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5주년을 맞은 올해.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산업재해 사고로 일터에서 세상을 떠나고 있다. 2021년 4월 22일 경기도 평택항에서 300kg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한 이선호씨, 부산항 신항에서 퇴근길에 지게차에 깔려 사망한 30대 청년 등. 올 한 해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청년은 총 7명이다. 2021년 1월~3월 사이 7명의 청년을 포함한 노동자 238명이 산업재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청년들의 산업재해 사망은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사회를 보며 느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청년토크에 참여한 청년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쓰였다.

사건과 사고
하나 : 최근에 한강에서 실종 사망한 손정민 군이랑 평택에서 사망한 이선호 군. 두 명의 청년이 우리 곁을 떠났잖아. 다들 뉴스 봤지?
빛나 : 그래? 나는 한강에서 사망한 손정민 군 사건만 알았어. 평택에서 사망한 사건은 어떤거야?
예원 : 맞아. 대부분 너처럼 실종 사건에 대해서만 알더라고. 이선호 군은 평택항에서 일을 하다가 컨테이너에 깔려서 사망한 친구야.
하나 : 둘다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우리가 더 집중해서 봐야할 사건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잖아. 근데 왜 사람들의 관심은 실종 사건으로만 몰리는 걸까?
예원 : 평택항 사고는 사망의 원인이 밝혀졌고, 한강 실종사망 사건은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빛나 : 그러게.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는 산업재해 사고잖아. 근데 이선호씨 사건이 점점 묻혀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
예원 : 5년전에 있었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분도 고작 19살이던 청년이었어. 이선호씨를 보면서 그 일이 생각나더라고. 5년이 지났는데도 근로 환경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게 한탄스러워.
빨리빨리
하나 : 우리나라는 모든 부분에서 빨리빨리를 강요해. 산업재해 사고, 사망 사건도 빨리빨리 분위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예원 : 맞아. 예전에 피자 빨리 배달하는 시스템 때문에 배달원 청년이 사망해서 난리난 적도 있었잖아.
빛나 : 그래. ‘피자 30분 배달제’가 있었지. 근데 지금도 달라진건 크게 없는 것 같아. 배달 어플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배달원들끼리 경쟁이 붙고, 배달건수를 더 늘리려고 불법 운전, 난폭 운전을 너무 많이해.
예원 : 배달원 뿐만 아니라 택배 노동자,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환경 문제도 만만치 않아.
하나 : 한 여름에 일 하는 택배 배달원, 일용직 노동자 분들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아.
빛나 : 강도가 높고 위험한 직업들이 없어질 수는 없잖아. 그럼 어떻게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아프니깐 청춘이다?
빛나 : 누구나 위험한 일, 힘든 일, 어려운 일을 하지만 청년들이 그런 일을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야. 젊어서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있잖아.
예원 : 청년들도 위험하고 힘든 일은 거부할 권리가 있는데 어리면 무조건 상사의 명령에 따라야한다는 직장 내 분위기가 있어.
하나 : 그리고 일터에서 사전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떤 일터나 안전교육이 부족한 것 같아.
빛나 : 맞아. 교육도 교육이지만 그들에 대한 ‘존중’이 우선시 되어야 해. 어떤 일이든 위험할 수 있어. 그런데 회사 내에서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규칙을 세우고 잘 지킨다면 큰 사고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예원 : 우리가 그들을 존중하는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 고생하는 택배 배달원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것, 집앞 배달이 아닌 택배함에 물건 놔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아주 사소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엄청 편하고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일들을 해보는 거지.
하나 : 힘들면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도 필요한 것 같아. 강도가 높은 일일수록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 돼.
빛나 : 그러려면 우리부터가 그들을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 같아.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빛나 :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계속되면서 산재 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처벌하자는 내용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강화하자고 이야기가 나오더라.
예원 : 맞아. 나도 들었어. 법률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학교에서 노동 교육을 제도화해야한다고도 말하더라고. 난 이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나 : 졸업 후 바로 산업 현장에서 일하게 되는 공업, 상업고등학교 뿐 아니라 일반 인문계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꼭 필요한 교육이야.
빛나 : 근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잖아? 그럼 사업주들은 산업재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왜 자기들 탓을 하냐 이거지.
하나 : 어쩔 수 없는 게 어디 있어. 조금만 노력하고, 안전하게 한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
빛나 : 근데 그들은 먹고 살기 바쁜 청년들이 일할 때 정신이 없어서, 자신이 조심하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난다고 말하더라고.
예원 : 그런 사건도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본 일들은 노동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일어났던 일들이 대다수였어. 그리고 큰 사고가 났을 때 바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게 상사에게 보고하는 시스템도 화가 난다고.
빛나 :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서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일을 할 때 안전문제에 대해 더 조심하고, 신경 쓰게 만들어야 돼.
예원 :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인해 위험한 일을 하다가 사고 난 청년들을 보면 청년도 안타깝지만 그 부모님들이 너무 불쌍해. 대부분 그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
하나 : 너무 안타깝다. 이런 법들이 제대로 구축되고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서 자식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