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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탄소중립, 감축행동과 사회전환 전제되어야

민정희(기후위기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

 

‘2050탄소중립’ 선언, 그러나 명확한 로드맵 없어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안을 수립해 올해 말까지 UN에 제출해야 할 계획서) 국민 공청회가 열린 11월 1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11명의 청년들이 “탄소중립이 2025년 전에 달성되어야 한다”며 정문에 쇠줄로 자신들의 몸을 고정한 채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도한 청년들은 공청회를 앞두고 정부와 국회의 안일한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을 비판했다.

 

청년들의 주장이 다소 급진적이나 UN산하의 과학자그룹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경고에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IPCC는 2018년 10월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의 기온상승을 2도가 아닌 1.5도로 제한해야만 기후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를 더 많이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또한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세계가 배출가능한 탄소량이 420Gt임을 밝혔다. 매년 전 세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42Gt 이고 지금 수준대로 배출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7년밖에 되지 않는다. IPCC에 따르면 2030년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2050년 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66%의 확률로 1.5도 제한이 가능하다. 100%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인해 영국, 스웨덴, 프랑스, 덴마크, 뉴질랜드, 헝가리 등 6개국이 이미 2050년 전에 LEDS 달성을 선언하고 이를 법률에 명시하였다. 그러나 안일한 기후위기 대응정책으로 인해 국제시민사회로부터 ‘기후악당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국제기준의 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장기저탄소발전전략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정부는 2050탄소중립을 제안했지만 이의 달성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이나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석탄발전을 0으로 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0%까지 늘리겠다고 했으나, 정부가 내놓은 CCUS(탄소포집ㆍ저장ㆍ활용), DAC(대기 중 탄소포집)과 같은 기술은 현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또한 탄소중립의 달성을 위해서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서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과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환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대규모 해고에 대한 대책, 즉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전환의 주체가 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계획을 제시했어야 했다.

지난해 발표된 IPCC의 토양에 관한 보고서는 “자동차·공장·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감축만으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또는 2도 아래로 묶기에는 부족하다”며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공간이자 유기탄소의 저장공간인 토양과 토양에 기반한 농업의 전환이 대기중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LEDS에서도 농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2030 탄소 절반 감축과 사회의 대전환
2050탄소중립보다 더 시급한 것은 2030년 이전 탄소배출 절반 감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영향으로 인해서 2020년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5%,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코로나는 한국의 경제도 마비시켰고, 소상공인, 취업준비 중인 청년들과 취약계층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이 배출량 7%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면, 역으로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행동과 정의로운 전환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대전환에 대한 준비 없이 탄소절반 감축이나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달성한다고 해도 경제적인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2050년에 가까워져서 한꺼번에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지금 당장 과감한 감축행동에 돌입해야 하고, 2030년 전에 절반 감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2050탄소중립 선언이 진심이라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2030 탄소절반 감축과 함께 지금 강원도 삼척과 강릉, 고성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규석탄발전소 건설과 제주도 신공항 건설의 중단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3위 해외석탄 투자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던져버려야 한다. 이러한 행동의 변화 없이, 2050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은 공허한 말 잔치에 불과하다.

 

또한 자연을 이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파괴하면서 지금과 같이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만드는 경제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확대되더라도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전환이라면 생태계에 가하는 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탄소흡수원의 손실로 이어져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원인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따라서 앞서 말한 행동들과 함께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경제시스템을 전환하고 나눔의 경제로 전환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국회는 2030년 전에 ‘탄소 절반 감축’과 ‘사회의 대전환’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지 않고 있다. 2030 감축목표 강화만 보더라도, 환경부는 올해 말까지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NDC에 대한 논의를 내년으로 미뤄놓은 상태고, 국회는 9월 24일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였으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IPCC의 권고(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에 부합하도록 기존 목표를 올린다”고 명시했을 뿐이다.

 

시민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중요하다

한계가 있지만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채택이나 정부의 2050탄소중립 선언은 16개 부문, 350여개 단체, 지역 기후행동으로 구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꾸준히 문제 제기하고 제안했던 내용들이 수용된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로 하여금 2030년 탄소절반 감축계획을 목표로 수립하고, 우리의 경제시스템을 비롯한 사회전체의 전환을 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알아야 하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권과 기업에 닿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치행동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더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해서 인식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지역에서 기후위기와 대안을 소개하는 영화상영회, 기후관련 독서 소모임, 토론 소모임을 열 수 있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이런 소모임의 결과가 일상에서의 기후행동으로 연결되도록 안내할 수 있다. 시민들의 기후위기 인식이 땅에 씨앗을 뿌리는 행동이라면 일정한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 석탄발전소나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과 석탄발전 투자기관 앞에서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는 행동은 씨앗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최근에 발생한 기후재난을 보면 이미 상승한 1도도 완전하지 않다. 지금도 수많은 생물종이 대멸종의 위험에 처해 있고 인간 또한 그렇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경고와 정부의 인식에는 큰 격차가 존재하고 그 격차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경제성장에 대한 중독, 산업의 성장이 곧 국민의 행복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존재한다. 근본적으로는 여기에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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