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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장로회 첫 여성부총회장 당선되다

김미희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총무)

기장 105회기 리더십으로 선출된 이건희 총회장(왼쪽부터), 김은경 목사부총회장, 김철수 장로부총회장, 김창주 총무. 출처: 뉴스앤조이 이은혜

가능성의 문을 열다: 차별과 배제를 넘어 평등과 포용으로

 

위기의 시대, 예수의 정신 되찾을 때
세계적인 전염병인 코로나19(COVID 19)로 인해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구상의 인류가 한 공동체임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삶은 이전까지의 삶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조직, 노동의 형태, 교육, 관계를 맺는 방식과 삶의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속에서 자본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겨 온 인간 중심적인 삶에서 생태적인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원되는 삶이 얼마나 폭력적인 삶이었는지를 우리는 이제야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한국 기독교도 예외일 수 없다. 전래 초기 한국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끌어가는 공동체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한국 개신교의 이미지는 배타성, 세습, 반공주의, 기복신앙, 헌금 강요, 태극기 집회, 소수자 혐오 등을 대표하는 집단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비추어졌다. 세상과 소통하기보다는 자기들만을 위한 집단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지탄과 걱정의 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코로나19의 위기뿐만 아니라 작금의 한국 교회도 위기이다. 위기의 시대, 과연 해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위기의 때일수록 그 근원인 뿌리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기독교의 근본은 예수의 정신을 되찾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대안, 여성
로마 제국이 지배하던 세상 속에서 예수님은 다른 세계를 상상하셨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현실에 질문을 던지셨다. 로마 제국이 꿈꾸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아닌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셨다. 통치의 방식도 지배가 아닌 사랑이었다.

 

하나님의 나라, 예수님이 꿈꾸셨던 새로운 공동체의 시작은 여성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최초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에 등장하는 시몬의 장모가 좋은 본보기다. 예수님을 만나 삶이 달라졌고, 섬김으로 예수의 길을 따랐던 여성들을 통해 예수 공동체는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해 나갈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시대의 대안은 역시 여성이다. 권김현영 선생은 다음과 같은 여성을 통하여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결코 여성을 대표할 수 없으며, 최초의 여성이 등장했다고 해서 이것이 여성 집단 전체의 권한이 강화되는 증거라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여성으로서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성적 타자이자 사회적 약자라는 여성의 처지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휴머니스트 출판그룹 p 226)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비(非)백인 부통령으로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되었다. 전 세계 여성들은 해리스 당선자의 연설에 공감하며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평등과 자유와 정의를 위해 투쟁과 희생으로 길을 닦아온 여성들과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오늘의 여성들이 있었기에 유리천장을 깨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연설에서 해리스 당선자는 “제가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첫 여성일지라도,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젊은 여성들을 가능성의 문으로 인도하였다.

 

기장 교단 최초 여성 부총회장이 당선되기까지
해리스 당선자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종교계에서 차별과 편견에 맞서며 스스로 몸을 일으켜 책임을 감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올해 9월에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105회 총회에서 김은경 목사가 기장 교단 최초로 목사부총회장에 당선된 것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목사 부총회장이 다음 총회 시 총회장으로 당선되는 것을 고려할 때 기장 교단 최초 여성 목사총회장의 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초기부터 기장 교단 최초 여성 목사부총회장 후보인 김은경 목사에게 많은 관심이 쏠린 까닭이기도 하다.

 

기장 교단은 여성들의 연대로 1974년에 여성 목사 안수 제도가 통과되었고, 1977년에 1호 여성 목사가 탄생했으며, 올 2020년에 첫 여성 목사총회장이라는 가능성의 문을 연 교단이 되었다. 올해 예장 합동총회에서는 여전히 비성서적, 반성경적이라는 이유로 여성 목사 안수를 금지한 반면, 기장 교단은 김은경 목사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는 교단이요, 새로운 전통을 세워나가는 교단이 된 것이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지 않아도 한 사람의 리더가 세워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위계와 연고를 중시하는 남성중심주의 한국사회에서 그것도 보수적인 종교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김은경 목사가 부총회장이 되기까지 기장 교단 안에서는 구조 개혁, 제도 마련, 인식의 변화를 꾀하는 노력들이 계속되어왔다. 여성연대(여교역자회, 여신도회, 여장로회, 한신여동문회)를 조직하여 일찍부터 함께 연대하였고, 교단 내에 양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하여 여성들의 지도력 확대와 교단의 조직과 내용을 평등, 평화적으로 변화하도록 노력하며, 교회 구조를 양성평등적인 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해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하며 교육을 실시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더불어 김은경 목사의 개인적인 노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2000년 목사 안수를 받은 김은경 목사는 민주화운동, 여성운동, 통일운동, 지역사회운동 등 다양한 활동들을 꾸준히 해왔을 뿐만 아니라 익산중앙교회 담임목사로서 총회와 노회와 현재 전국여교역자회 회장으로 여성 리더로서의 역할들을 감당해 왔다. 김은경 목사는 부총회장 연설에서 “지금은 하나님의 사인과 뜻을 밝히 알아서 변화해야 하는 때이며, 생명과 평화의 씨를 심어 의를 이루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초 여성 목사부총회장의 당선은 가부장제 질서 속에서 남성들이 쌓아놓은 차별과 배제라는 경계와 장벽을 넘어 평등과 포용으로 나아가게 한다. 더 나아가서 첫 여성 목사부총회장이라는 상징성은 기장 교단과 교단 너머 많은 여성들에게 가능성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김은경 목사를 생각하면 ‘물’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물은 낮은 곳을 지향하며 흐르고 흘러 만물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물은 생명과 평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교단 안에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시대적 과제와 첫 여성 목사부총회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겠지만, 확신하는 바는 코로나19 이후 생명의 가치가 더욱 존중되는 시대에 평등주의 원칙을 존중하며 배려하고 경청하고 공감하고 지지하는 섬김의 리더십은 김은경 목사를 통해 화해와 상생의 빛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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