다는 성 고정관념을 비판적인 검토 없이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는 서구의 성평등주의자들의 논지와 만난다. 성평등주의자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평등주의자에게 평등은 여성이 군에 온전히 진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여성에게 동등한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들은 차별적인 법과 제도를 개정하면 성 평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으며, 군 안에서 여성의 전문적인 역할과 권한을 모색한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가 바로 이 입장에 있다. 그들은 여성도 군사 활동을 거뜬히 해낼 체력과 리더십을 갖추었다고 평가한다. 임신과 같은 여성의 생물학적 요소 또한 조절이 가능하므로 군 참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성평등주의자 중에는 시민공화주의 입장에서 군 참여를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들은 여성도 시민으로서 남성과 동등하게 국가안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평등주의자들 중에는 군의 사회적 폭력성조차 남녀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여성의 개입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는 군의 변화를 기대하는 믿음이 담겨 있다.

 

그러나 군사안보가 왜 공공선이어야 하는지, 시민권은 왜 병역의무를 통해서 성취되는지에 관한 물음은 없다. 더욱이 ‘여성의 참여 자체가 평등인가’라는 물음에서 나올 수 있는 밀도 있는 논점들은 은폐되었다.

 

덧붙여, 과연 여성을 ‘징병’한다고 해서 성평등이 성취되는가? 군대 내 성차별은 시민사회의 성차별과 맞닿아있다. 시민사회가 어떤 사회이고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따라 군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여성징병 논의도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의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징병 해야한다,’ ‘아니다’의 단답은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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