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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보도와 사회적 갈등

글: 김수아 부교수(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언론정보학과)


 

차별금지법과 SNS 미디어 환경
지난 6월 29일,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포괄적 차별 금지법”을 발의하였으며, 6월 30일에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의 입법 추진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 법안이 발의된 후, “이제 동성애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면 감옥에 간다”라는 말이 SNS를 통해 공유되기도 하고,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해당 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반대 의견으로 제시하는 것이 지난 6차례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법 시안 설명자료에서 미리 33개의 질문에 답변을 한 바 있다. 또한, 해당 주장들에 대해서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팩트 체크를 하면서 이 법안은 개인의 표현을 처벌하는 법안이 아니며, 법안이 정의하는 차별의 의미는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이나 장애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불리하게 대하는 행위”이고, 이 법의 적용 범위가 고용, 재화구입 및 시설이용, 교육, 행정서비스 등 생존과 직결되는 4가지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하지만 SNS가 보편화된 현대의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의견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인지적 편향 구조에 빠져 있기 쉽고, 이에 따라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표현과 의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나아가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사무실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고,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신촌역에 게시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에 존재한다”는 내용의 광고물을 훼손하는 등, 오프라인의 세계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오프라인 사건이 미치는 해악은 생각보다 큰데, 월드론(Waldron)은 이러한 사회적 혐오의 표현이 소수자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이 존엄을 존중받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Waldron, J.(2017).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홍성수, 이소영 역, 서울: 이후).

 

언론이 갈등을 보도 소재로 삼을 때
사실상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 아님에도, 이러한 강력한 반대 행위가 이루어지는 데에는 언론 보도나 SNS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환경의 책임이 있다. 물론 다수 언론이 가짜 뉴스를 팩트 체크하여 사실을 알린 것은 매우 중요한 언론의 공적 기능 수행이었다. 하지만 언론은 흔히 갈등을 보도 소재로 삼을 때,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기보다는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고, 이를 통해 상업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차별금지법(평등법)과 관련해서, 소위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신문들이 취하는 태도가 여전히 이런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종교계의 반대를 부각하거나, 정치적 정당, 대통령과 정당 등을 대립 구도에 놓고 세력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형식으로 기사 제목이나 본문을 구성하는 것이다. 미디어가 갈등을 보도할 때, 갈등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갈등을 야기한 측에 잘못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양정혜 (2001). 사회 갈등의 의미 구성하기. <한국언론학보>, 45권 2호, 284-315).

 

미디어 보도가 파편화된 갈등의 특정한 양상만 부각할 때, 전체 이슈를 해당 갈등으로만 환원하여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은 어떻게 행사되며, 어떤 소수자들이 이로 인한 사회적 억압 상황에 놓여있는가를 차분하게 따져보아야 할 이때, 일부 종교계의 반대에만 주목하는 보도들은 대립 관계를 부각시켜 해당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시끄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편가르기 게임에 불과하다”라는 식으로 사안을 이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개인은 선택적 미디어 소비가 가능하며, 뉴스 그 자체보다는 그 뉴스를 누가 자신에게 전달해주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정보를 전달해준 사람을 믿으면 그 정보 역시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관심 있어 할 만한 정보만을 추천해 점차로 주변에 같은 목소리만 존재하게 되는, 다른 의견에 접촉하기 어렵게 되는 필터 버블 현상이 생긴다 (Pariser, Eli.(2011). <생각 조종자들>. 이현숙. 이정태 역. 서울: 시공사).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우리 사회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숙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타자의 상황에 대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차별금지법(평등법)과 관련한 논의는 우리 사회가 누구를 차별하고 있는지, 무엇이 차별인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한 감수성은 매우 낮은 편인데, COVID-19 경험을 계기로 사회적 차별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4월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는 이러한 점에서 상징적이다. 우리가 차별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우리가 편안한 상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를 정상적이고 자연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인데, COVID-19 상황이 이러한 상태의 균열을 만들었던 셈이다.

 

이 세계가 기울어져 있는지, 평평한지는 이 세계 밖으로 나와서 바라보거나 혹은 타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지혜가 강조한 바이다(김지혜(2019). <선량한 차별주의자>. 서울: 창비).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말이 차별인지에 대해서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교육 환경에서는 타자의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키울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탓이다.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상에서 혐오표현이 자연스럽게 유통되는 것, 차별인지 인지하지 못하면서 하는 말들이 공적 공간에서 전혀 제지받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이에 대한 비판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을 갈등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구조적 차별이 어떤 것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혐오표현이 혐오로 인지되지 못하는 것 때문에 혐오표현의 대상자라고 할 수 있는 소수자들은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고 해당 공간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의 내용은 사실상 단순하다.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혐오와 구조적 불평등을 재사유하게 하고, 우리 사회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평등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법이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둘러싼 갈등은 사회적 혐오를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내버려 두려고 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갈등, 차별이 현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기 때문에, 이 갈등을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편가르기 게임이고 특정 정당의 지지자와 관련된 주제가 아니라 우리 시민의 역량에 대한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차별인지, 이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무엇이 평등한 사회인지에 대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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