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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농민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가 6월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농민기본소득 입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업·농촌의 소멸을 막으려면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반영한 농민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11개 회원YWCA(남원, 대구, 목포, 사천, 의정부, 전주, 제주, 천안, 충주, 통영, 하남)에서 773명이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서명에 동참했다.

 

글 : 차흥도(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원장)

‘코로나19’는 엄청난 재앙이다. 현재진행형으로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거리두기’ 외에는 별로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의 패턴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잠시나마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멈추게 했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회를 엿보아 다시 춤을 추고 있으며,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은 코로나19를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다시 확산시키고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코로나19에 비할 바가 아니라 한다. 코로나19가 잠시 지나가는 태풍이라면 기후위기는 멈추지 않는 쓰나미라 한다. 코로나19는 백신이 만들어지면 된다지만 기후위기는 해결책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욕망의 질주를 멈춰야 한다. 우리 모두 살아가려면.

 

인간의 욕망이 초래한 기후위기
기후위기는 전 세계에 식량 위기를 초래한다. 0.5도만 기온이 더 올라도 식량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 각국은 즉시로 식량안보를 위한 봉쇄정책을 실시하게 될 것이고, 곡물의 80%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안보에 있어서 공백이 생기게 되는 위험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식량 위기는 소위 말하는 글로벌푸드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다. 이 시스템이 붕괴되면 돈이 있어도 곡물을 살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소위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농산물수입정책의 허구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정책의 실패는 곧 국가의 식량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우리는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식량자급율이 22%에 불과한 우리는 대안을 철저히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한국형 그린뉴딜’에는 이런 위기감을 느낄 수 없고, 그 중심 내용에도 농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준비가 없다. 이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욕망이 초래했다. 이런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성장과 개발’을 인류사회의 최우선과제로 만들었고, 이의 성과를 ‘문명의 발전’으로 칭송하였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것’처럼 인간은 스스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명제를 내세우고 이에 합당한 ‘개발과 발전’을 하기로 합의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온도를 2℃ 이상 상승하지 못하게 하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2015)을 맺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1.5℃ 특별보고서>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지만, 2017년 6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협약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형 그린뉴딜에는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탄소배출을 절감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들이 제시되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미미하고 오히려 환경단체들로부터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과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의 합작품이라는 조롱까지 듣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한국형 그린뉴딜이 민관이 같이 논의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관료들만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인간의 욕망에 기인하였지만 ‘문명의 전환’을 가속화시키며,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삶의 패턴’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농정의 대전환으로 기후위기 해결에 동참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농정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농업에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농정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화석연료에 기반한 고투입/산업형 농업에서 저투입/생태농업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투입/생태농업은 필연적으로 대농/기업농(전체 농민의 약 8%) 위주의 농정을 중소가족농(전체 농민의 약 92%) 위주의 농정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민의 평균 농업소득(농사만으로 얻는 소득)은 약 1천만 원 정도다. 이것도 대농/기업농이 포함되어 그렇고 이들을 빼면 약 750만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중농을 뺀 가족농/소농(1ha미만의 농민으로 우리나라 농민의 약 80%)만으로 보면 약 45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농민들은 농사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농업정책은 농민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농민이 행복해야 온 나라가 행복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농정 대전환의 첫걸음, 농민기본소득
농민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가는 농정 대전환의 첫걸음은 농민기본소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농민기본소득은 헌법 10조에 규정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국민행복추구권’으로부터 출발하며, 농업/농촌이 가지고 있는 다원적 기능과 역할 그리고 이에 따른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포함되어 있다.

 

농민당 매월 30만 원의 농민기본소득이 실시되면 무엇보다도 농민의 삶이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우리나라 농가는 평균 2.3인으로 농민기본소득의 실현으로 한 농가당 일년에 약 750만 원의 농민기본소득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생존을 위한 농사에서 농부권(종자와 농법선택권)이 회복되는 저투입/생태농업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런 탄소배출을 줄여가는 저투입/생태농업은 대농/기업농에서는 불가능하다. 이제까지 농정은 규모화 농정으로서 대농을 지원하는 정책이었는데, 농민기본소득으로서 중소가족농을 위한 농정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농민기본소득의 실현은 농정전환의 완성이 아니라 전환의 첫걸음이다.

 

게다가 청년을 비롯한 도시민들의 귀농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현재 매년 이뤄지는 귀농/귀촌의 수는 약 50만 명이며, 이들 중 39세 미만의 청년세대는 약 50%에 달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농촌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귀농인들의 정착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보다 가치 있는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청년들의 귀농을 촉진하게 되어 청년 일자리 해소뿐 아니라 도시민들의 농촌유입으로 도시 중심이 아닌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YWCA연합회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현재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YWCA 회원들의 기도와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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