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숙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부소장
기후위기야말로 대통령 선거의 핵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 지금은 정작 대통령 후보들이 나라를 위해 어떤 정책과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는지보다 사생활이나 당내 갈등 등이 더 많은 관심과 조명을 받는 씁쓸한 상황이다.
기후위기가 전 인류의 삶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지만, 정작 그 문제를 가장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대통령 후보들은 정말 무엇이 중한지, 무엇이 가장 급한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구체적 의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기후위기 문제야말로 대통령 선거의 핵심 정책 이슈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8월 시민단체 녹색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민 90% 이상이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대선의 중요한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또한 88% 정도가 대통령을 뽑을 때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많은 수가 기후위기 책임을 가장 크게 가지고 있는 것이 정부라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시민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 해결에 대한 갈증은 너무나도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차기정부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들은 과연 이런 시민들의 뜨거운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고 있는 것일까.
성장주의로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대선후보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여러 가지 선거 이슈 중 가장 핵심이 되었던 것은 바로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였다. 민주당 경선은 기후위기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고, 그 결과 기후위기 해결을 5대 핵심과제로 내건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19년 캐나다 연방 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은 ‘기후위기’였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라고 외치며 100만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벌인 시위 덕분에 정치인들은 적극적으로 구체적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고, 그 결과 캐나다는 현재 기후위기에 적극적인 정부와 야당을 가지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치른 독일 총선은 정말 ‘기후총선’이라 부를 만큼 기후 이슈가 실업이나 코로나 이슈보다도 더 절박하게 해결해야 할 핵심 이슈가 되었다. 선거가 끝난 후 독일은 연립정권을 만들어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내걸고 기후문제 해결에 그 어느 국가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가장 급진적인 정책을 내 건 녹색당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약진을 이루어냈다.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가장 민감하고 절박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얼마 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기후위기탄소중립특위’를 정의당도 ‘기후정의 선거대책위’를 발족시켰다. 뒤늦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던 ‘기후위기 선거’라는 전세계적 흐름을 무시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내걸고 있는 제1야당인 국민의 힘은 아직도 기후위기에 대한 특별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기후위기를 중요 이슈를 내걸고 선거 활동을 시작했지만, 과연 그 정책 공약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탄소 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내세우면서 문재인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대해선 50%로 상향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서 ‘탈원전’이 아닌 ‘감(減)원전’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2017년 공사가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도 공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였다. 말하자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식의 정책적 후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세우면서도 그 누구보다 ‘성장’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지역 균형 발전 공약으로 가덕도신공항 등 5개의 신규 공항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은 여전히 ‘성장’이라는 환상에 기후위기의 현실을 희생시키겠다는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거대 야당인 국민의힘의 윤석렬 후보 또한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게 없다. 그는 “화석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제한하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현실적으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기후위기 정책으로 원전의 재가동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산업계의 부담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낮추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들은 겉으로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탄탄소’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이라는 유사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성장제일주의와 기업 우선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다. 이런 점들로 인해 청소년기후행동이 실시한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정치 비전’을 설문 결과, 대선 후보 중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주요 대선 후보자들이 거의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민이 주도하는 기후대선으로
전세계 국가들이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모든 선거에서 ‘기후위기’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것은 뛰어난 기후위기에 대한 엄청난 의지와 식견을 가진 정치인들 덕분이 아니다. 그들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수많은 시민들의 요구하고 설득해서 커다란 전환의 물결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금 대선 후보들의 미진하고 모순적인 기후위기 정책들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다섯가지 핵심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기후정의에 입각하여 책임과 피해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둘째 시장과 기술 중심의 성장중심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정책, 셋째 사회경제체제의 전반적인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정책, 넷째 노동자, 농민, 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들 주체가 된 정의로운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 다섯째 대다수 시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 등이 그것이다.
정말 다시 지금의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내세우는 정책들이 과연 기후위기 현실을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시민들의 삶을 바꾸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당신들은 과연 기후위기의 책임을 제대로 묻고 있으며 기후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피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냐고 말이다.
결국 그걸 가능하게 하는 힘은 시민들에게 있다. 이번 대선을 기후대선으로 만들게 하려면 우리는 전세계 많은 시민들이 그랬듯이 거리로 나와 외치고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