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경(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 연합회 탈핵기후생명운동TF 전문위원)
기후위기와 에너지의 관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명제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의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매우 당연한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에너지 분야의 전환은 필수적인 요소이며 그만큼 시급하기도 하다. IPC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과 열을 생산하는 분야에서만 전체 온실가스의 1/4이 발생한다. 산업과 교통, 건물 분야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합하면 에너지 분야에서만 전체 온실가스의 3/4에 달하는 양이 발생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국은 탄소다배출 산업이 많기 때문에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 중 에너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7%나 된다. 석탄과 가스를 이용한 발전 분야를 비롯하여 제철이나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 등이 그에 포함된다. 따라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에너지전환을 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재화의 생산과 소비, 그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 해결과 에너지전환은 시스템의 전환
기후위기 해결과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의 생활을 먼저 돌아보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고, 외출하기 전 옷을 고르면서 입을 옷이 없다고 고민하고, 점심을 먹은 후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서 마신다. 우리는 언제인가부터 전기에너지에 너무나 익숙해졌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을 잘 사는 모습으로 여긴다. 이 이면에는 석유와 석탄을 사용해 값싼 전기와 상품을 생산하고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산업이 있다.
영국의 환경운동단체인 ‘멸종저항’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라”가 아니라 “체제를 바꿔라”라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윤을 높이려는 방식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이야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찬미받으소서>에서도 ‘이윤 최대화의 원리’에만 기초하는 체제야말로 사회적 불평등과 우리 공동의 집인 자연을 파괴하는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처럼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가, 혹은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 성장은 얼마나 고려해야 하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위기 관련 법안이 ‘녹색성장’이냐 ‘탄소중립’이냐를 대척점으로 하여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2021년 6월 현재 국회에 상정된 기후위기 관련 법안은 민주당의 ‘탈탄소이행법안’, 정의당의 ‘기후정의법안’, 그리고 국민의힘의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안’ 등 7개나 되지만, 기후위기의 불평등과 그를 해결하기 위한 기후정의 관점 등 주요 내용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2월부터 ‘기후정의법’을 제안하고 몇 가지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1.5도 제한의 과학적 근거와 기후정의 원칙에 부합하는 목표를 설정할 것 ▲기후정책이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부합할 것 ▲경제성장 중심주의를 배격하고 배출제로와 기후정의 실현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을 것 ▲화석연료 이용을 최대한 빨리 중지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핵발전, CC(U)S 등 불확실하고 위험을 내재한 기술적 수단의 사용을 배제할 것 ▲탄소 다배출 산업의 감축목표를 강화하고 에너지산업의 공공적 전환을 추진할 것 ▲기후위기 대응은 생물다양성의 보호 및 증진과 조화를 이룰 것 등이다.
‘전기화’ 되면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는가
최근 수송 분야에서 화석연료의 직접적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를 도입하는 정책이 매우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전기화가 모두 친환경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전기차는 운행 중 온실가스를 직접적으로 배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차체가 생산되고, 충전하는 전기가 생산되고,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 등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전기로 가는 자가용을 늘리는 것보다 공공교통을 늘려 전체 차량의 수와 운행 거리를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전기차로 바꾸라는 메시지 속에는 그 고민이 없다. 전기차가 탄소중립에 기여하려면 차의 생산과 전기의 생산 과정에서 먼저 탄소중립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AE)가 발전 부문의 탄소중립 시점을 요구한 것 또한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IEA는 지난 5월 18일 발표한 특별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발전 부문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OECD 회원국의 경우 2035년까지를 시한으로 제시했다. 발전 분야는 에너지산업이지만, 다른 산업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에서 다른 경제 분야보다 선제적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발전 분야의 탄소중립은 전세계 공통의 핵심 과제이고, 어떤 수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에너지전환에서 지켜야 할 과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에너지전환에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하는 것은 바로 ‘수요량’을 줄이는 것이다. 소비 감축은 석탄발전이나 공항 건설과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중단, 산업공정의 전환, 에너지 효율화, 건축물 규제 등 정부와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요하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P4G 홍보 영상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들의 실천만을 강조한다면, 거대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다. 강요된 소비를 위해 더 많이 생산하는 시스템을 바꾸고, 전기를 소비하는 지역에서 생산을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는 지역특성에 맞는 분산형 시스템이 가능하며 대량 생산과 장거리 송전에 따른 지역 피해와 갈등을 줄이고 책임 있는 에너지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세 번째는 재생에너지가 또 다른 생태 파괴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인간들의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숲과 갯벌에 사는 수많은 생명이 자신들의 터전을 잃지 않도록, 소중한 탄소 흡수원인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환의 과정에 노동자와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정의로운 전환, 어렵지만 이루어야 하는 과제다. 또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 서 에너지공공성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기업의 책임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과 이윤을 위해 재생에너지 시장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에너지는 이미 우리 생활의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고, 시장은 이 불평등을 해결하기 힘들다. 에너지공공성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동체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를 핵에너지로 막을 수는 없다
지난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높여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그 감축계획으로는 오로지 핵에너지를 내세웠다. 그 다음 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발언도 기후위기 시대 핵발전 부활을 골자로 했다.
소형원자로(SMR)는 기술적으로 완성되지도 않았을 뿐아니라 경제성 수용성 모두 불확실하다.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기여하기는커녕 그때까지 상용화할 수 있을지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핵융합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거의 국민사기극이라 할 만 하다.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거의 불가능하다. 송 대표의 말처럼 설사 2050년 상용화가 된다고 할지라도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얼마 전 발간된 책, <빌 게이츠: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빌 게이츠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기술의 개발과 혁신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정부의 투자와 지원을 강조한다. 문제는 여기에 핵에너지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빌 게이츠는 2008년에 이미 ‘테라파워’라는 차세대 원자로 개발 회사를 설립하면서 핵발전 옹호론자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그가 말하는 기후위기 해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만하다.
핵에너지는 방사능의 위험과 해결할 수 없는 핵쓰레기, 그리고 자연재해와 인재에 대한 불안함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혹시 모를 사고는 수많은 생명과 생태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핵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함께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전력시스템의 기술면에서 충돌할 뿐 아니라 핵에너지 개발에 퍼붓는 막대한 예산은 재생에너지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왜 핵에너지를 ‘기후위기에 대한 후회 막심한 해법’이라 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 이미 정부는 이 불안한 핵에너지와 이별하겠다고 선언한 바가 있다. 다시금 그 신호를 부여잡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 탄소중립
탈핵 탈석탄 사회 위한 ‘에너지전환 로드맵’ 합의해야
기후위기 해결은 비단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기후위기 해결은 사회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서로 연결된 모든 생명들과의 공존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탈석탄과 탈핵은 함께 이루어야 하는 과제다. 성장이 아닌 공존의 가치로 탈핵탈석탄 사회를 위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함께 논의하고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탄소중립이든 탈핵이든 사회의 전환을 위해서는 선언하고 명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지금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 대응-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담은 법안이 논의 중이다. 그 과정에서 기후위기의 정의로운 해법과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원칙이 함께 합의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싸워나가야 한다. 더불어 온실가스 발생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직시하고 그 책임을 다할 것을 말해야 한다. 시민들의 실천에 앞서 기업의 책임과 정부의 단호한 정책이 있어야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다.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포장하지 말고 진정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말하고 행동하는 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